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들어 지난 6월2일 프롤로그로 장을 연 '전북여성인물사'는 거의 매주 한번 독자들에 선을 보이고 지난 23일자 제 24회로 마감을 지었다.
해방 이후를 기점으로 현존하는 인물까지 전북지역에 내로라 하는 여성들을 인물 중심으로 접근해나가려 했다.
프롤로그를 통해 남성들의 활동상에 묻혀서 제대로 빛을 발하지 못했던 여성들의 이름을 한명씩 불러주어서 시대적인 상황에서 다른 사람들보다 먼저 깨어서, 먼저 느껴서 선봉에 설 수밖에 없었던 이 지역 여성들의 삶을 들여다보겠다고 밝혔다.
역사 기록으로서 임영신 등 옛 인물에서 부터 올해 숨을 거둔 함경숙에 이르기까지 먼저 활동했던 사람들에 비중을 두고 더텨나가고자 했다.
그러다보니 오히려 현재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여성들의 얘기가 제대로 다뤄지지 않은 아쉬움이 남는다.
여성 정치인으로서 초대 정무 제2보좌관을 역임한 김제 출신의 김정숙 3선 국회의원과 현 최정희(남원) 전국구 의원, 조배숙(익산) 전 전국구 의원 등이 바로 그들.
또한 기획난 사정상 경제분야에서 한풍제약 대표 유근영, 한양물산 대표 박성숙, '토끼 아가씨'오영자 등 다 다루지 못하고 넘어갔고, 무용의 육완순, 판소리의 박초월 김소희 오정숙, 문학의 양귀자 은희경 신경숙 그리고 가사문학의 고단까지 싣지 못한 여성인물들은 훗날을 기약해본다 .
연재해 나가는 가운데 직계 자손들의 생사여부 조차 불확실한 경우도 있어서 이 땅에서 숨쉬는 후배 여성으로서 안타까움이 더했으며, 취재하기 몇개월 전만 해도 생존해 있었으나 취재 당시엔 작고한 여성도 있었다. 또한 원영애 강복실 정영애 등 건강이 매우 좋지 않아 요양 중인 여성들도 늘었다.
특히 여성농민 인물에 관련된 기록은 없어 발굴하다시피 했으며 보도 뒤 각계에서 자칫 잊혀졌던 인물들, 그러나 전북농민사와 전북역사에 남을 인물을 언급해줘서 고맙다는 전화를 받았다. 이 지역 태생으로 타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여성들은 고향의 정을 일깨워줬다며 고향생각이 더욱 간절하다는 전화도 받았다. 또한 많은 사람들이 이런 사람도 있었나, 까마득하던 이름을 상기시켜줘서 고맙다, 매우 뜻깊은 일이다는 반응이 컸다. 여성계도 이 땅에 어떤 여성들이 어떤 활동을 했었는지에 대해 거의 모르고 있었는데 훌륭한 여성들의 삶을 어렴풋이 들여다보게 됐다며 기뻐했다.
연재하는 동안 전북지역에 여성 관련한 이렇다할 만한 기록물이 없어서 이 지역 여성들의 삶을 제대로 조명해오지 못한 문제점도 절감했다. 기록 보존의 중요성을 또한번 깨닫고 이 기획물이 전북지역 여성사의 정리에 밀알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몇 생전 기록물을 전북여성사(1995년 6월1일부터 12월31일까지 전북일보 게재, 허명숙기자 씀.)에서 도움받았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여성 가운데는 전북의 여성인물로 꼽히기에 부족한 인물이니까 자신을 언급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하면서 입도 떼려 하지 않는 여성도 있었다.
전북지역 대한부인회 초대 회장으로 사회활동, 애국운동을 벌였던 고 차영민에 관한 기사가 나가고 난 다음 조카라고 밝힌 차광혜 씨를 전주시 고사동 동네 여약사의 주선으로 자택서 만나 고모 차영민의 삶을 생생하게 들었다. 70대 후반의 차 씨는 자식들 다칠까봐 북한군에 자수 후 심한 고문 끝에 참변당했으며 고모와 고모부의 시체는 말로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망가져 있었다면서, 심한 당뇨로 몸이 편치 않아 자신이 죽으면 전주 다가공원에 있는 고모 기념비조차 돌아볼 사람이 없을 것이라며 눈물을 훔쳤던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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