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문(千字文)'은 이름만 널리 알려진 책이다. 명필 한석봉의 글씨로 쓴 '석봉 천자문'은 예나 지금이나 어린 학생들을 들볶지만, 시대가 바뀌면서 일천 개의 글자를 다 익히는 이가 드물어졌기 때문이다.
소설가 박범신씨(58·명지대 문예창작과 교수)는 '천자문'(김성동 지음·청년사 펴냄)을 읽고 있다. 변함이 없던 고전에 '하늘의 섭리 땅의 도리'란 부제를 달았고, 요즘 시대에 맞게 재해석해 새 옷을 입힌 현대식 천자문이다.
박씨는 한자를 공부하는 책이라는 생각을 버리고 읽어야 하며, "저자가 여덟 개의 글자마다 붙여놓은 짧은 에세이를 꼭 챙겨야 한다”고 권한다.
"짧은 단문들이지만 시사하는 바가 많습니다. 세상사는 도리와 사람답게 사는 것이 무엇인가 일러주는 책입니다. 정치가들이라면 더 소중하게 간직해야 할 명문들이 있을 겁니다”
천자문을 다 읽지 않으면 종아리에 멍이라도 내겠다는 '훈장식 언급'은 아니었지만, 박씨의 나지막한 목소리에선 책에 대한 강한 믿음이 엿보였다. 그의 말처럼 작가가 들려주는 이야기의 범위와 소재는 다양하고, 친근하다. 박씨는 특히 "저자 자신의 어린 시절을 고백한 부분들은 감동스러운 부분이 많다”고 말한다. 또 책은 다양한 고서들과 내용을 이해하는데 필요한 이미지들이 실려 있어 '한자' 하면 낯설고 고루하다는 생각에 거부감이 먼저 들었던 독자들이 좀 더 쉽게 한자에 다가갈 수 있도록 배려했다.
박씨는 현재 강원도 원주에 있는 토지문화회관에서 단편소설 '별똥별' 연작과 올해부터 일간지에 연재를 시작한 소설 '나마스테' 집필에 힘을 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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