올해 전북연극은 '상봉'(극단 창작극회)의 제21회 전국연극제 대통령상 수상으로 먼저 기억된다. 그러나 군산·익산 등 지방 극단이 활기를 보인 것에 비해 전주 극단들의 활동은 예년에 미치지 못했고, 공연장을 찾는 발걸음은 늘었지만 유료관객은 여전히 늘지 않았다.
전주시립극단 내부 갈등이 연초부터 표면화되면서 연습중단과 일부 단원의 징계위 회부·상임연출 사퇴로 이어졌다.
영상분야는 지방분권이 안긴 '문화영상수도'라는 화두 아래 지역 영상문화의 가능성을 여는 시도가 어느 때보다 활발했다. 전북도·부안군·KBS아트비전이 컨소시엄 형식으로 추진한 4만5천평 규모의 부안 영상테마파크 조성과 전주시의 영화 후반작업 시설 투자 등 영상산업을 부흥시키려는 지자체의 밑그림 그리기가 이루어졌다.
○ 의미 있는 창작작품과 색다른 시도
제19회 전북연극제는 배우기근과 제작비 부족이라는 환경 속에서도 전주와 익산에서 5개 극단이 무대를 마련해 전북 연극의 자생력을 점검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두 편의 창작극이 선보였고, 배우기근이라는 악재는 활동을 중단한 배우들이 다시 무대에 복귀하는 기회와 신인 배우들을 대거 육성하는 성과도 가져왔다. 전주와 군산에서 6개 극단이 참여한 제11회 전북소극장연극제는 창작극이 없었지만, 고(故) 박동화 선생의 추모 25주기를 맞아 선생의 작품 '나룻터'(창작극회)를 무대화해 호응을 얻었다. 익산극단 '작은소동'과 연극협회 익산시지부가 마련한 제1회 익산청소년연극축제도 주목을 모을만했다.
임실 출신 의병장 이석용을 조명한 '선비와 칼'(창작극회), 부안 여류시인 이매창의 삶과 사랑을 그린 '이화우 흩날릴 제'(명태) 등은 이 지역 역사인물을 무대화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김제자활후견기관 김영배 관장과 극단 배우세상의 김갑수 대표는 저소득층을 위한 문화복지 사업에 의기투합해 연극 '통북어'를 기획, 전국 10개 도시 순회공연에 나섰다. 전주공연이 있던 지난 3일은 도내 각지에서 몰린 관객들로 성황을 이뤘다. 11월 중순 일주일 동안 전주 창작소극장에서 '어린이 초청공연'을 펼친 인형극단 까치동은 지난해와 달리 전남 일대와 진안 등 농촌 순회공연을 중심으로 활동하며 문화 소외지역을 찾았다.
직장인극단 '심심'의 창단과 전주시립극단이 올해 초 마련한 '일반인 대상 연기 워크샵'은 시민들에게 한발 다가선 소중한 시도였다.
○ 초청연극 호황, 한옥마을 마임축제로 이어져
국립 모스크바 중앙인형극장의 인형발레극 '호두까기 인형'과 체코만화연극 '에피소드 IN 블랙라이트', 극단 목화의 '내 사랑 DMZ', 박정자씨가 주연한 '19 그리고 80', 극단 사다리의 '내친구 플라스틱', 극단 수레무대의 '꼬메디아' 등 해외와 타지역의 연극무대도 잇따랐다.
마임이스트 마르셀 마르소와 국내 마임의 개척자인 유진규씨의 전주공연은 척박한 지역 마임환경에 활기를 불어넣었고, 지난 10월 열린 '한옥마을 마임축제'는 민간주도의 전문예술제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 전북연극의 힘 과시한 잇단 수상소식
극단 창작극회의 '상봉'은 이례적으로 연출상(류경호)·희곡상(최기우)·연기상(김순자)을 휩쓰는 경사까지 겹쳐 전북연극의 탄탄한 역량과 전통을 다시 확인시켰다.
'2003 대한민국 과학축전'에 초청된 전주예술고 과학연극동아리는 과학연극 '이중나선'을 무대에 올렸고, 전주여상은 전국청소년연극제에서 2회 연속 최우수작품상을 차지하며 지역 연극의 희망찬 미래를 그렸다. 전북출신 극작가 노경식씨는 '동랑 유치진 연극상'을, 백제예술대 장성식 교수는 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가 '올해의 최우수 예술인'으로 선정됐다.
○ 다양한 주제의 영화제 이어져
'자유·독립·소통'을 주제로 35개국 1백70편의 영화·다큐멘터리를 소개한 전주국제영화제(4월25일∼5월4일)는 올해 의미 있는 성과를 얻었다. '대안'을 중심축에 걸고 예술영화제를 지향한 영화잔치가 '필요조건'을 충족시키면서 정체성과 당위성을 확보한 것. 낯선 영화·어려운 영화로 닫아두었던 시민들의 시선이 열리면서 영화제의 필요성을 묻는 볼멘소리도 줄었다. 하지만 홍보전략이 없어 일반 시민들을 스크린 앞으로 끌어들이는데 실패했던 점이나 다른 도시의 영화제 신설, 영화제 중반이후 이어진 영상·티켓 등 각종 사고들은 해결해야할 과제로 남았다.
전주시민영화제·전주인권영화제·전북여성영화제·전북퍼블릭액세스시민영상제·우석청소년영화제·골방영화제 등 크고 작은 영화제도 성격에 걸맞는 특별한 주제를 걸고 행보를 이었다. 전주아중문화의집을 선두로 한 문화공간들의 영화상영 릴레이도 호응을 얻었다.
○ 영상산업으로 한 걸음
올해 27편의 영상물 제작을 유치해 전북의 이미지를 영상으로 옮긴 전주영상위원회의 활동도 눈에 띈다. 특히 봉동 과학산업단지·부안 계화도 등을 활용한 오픈세트 유치는 괄목할 만한 성과. 또 영화시사회 정례화 바람은 전주가 영화산업에 경쟁력이 있음을 증명하는 한 사례로 꼽힌다.
1960년대 이후 지역 최초의 장편영화제작사인 ㈜자연영화사 설립도 화제였다. 이 달 초 민·관·학 교류협정을 맺고 실화를 토대로 한 첫 작품 '용서'(가제)의 제작에 돌입했다.
예산·공간 등을 이유로 1년 넘게 터덕거린 JIFF테크 개관도 한 성과다. 당초 기대했던 시네마테크보다 축소 개관돼 아쉽지만 전주영화제·전주독립영화협회·온고을영화터를 주축으로 지역 영화인프라 구축을 위한 첫 걸음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인 시각이다. 전주 고사동 '영화의 거리'를 축으로 도내 상영관들의 멀티플렉스화도 급속도로 이뤄졌다. 지난 18일 지역 영상산업 정책대안 및 비전제시를 목적으로 창립된 '전북영상산업교수협의회'는 전북 영상산업에 청신호를 제시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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