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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단연주회 갖는 유스오케스트라

유스오케스트라 수석지휘자 '존 쿠로' ([email protected])

 

살랑살랑 불어오는 봄바람에 누구보다 가슴 설레는 이들이 있다. 22일 창단연주회(한국소리문화의전당 연지홀 오후 3시)를 앞두고 있는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유스오케스트라(음악감독 심춘택).

 

마무리 연습이 한창인 지금, 일주일에 세차례 다섯시간씩 가졌던 연습시간은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로 늘어났다. "차렷, 경례”로 시작되는 연습시간. 그 엄격함이 예사롭지 않다.

 

단원들의 나이는 13세부터 23세까지. 파트별 연습과 이어지는 합주로 지칠만도 하지만, 단원들은 진지하기만하다.

 

음악고문 겸 수석 지휘자 존 쿠로(호주 퀸슬랜드 유스오케스트라 음악감독)가 유스오케스트라 첫 무대에 지휘자로 나서고, ASIA Brass Quintet 리더 안희찬씨가 하이든의 트럼펫 협주곡을 협연한다. 시벨리우스 교향곡 1번 등 국내와는 음악정서도 다르고 익숙하지 않은 레퍼토리지만 단원들에게는 도전 정신을, 관객들에게는 새로운 즐거움을 전하는 무대다.

 

창단부터 단원들 지도를 맡아온 지휘자 유영수씨(전 전주시립교향악단 지휘자)와 심춘택 음악감독, 파트별 지도교수 은종표씨(전주시향 단원) 정석구씨(광주시향 단원) 등 성공적인 데뷔 무대를 위해 지도교수들도 똘똘 뭉쳤다. 오케스트라에 쓰이는 열다섯 종류의 악기가 한 무대에 오르고, 2차에 걸친 단원모집을 통해 단원도 82명(정규단원 70명)으로 보강했다. 웅장하고 힘있는 연주를 위해서다.

 

심감독은 "어려운 곡들이라 연습 초기에는 고생도 많았지만, 단원들이 열심히 따라줘 실력이 많이 좋아졌다”고 소개했다.

 

청소년 클래식 음악 교육과 수련 기회가 한정돼 있는 지역 현실에서 청소년들로 구성된 유스오케스트라 창단은 지역 문화계를 튼실하게 하는 밑거름이다. 유스오케스트라 창단으로 뛰어난 역량을 지닌 예비 음악가들의 발견도 큰 소득이다. 힘찬 출발을 알리는 유스오케스트라의 첫 무대가 기대되는 이유다.

 

유스오케스트라 수석지휘자 '존 쿠로'

 

"둘이 싸웠어요?”

 

호흡이 맞지않아 자꾸 실수를 하는 단원들을 꾸짖을 때도 그는 유머가 넘친다. 호주에서 가져온 낡은 악보를 꺼내고, 직접 바이올린을 들고 시연까지 해보이는 일흔한살의 열정적인 지휘자. 어린 단원들의 또랑또랑한 눈망울이 세계 청소년 음악계의 거장 존 쿠로(John Curro)에게 쏠렸다.

 

"아직 실력을 평가하기엔 이르죠. 이제 시작하는 오케스트라에게는 많은 기대보다 가야할 날이 많은 것을 축복해줘야 합니다.”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유스오케스트라 창단연주회 지휘를 맡은 음악고문 겸 수석 지휘자 존 쿠로. 그는 "호주에서 유스오케스트라를 처음 시작할 때는 이보다 못했다”며 22일 세상에 첫 발걸음을 내딛는 유스오케스트라에게 힘을 실어줬다.

 

"나 어렸을 때는 밖에서 흙을 가지고 놀거나 장난감 놀이를 했지만, 지금은 컴퓨터 뿐이잖아요. 음악을 하다보면 협동심·우정과 같은 인성도 저절로 배우게 됩니다.”

 

청소년 음악 분야에서 단연 앞서가고 있는 호주에서는 유스오케스트라를 당연히 거쳐야 할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유스오케스트라 관련 세미나에 참석할 정도로 그는 음악조기교육에 대해서도 의지가 확고하다. 그는 청소년오케스트라를 통해 어려서부터 음악에 대한 다양한 인연을 맺을 수 있고, 나아가 지역사회에 감성적인 분위기를 더할 수 있다고 말했다.

 

1966년 호주 청소년교향악단 퀸즐랜드 유스오케스트라를 창단해 최고 수준의 음악단체로 성장시킨 그는 "38년간을 매일 시작하는 기분으로 살아왔다”고 말한다. 어느새 성장해 유스오케스트라를 떠나는 단원들과 빈 자리를 채우는 새 단원들은 40여년이 지난 지금도 그를 새롭게 시작하게 만든다. '죽을 병에 걸리고나면 빠르게 전염되는 것'처럼 그는 청소년교향악단에 무섭게 매료됐다.

 

이번 창단연주회를 위해 존 쿠로는 무소르그스키의 '민둥산의 밤'과 시벨리우스 교향곡 1번을 선택했다. 유스오케스트라의 연주를 CD에 담아 수시로 실력을 확인하며 준비했지만, 그는 이번 레퍼토리 선정을 실수라고 말했다. 모든 파트들이 참여할 수 있는 곡이야말로 시작하는 팀의 화합을 도울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익숙치 않은 레퍼토리가 단원들을 꽤 힘들게 했던 것이다. 그는 "파트별 연습과 체계적인 교육 등 역사가 조금씩 쌓이다보면 훌륭한 오케스트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며 "최선을 다해 좋은 공연을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여러 교향악단을 지휘하다보니 그 수준에 상관없이 연주자들의 사랑과 열정을 공통적으로 발견할 수 있었다는 존 쿠로. 그는 한국의 예비음악가들에게 꿈과 비전, 그리고 음악에 대한 열정을 심어주고 싶다.

 

유스오케스트라 막내단원 한경민양

 

"무대에 오르는 건 별로 안 떨리는데, 존 쿠로를 만나는 건 기대되요.”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유스오케스트라 첼로 파트의 한경민양(13·중앙중 입학예정). "첼로를 더 열심히 하고싶어 오디션을 보게됐다”는 경민이는 유스오케스트라의 막내다. 초등학교 1학년 때 첼로를 시작해 벌써 6년째 첼로의 매력에 빠져있는 경민이는 전북어린이오케스트라에서도 활동했었다.

 

경민이의 꿈은 '첼리스트'. 첼리스트 앞에 '세계에서 제일 가는' '유명한' 이란 수식어를 붙일만도 하지만, 경민이는 첼로를 연주할 수만 있다면 행복할 것 같다고 어른스럽게 말한다. 힘든 연습도 첼리스트가 되기위한 당연한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레슬리 파나스의 마스터클래스에도 참여했던 경민이는 "유스오케스트라 단원이 되니까 훌륭한 연주자도 만나고 다양한 경험도 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경민이의 고모 역시 첼리스트. 전주시향 단원이었지만 지금은 캐나다로 유학간 한인천씨다. 새봄을 기다리는 열세살 경민이에게는 중학교 입학보다 이번 창단연주회가 더욱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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