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 해를 꼼꼼하게 정리한 문학단체와 동인회의 기관지(동인집)가 새해 벽두 쏟아졌다. 쌀쌀한 날씨에도 촘촘히 어깨를 맞댄 회원들의 열매가 생생하게 살아있어 반갑다.
홀로서기 또는 마주보기-동인지
회원들의 화려한 등단이력으로 2003년을 흐뭇하게 보낸 행촌수필문학회(회장 이종택)의 '행촌수필'. 회원들의 수필을 '행촌가족 수필산책'이란 제목으로 엮어 유난히 정겹다. 유상신씨의 '애들아, 황금똥 누어라'에 담긴 글쓴이의 똥 철학과 똥 인사법은 필독 페이지. 회원들의 한해살이를 엮은 화보집과 등단작품들도 한 섹션으로 묶었다.
전주시립도서관 부설 온고을시민대학 문예창작반(지도교수 김동수) 수강생들로 구성된 온글문학회(회장 최정아)의 '온글'도 회원들의 한해살이와 계절별 행사를 담은 화보집과 등단작품들을 한 테마로 엮었다. 정일근 시인과의 인터뷰, 우리고장의 얼을 찾아서(진안 이산묘·전주 금석) 등 특집이 많다. '3집을 내면서 삼각형이 되었다. 앞으로 사각형, 오각형, 동그란 원으로 끝없이 이어질…'하는 이혜숙씨의 편집후기가 참여자들의 마음을 대신한다.
금요시담동인회(회장 박영택)의 '금요시담'은 불가사리·피조개·개불·소라귀 등 바다의 산물을 소재로 한 김기찬 시인의 발랄한 상상과 '층층이 동백 붉다'('목탁꽃' 부분)처럼 과감한 생략이 돋보이는 유대준 시인의 시편들에 특히 눈길이 간다. '달하 노피곰 도다샤'를 제목으로 11편의 연작시를 소개한 김현조 시인의 공력도 만만치 않게 시화집을 감싼다.
1997년 문학동아리 '달마을 글동산'으로 발족한 전주기린문학회(회장 정기환)의 '기린문학'은 제6회 한림문학상 수상자인 이기반 시인의 대표작과 지난 여름 세상을 등진 수필가 황문성씨의 유작·추모글을 추모특집으로 엮었다.
문학단체 결속력 다지는 글감 잔치-기관지
가장 쉬울 것 같으면서도 쉽지 않은 게 아동문학. 전북아동문학회(회장 심재기)의 두번째 기관지는 '꽃마음 내마음'을 제목으로 냈다. 대부분의 글이 소석호씨의 동화 '산중의 방귀시합과 줄다리기' '곰돌이 형제'처럼 '아동'이 아니어도 피식 웃음이 날만큼 새롭다. 심 회장의 '문학을 하는 사람들은 자연 속에서 또는 인간의 삶 속에서 캐고, 다듬고, 끊임없이 혼을 불어넣어 문학이란 예술을 창조한다'는 권두언에 울림이 깊다.
전주문인협회(회장 조기호)의 스물 한 번째 기관지 '문맥'. 회원들의 알토란같은 결실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소설가 염상섭의 1930년 전후 경향을 이해할 수 있는 단편소설 '세 식구'와 박은주·시소향·송희·심옥남·임춘자·유인실·은송 등 일곱 명의 여류시인들을 특집으로 앞세웠다. 차갑고 날카로운 시어를 사용했지만 따뜻한 감성을 담아낸 임춘자씨의 시작노트와 시의 '포근한 품에 기대어'(장태윤의 '고덕산 가는 길' 부분) 볼 것을 권한다.
군산 문학의 풍성함을 자랑한 군산문인협회(회장 황현택)의 '군산문학'. 이번 제19호는 장화자 시인의 시집 '존재의 텃밭'을 특집으로 했으며, 안도현 시인의 시평을 함께 실었다. 출향문인인 김봉렬 전 군산지회장의 시 3편도 초대시로 담았다. 제7회 군산 벚꽃백일장 전북대회 수상작품들은 특별부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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