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이라는 말에 아이들은 금세 웃음꽃이다. '똥'은 생각만으로도 즐거운 모양이다. 14일 오전 11시 권정생의 베스트셀러 동화를 원작으로 한 연극 '강아지똥'의 전주 첫 공연.
거창한 수식어에 쌓여 있던 작품들을 감상하게 되면 보통 '과장광고'라는 단어부터 떠오르게 마련이지만, 순진하고 영롱한 아이들의 눈망울을 연상시켰던 이 무대는 '순수광고' 그대로였다.
공연을 본 이들은 대부분 만족스런 미소. '강아지똥'은 길가에 버려진 강아지똥이 따돌림을 당하다가 민들레를 키우는 훌륭한 거름으로, 아름다운 민들레꽃을 피울 수 있는 소중한 영혼으로 거듭난다는 내용의 동화. 익숙한 내용이지만 대사가 거의 없는 넌버벌 퍼포먼스로 변신한 공연의 감동은 특별했다.
"울트라 캡쑝 재미있어요” "이처럼 귀여운 똥, 용감한 똥, 어여쁜 똥이 또 있을까” "애들은 더럽다고 하지만 넌 참 중요한 존재란다” "민들레는 너무너무 착하고 강아지똥에게 많은 것을 알려주어서 너무너무 기분이 좋아요” "강아지똥이 용기를 잃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똥이 왜 이렇게 예뻐요?” "똥을 사랑하게 됐어요”
극은 시종 잔잔하게 흐르지만 아이들의 시선은 배우의 몸짓을 놓치지 않았다. 가사는 단조로웠지만, 아이들이 한번쯤 생각하게 될 만큼 가사의 내용이나 선율이 안기는 정서도 충분히 풍요로웠다. 다만 아쉬운 건 이해하기에 조금은 어렵게 느껴지는 몇 가지 몸짓. 그래도 아이들의 표정에는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는 않는다는 게 이번 공연이 가진 또하나의 미덕이다.
전주의 무대를 통해 아이들과 함께 민들레꽃을 피울 수 있는 기회. 이 꽃씨를 받을 수있다면 행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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