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완동물'하면 강아지를 떠올릴 만큼, 애견이 주도하고 있는게 국내 애완동물 시장의 현주소다.
초창기 동물애호가들 사이 인기를 끌었던 조류나 어류는 사향길에 접어든 지 오래. 고양이 애호가들도 꾸준히 늘고 있지만 아직 애견에 비할 데는 못되고 있다.
미니돼지나 이구아나, 원숭이 등 이색 애완동물이 뜨고 있는 사이, 애견 시장 시장은 현재 2조원대로 추정될 만큼 해마다 고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애견 열풍으로 애견 사업이 유망 창업 직종 '1순위'로 꼽히면서 애견 미용실 등 관련 분야도 들썩거리고 있다.
애견 전문점들이 촘촘히 들어선 '애견 타운'과 '애견 거리'도 이색 볼거리다.
애견 시장의 양적 성장은 도내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최근 전주 서노송동 일대에 애견 상권이 조성되고, 애견 직거래 장터도 등장했다.
요즘 애견 사업은 전문점과 동물병원의 경계가 사라지고 있는 게 특징. 단순히 애완견 거래에 그치지 않고 분양·교배에서 예방접종이나 진료까지 영역이 다양화되고 있다. 특히 애견 전문 미용실은 기본. 애견 취급 업체가 갈수록 대형화되고 있다.
올해 8년째 애완견 사료를 공급해왔다는 임석민씨(50·전주시 삼천동)는 "공급 물량만 놓고 비교했을 때, 초창기때보다 10배 이상 증가한 것 같다”고 말했다.
도내에는 애견 사업에까지 뛰어든 동물병원을 포함한 애완동물 취급업체는 1백여개로 추산되고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얘기다.
애견 전문점 등은 사업자등록만으로 누구나 운영할 수 있어 정확한 실태를 파악하기는 어렵다. 다만 다만 현행법상 감염성 폐기물 배출로 행정당국의 관리 대상인 동물병원 집계만이 가능할 뿐이다.
지난 2001년 전주에만 24개에 그쳤던 동물병원이 최근 34개까지 늘어 도내 애완동물 시장의 성장세를 간접적으로 나타냈다.
이는 수의대 졸업생들이 잇따라 개업하면서 나타난 현상으로 풀이될 수 있지만, 상당수 수의대생이 소나 돼지 등 가축·산업동물 전공을 기피하고 개나 고양이 등 애완동물 전공을 선호하고 있다는 추세와 무관치 않다.
전북대 수의대 조정권 교수(학과장)는 "수입과 업무성격 등을 고려한 불가피한 추세”라며 "졸업생 상당수는 시장 규모가 큰 서울 등 수도권 진출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속적인 성장세를 이어온 애견 시장도 '불황'을 피하진 못했다.
애완견은 구매자 기호에 따른 희소성이나 품종 기준에 따라 적게는 10만원대에서 많게는 1백만원을 호가하며 가격이 천차만별. 경기침체 이후 애견 수요가 크게 줄면서 애완견 값도 떨어졌다.
전주 '화이트애견'의 최민호 사장은 "전반적으로 가격이 예전에 비해 30∼50% 정도 싸게 가격 책정이 이뤄지고 있다”면서 "경기와는 상관없이 일정 가격선을 유지하는 고가 애완견의 경우 구매층의 폭이 얇아졌다는 사실을 실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태어난 지 수 개월이 지나도록 주인을 찾지 못한 애완견이 공짜로 방출되는 현상도 빚어지고 있다.
예년에 비해 애완견 신규 예방 접종건수가 급격했다는 게 한 수의사의 얘기다.
전주 동부동물병원 김병진원장은 "지난해 상반기까지 예방 접종이 꾸준히 늘었으나, 현재 당시의 절반 수준에도 못미치고 형편”이라며 "애완견 치료를 위해 병원을 찾는 손님도 발길이 뚝 끊겼다”고 설명했다.
통상 한달동안 애완견을 키우는데 들이는 비용은 사료·간식비 및 미용료, 병원비 등 20∼30만원에 달한다.
이처럼 만만치 않은 관리비용 때문에 애완견을 기르던 중 포기하거나 아예 길거리로 내다버리는 일도 잦아지고 있다.
애견이 불황에 잠시 움츠려든 사이, 최근 '햄스터'가 인기다. 햄스터를 애완동물로 키우는 대상은 어린이에서 성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수명이 3∼4년인 햄스터는 1천원에서 3천원까지 가격이 저렴하다. 특히 햄스터는 한달에 한번씩 새끼를 낳아 이 때문에 새끼를 되팔아 먹이로 바꿔가거나 용돈을 챙길 수 있어 어린이들 사이에 인기가 높다.
이색 애완동물 뭐가 있나?
애완동물 인기는 최근 경기침체로 잠시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꾸준하다.
희귀한 애완동물을 키우는 이색 동물애호가도 늘고 있다. 하지만 아직 도내에서는 개나 고양이 등 대중화된 '애완동물'을 빼고는 특이한 동물을 찾기란 쉽지 않다. 희귀동물은 그만큼 관리 비용이 뒤따르는 만큼 지역이나 개별적인 경제력을 따지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도내에서 이색적인 애완동물을 꼽는다면 원숭이나 너구리 그리고 이구아나를 들 수 있다.
특히 식생활이 까다롭기로 유명난 원숭이. 원숭이를 키우는 애호가는 소수에 그치고 있다. 일반 동물병원에서는 취급이 어려운 원숭이의 소재 파악을 위해 전북대 수의대 동물병원에 문의해본 결과, 전주와 진안에서 원숭이를 키우는 가정들이 일부 확인됐다.
익산시 오산면의 한 농가에서는 버려진 너구리를 구한 뒤 애완동물로 키우고 있다.
요즘 최고 인기 애완동물은 바로 햄스터와 이구아나. 이중 이구아나는 비타민 합성을 위해 자외선이 필수다. 이 때문에 애호가들은 규칙적으로 햇볕을 쬐게하는 일이 번거롭기만 하지만, 이구아나 인기는 요즘 식을 줄 모른다.
최근 전주시 서신동에 문을 연 이색 애완곤충점. 아이들 사이에 큰 인기다. 애완곤충점에서 취급하는 곤충은 주로 장수 풍뎅이와 사슴벌레류. 가격은 8천원에서 6만원까지 다양하지만, 도시 생활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곤충 구경에 아이들 재미가 솔솔하다. 사슴벌레류는 왕사슴·톱사슴·넙적사슴·애사슴 등 모두 4종류가 있다. 이중 왕사슴이 가장 인기며, 희귀종인 넙적사슴은 키우기가 쉬워 아이들이 주로 찾는 곤충 중 하나.
전북대 동물병원 이미진 조교는 "애완동물 사육에는 그만한 비용이 뒤따르기 마련”이라며 "점차 애완동물을 기르는 애호가들은 늘고 있으나 대도시에서나 볼 수 있는 희귀동물은 아직 미흡한 수준인 것 같다”고 말했다. /홍성인기자
인기는 선진국 수준, 사육·관리는 후진국 수준
핵가족화 여파로 애완동물 인기는 선진국 수준.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병에 들거나 비용부담에 못이겨 애완동물을 길거리에 내다버리거나 사체를 가정용 쓰레기 봉투에 담아 버리는 후진성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날로 커지는 시장 규모에 반해 관련 법규조차 없고, 애완동물 시장은'경제성'등 양적 성장에만 치우친 나머지 관리상의 제도 등은 뒷전이 되어왔기 때문이다.
또 '유행 쫓기'에 휩쓸린 무책임한 사육 의식도 문제다. 막상 키우다보면 신경 쓸일이 적지 않은데도 무턱대고 구매를 했다가 애완동물이 천덕꾸러기 신세가 되기 일쑤고, 최근에는 애완동물이 선물용으로 거래되는 현상도 빚어지고 있다. 버려진 애완동물이 넘쳐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애완동물도 가족이다.”올해로 18년째 애완동물점을 운영해온 김성대씨(43·전주시 경원동).
요즘 애완동물 세태에 대한 불만이 적지 않다. 그는 "애완동물도 하나의 생명이며, 관심과 애정으로 보살펴야할 가족이나 다름없다”며 "즉흥적으로 구입했다 싫증이 나거나 부담이 된다며 유기해 버리는 세태에 씁습함을 지울 수 없다”고 지적한다.
판매상들이 돈벌이에 급급한 나머지 동물 상품화에만 관심을 갖고 이에 편승한 소비자들도 과시용으로 애완동물을 키우고 있는 현 세태에 아쉬움도 토로했다.
애완동물 시장이 '생명 존중'은 뒤로한채 고비용 구조의 성장만을 거듭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심각성이 크다.
이 때문에 주객전도된 애완동물에 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충동구매가 확산되고 명품족까지 양산되고 있다. 고가 사료와 의류, 액세서리, 장난감 등 관련 사업도 호황을 맞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일부 지역에서는 애견 납골당까지 등장했다. 애견 화장과 납골은 불법이지만, 이에 누구도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아직 도내에서는 관련 시설이 들어서 있지 않아 '남일'처럼 받아들여지고 있지만, 인터넷 등을 통한 화장 신청이 이뤄지고 있는 형편이다. 아울러 동물병원에 화장 대행 등 관련 문의도 잇따르고 있다.
애완동물에 대한 이분법적 기준도 문제다.
전주시 환경지도계 담당자는 "현행법상 동물병원을 통해 배출되는 애완동물의 부위나 사체는 감염성 폐기물로 지정돼 행정당국의 관리를 받고 있으나, 가정내 애완동물 사체는 쓰레기처럼 일반 폐기물로 적용돼 관련 법규가 미비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동물 유기를 사실상 방치하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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