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은 원숭이의 해. 우리나라 산천에서 원숭이를 찾을 수는 없지만 동네 비디오·DVD 대여점에는 원숭이들 산다. '원숭이 볼기짝' 같이 재미있는 영화 속에서…. 하지만 아쉽게도 언어 유희적인 소품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주역으로 등장한다고 해도 바이러스를 유포시키는 악역이나 인간을 지배하려는 못된 성질이 강조된 부정적 이미지다. 그렇다고 해도 한 해를 설계하는 '설'이기에 영화 속 원숭이를 찾아 대화를 나누면 편안한 한 해가 될 듯 하다.
대표적인 언어유희는 '브루스 올마이티'(감독 톰 세디악·2003)에서 들려준다. 신의 능력이 주어진 브루스(짐 캐리)에게 불량배가 던진 농담. "내 엉덩이에서 원숭이가 나오면 사과하지”. 브루스는 건달의 항문에서 원숭이를 빼내고 또 넣는 신기한 마술(?)을 보여준다.
온갖 유머들이 뒤범벅된 '제이 앤 사일런트 밥'(감독 케빈 스미스·2001)은 정신 없이 웃다보면 어느새 끝나버리는 유쾌한 영화다. 잃어버린 명성을 되찾기 위해 할리우드를 찾아간 만화가들이 섹시한 4인조 다이아몬드도둑, 탈출한 오랑우탄과 마주치면서 벌어지는 해프닝. DVD에는 유쾌한 해설을 들려주는 음성해설과 삭제장면, 개그 릴, 제작 뒷이야기 등 속이 꽉찬 서플들이 잔뜩 채워져 있다.
어린이들과 함께 영화를 고른다면 아슬아슬한 천 한 조각만 몸에 걸치고 밀림을 비집고 다니는 '타잔'(감독 케빈 리마·2000)과 그의 친구 고릴라를 만나는 것도 좋다. 디즈니사가 만든 애니메이션 중에서 원작에 가장 충실하다는 평. 애들 만화라고 무시했다가는 완성도와 재미 면에서 깜짝 놀라게 된다.
원숭이와 영화에 대한 또하나의 기억은 바이러스다. 1976년 아프리카 자이레에서 출현해 2백80명의 목숨을 앗아간 에볼라 바이러스를 소재로 만든 '아웃브레이크'(감독 울프강 피터슨·1995), 1996년 5억의 사람을 죽인 원인 모를 치명적인 바이러스를 상상했던 '12 몽키즈'(감독 테리 길리엄·1996), 영국을 배경으로 원숭이들이 퍼뜨리는 '분노 바이러스'를 소재로 한 공포영화 '28일 후'(감독 대니 보일·2002) 등이다.
더스틴 호프만·르네 루소·모건 프리먼, 브루스 윌리스·브래드 피트, 실리언 머피·나오미 해리스 등 스타들이 출연한 히트 영화여서 재미도 그만이다. 특히 '12 몽키즈'는 골든 글러브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브래드 피트의 정신이상자 연기와 오프닝곡인 독특한 러시아 풍의 잔잔한 트로이카 음악이 돋보인다. 그러나 한국의 화물선 '태극호'와 선원들이 치명적인 바이러스를 옮기는 악역으로 출연하는 '아웃브레이크'는 씁쓸함이 크다.
원숭이를 소재로 한 대표적인 영화는 1968년 프랭클린 샤프너 감독이 첫 선을 보였고, 2001년 팀 버튼 감독이 리메이크한 '혹성탈출'이다.
먼 미래의 지구는 원숭이가 인간을 지배하는 세상이라는 끔찍한 상상에서 출발한 영화. 핵전쟁으로 인류가 멸망한 후 지능이 발달한 원숭이들이 미개한 인간들을 노예로 부리는 장면부터 시작된다. 영화 속에서 인간을 하등 동물로 멸시하는 원숭이는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사람을 차별하는 인종주의에 사로잡힌 인간의 은유이며, 영화의 이면은 과학 문명을 실랄하게 풍자하고 있다. 특히 원숭이를 피해 탈출한 주인공이 맞닥뜨리게 되는 결말은 영화사에 남을 명장면으로 꼽힐 만큼 충격적이다.
또 리메이크 작품은 전작보다 더 화려해진 특수 효과와 분장 덕에 모두다 똑같은 모습을 하고 있던 원작과 달리 유인원마다 각각 독특한 얼굴을 가지고 있으며, 다양한 표정연기도 보여준다. DVD는 1백12분 분량의 본편 외에 배우·음악감독·메이크업 아티스트 등의 음성해설과 다큐멘터리 '혹성탈출 탄생스토리', 6개의 극장용 예고편, 혹성탈출 탄생스토리 등이 부록으로 담겨 세배돈 받듯 재미가 쏠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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