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시민영화제(조직위원장 조시돈)가 새로운 시작과 거듭남을 의미하는 슬로건을 내세우고 네 번째 영화제를 위한 기지개를 켰다. 올해 슬로건은 'Ctrl+Alt+Del'(컴퓨터 제어기능). 컴퓨터 세대로 대변되는 현재 세대들과 디지털 카메라 보급으로 새로운 영상문화를 시작하는 세대들을 아우르는 이 슬로건은 "표면적 행위인 '컴퓨터 부팅'을 통해 예전의 것들을 회복시키고 새롭게 해석하는 의미와 새로운 시작을 각인시킨다”는 전주시민영화제의 의지가 담겨 있다.
전주시민영화제는 15일 오전 11시 전주문화산업지원센터 세미나실에서 '제4회 전주시민영화제 개최설명회'(3월 23일부터 27일까지)를 열고 올해 영화제의 특징과 세부 계획안을 발표했다.
지역·지방분권(Localization)과 교류(Network), 교감·연대(Relation)를 표방하는 영화제는 전북에서 기반한 영상물과 홍콩과 태국, 부산과 대구 등 각 지역의 독립영화들로 시민들을 초대한다. 올해 가장 큰 특징은 다양화와 투명성. 해외 영화제와의 교류를 통해 시각을 넓혔고, 경쟁부문의 심사위원을 사전 공개해 참가자들에게 '선택의 자유'를 부여했다. 또 시민참여 기회를 확대하고 참가자들의 영상에 대한 기운을 북돋기 위해 다양한 형태의 상을 신설했다.
'온고을'과 '프로포즈' 두 섹션으로 나뉘는 올해 상영작은 70∼80여편 규모. 메인프로그램인 온고을 섹션은 전북을 기반으로 제작된 작품을 극영화·다큐멘터리·애니메이션으로 구분해 다음 달 2일까지 접수, 상영한다. 공모된 작품의 다수 상영을 원칙으로 하며, 영화제의 컨셉과 연결시켜 활성화함으로써 지역과 독립을 지향하는 영화제로서의 성격을 명확히 한다는 계획. 본선 심사위원은 김건(위원장·전북대 영상아카데미 교수), 임창재(영화감독), 조영각(서울독립영화제 집행위원장), 홍효숙(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 와이드앵글 담당 프로그램 코디네이터) 등 한층 강화된 전문가 그룹으로 구성됐다. 김건 심사위원장은 "시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을 바탕으로 연출력과 아이디어, 지역색 등이 주요 심사원칙”이라고 밝혔다.
국내·외 작품 중 예술성과 내용에서 기획과 내용이 일치하는 상영물을 선정해 소개하는 '프로포즈' 섹션의 확대는 특히 주목할만하다. 제1회 영화제부터 기본 개념으로 이끌어온 '지역'의 의미를 보다 강화해 국내를 넘어 홍콩(IFVA)·태국(TIFVF) 등 해외 영화제와 연계해 작품들을 초청 상영한다. 또 전주시민영화제 작품들을 선정해 태국과 홍콩의 영화제에서도 상영함으로써 이들과 교류하고 담론하는 장을 이끌어 낸다. 부천영화제의 한 섹션인 'Pisaf'의 상영작을 중심으로 한 애니메이션도 '프로포즈'의 한 테마. '독립영화 감독주간'은 지난해 다큐멘터리를 촬영하다 숨진 조은령 감독에 대한 회고전이다.
조직위가 내세운 올해 또하나의 특징은 온고을 섹션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시상내역을 대폭 확대한 것. 대상인 'JCFF Sprit'상은 지원금을 지난해 절반수준인 1백만원으로 축소했지만, 각 부문에 1편씩 시상했던 온고을상을 다큐멘터리 부문은 '도발, Attack', 극영화 부문은 '프론티어', 애니메이션 부문은 '영화, 날다'라는 각 특성에 맞는 이름을 붙였다. 이들에겐 지난해와 같이 각 50만원의 제작지원금을 지급한다.
본선 수상작 외에도 관객심사단의 심사에 의해 선정하는 '푸른 시선', 지역 언론사 기자들에 의해 선정하는 '붉은 시선', 일반 관객들의 투표에 의해 선정하는 '씨네 웨이브(인기상)', 영화제 기간 동안 진행하는 쫌만 더 기금을 통해 선정하는 '쫌만 더 기금 상', 관객심사단의 심사를 통해 가장 인상깊은 연기를 보였던 배우를 선정하는 '리얼 액터(Real Actor)상', 자원활동가들이 영화제에 가장 많은 애정과 관심을 쏟은 관계자에게 주는 'JCFF Angels' 등 지역민이 만드는 영화제다운 유쾌한 상들이 추가됐다.
조시도 위원장은 "실질적인 제작지원과 지역 작가들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이들의 창작의욕을 높이고자 한다”며 "본선 심사단 외에 관객심사단·지역 언론사 기자·일반 관람객들 등 다양한 관점들을 수용함으로써 보다 다각적인 접근을 시도하겠다”고 밝혔다. 또 "내실을 다시고 충실하게 준비해 전주시민들에게 꼭 필요한 영화제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문제는 열악한 재정. 올해 전주시의 지원이 약간 늘었다고 해도, 시민들의 후원금이 주요 재원이던 전주시민영화제가 빈곤한 지역의 경제현실에서 적절한 규모의 재정을 얻어낼 수 있을지 우려의 소리도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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