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해 풍성한 공연무대를 올렸던 도내 예술단체들이 올해도 적지 않은 공연무대를 올린다. 현재 심사가 진행중인 무대공연작품 제작지원사업 공모에 참여한 사업만도 모두 49개(연극 12, 음악 11, 무용 10, 국악 16). 지난해보다 숫자는 줄었지만, 내실을 다진 대규모 공연들이 더 늘어났다. 특히 올해 지원사업은 '많은 단체에 고루 나누어주던 방식에서 탈피해 우수선정작품을 집중지원하는 방식으로 운영방침을 바꾸면서 대형무대를 기획해놓고도 재정적 부담으로 어려움을 겪던 도내 예술단체들이 실질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는 관립단체를 비롯해 기획공연이 늘어날 전망. 도립국악원·국립민속국악원·남원시립국악단 등 관립단체들은 정기적인 상설공연 강화에 나서는 한편 지역의 역사를 형상화하는 공연물을 제작한다. 특히 올해는 판소리의 유네스코 무형유산 지정과 관련해 국악부문에서도 기획공연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올해 공연무대의 특징은 지역의 역사를 조명하는 작업.
극단 창작극회(대표 홍석찬)는 올해 가을, '조선의 모반자'로 알려져왔지만 최근 새로운 해석이 잇따르고 있는 조선조 인물 정여립(鄭汝立·1546∼1589)의 삶과 역사를 무대에 올린다. 아직도 전라도에 대한 편견을 부추기는 '정여립'을 연극무대에서 본격적으로 조명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익산연극협회(회장 이도현)는 익산시와 함께 백제 마동과 신라 선화공주의 설화가 담긴 '서동요'의 틀을 새롭게 짠다. 기존 성인극으로 만들어진 서동요를 아이들의 정서에 맞춰 재창작, 익산소재 5개 초등학교를 선정해서 초등학생들과 지역의 연극인들이 연극을 준비하고 무대에 오른다. 같은 내용의 극이지만 배우가 다른 5번의 공연이 올려진다는 것이 특징. 이도현 회장은 "이번 공연은 대본의 곳곳에 아이들이 토론을 통해 직접 대사를 만들어 넣는 장면과 아이들의 순수한 감정이 표현될 수 있도록 극을 쉽게 배열해 연극을 통한 교육적 효과를 배가시키겠다”고 소개했다.
남원시립국악단(상임연출 오진욱)은 4백여년전 정유재란 당시 일본으로 끌려간 도공들의 혼을 되살리는 무대를 마련했다. '만복사저포기'와 '남원골 이야기'에 이은 남원전 시리즈 세번째 무대다.
일본에서 고향인 남원을 그리워하며 불렀다는 노래('오나리 오나리쇼셔 마일에 오나리쇼셔 졈그디도 새디도 마라시고 새라난(나난) 마양 당직에 오나리쇼셔')로 알려진 남원 도공의 역사를 통해 조선시대 큰 도시였던 '남원도호부'의 위상을 조명하는 작업이다. 연출 오진욱씨는 "남원이 가진 도예의 혼을 되살리는 것 외에도 '흥부전' '춘향전' '변강쇠전' 등 남원을 모태로 한 판소리 설화들을 적극적으로 극에 삽입해 판소리의 역사를 함께 찾아보는 작품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도립국악원(원장 이호근)과 남원국립국악원(원장 곽영효)은 단원들이 총 출동하는 창극무대를 기획한다.
지난해 소리축제에서 정통창극 '심청'을 선보인 도립국악원은 올해 '흥부전'을 준비중이다. 소리축제 기간 새로운 소리축제 집행부와 더불어 전북을 대표하는 공연을 만들겠다는 의욕이다. 김정수 상임연출은 "3월부터 3개 예술단의 내실을 다진 다양한 공연무대가 이어질 예정이며, 가을 '흥부전'을 통해 정통창극의 진수를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남원국립국악원은 기존 다섯 바탕의 눈대목을 접목시킨 색다른 창극 '다섯바탕전'(가칭)을 선보인다. 지난해 창극 '가왕 송흥록'에서 선보였던 '다섯 바탕 눈대목 활용하기'가 한층 업그레이드된 무대다. 역시 지기학씨가 대본·연출자로 참여한다.
오는 8월 창작오페라 '춘향'의 서울세종문화회관 공연을 준비중인 (사)호남오페라단(단장 조장남)은 10월경 오페라 '동정부부 요한 루갈다'를 올린다. 조장남 단장은 "카톨릭예술단과 전주시립극단이 국악창법이 가미된 뮤지컬로 선보인 작품이지만, 오페라의 형식으로 재구성해 전혀 다른 느낌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소개했다. 김정수씨(도립국악원 상임연출)가 대본을 맡고, 이철우씨(울산대 겸임교수)가 작곡자로 참여한다. 또 이태리의 연출자·지휘자·성악가들과 한국의 성악가들이 함께 실력을 겨룰 푸치니의 오페라 '라보엠'도 준비중. 이태리와 한국의 예술가들이 한 무대에 오르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크다.
인형극단 까치동(대표 전춘근)이 준비하고 있는 인형창극도 기대를 모은다. 요즘 아이들에게 나타나는 왕따 등의 문제를 소재로 한 동화와 판소리 다섯 바탕의 눈대목을 결합시킨 창작극. "한지를 이용해 제작한 인형들이 창을 하고 연기를 하는 상상만으로도 전혀 색다른 감흥을 안겨줄 수 있을 것”이라는 전춘근 대표는 "전주의 대표 문화상품이 될 수 있도록 의욕을 다지고 있다”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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