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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JIFF]아시아 영화와의 연대에서 세계의 영화로

 

전주는 다시 영화의 계절이다. 우리가 경험했거나 경험하고 있는 삶의 정직한 풍경으로서의 영화와 이상으로서의 영화를 만나는 일은 익숙하면서도 또한 낯설다. 익숙한 것과 낯선것이 교차하는 지점.

 

2004전주국제영화제가 4월 23일부터 5월 2일까지 전북대 삼성문화회관과 디지털 영화상영장인 덕진예술회관, 고사동 영화의 거리에서 열린다. '자유'와 '독립' '소통'을 내세운 전주영화제의 올해 상영작은 35개국에서 찾아온 2백89편. 지난해보다 1백여편이나 늘었다. 양적인 팽창의 풍요로움은 세계 곳곳에서 발견된 짧은 영화들의 눈부신 행진으로 이어진다.

 

5회째를 맞아 전주영화제는 새롭게 변신했다. 먼저 눈에 띄는 변화는 경계 허물기다. 해를 바꾸어가며 찾아왔던 다큐멘터리와 애니메이션 비엔날레는 형식적인 다름으로 분류되어지던 종전의 방식으로부터 자유로워졌으며, 대신 주제 혹은 새로움을 지향하는 표현언어의 같음을 선택해 고루 배치됐다.

 

경쟁부문인 아시아독립영화포럼도 '인디비전'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얻어 전세계의 독립영화로 경쟁대상의 폭을 넓혔다. 아시아 영화와의 연대가 견고해지지 못하는 대신, 독립영화 '발견'의 가치는 강화됐다. 저예산과 진취적인 실험정신으로 만들어지는 다양한 나라 독립영화들은 이제 전주영화제에서 자신들의 새로운 시도와 가능성을 훨씬 더 적극적으로 확인받게 됐다.

 

또하나의 경쟁부문인 디지털 스펙트럼에서도 경계의 존재는 무의미해졌다. 극영화와 다큐멘터리, 그리고 그 경계를 넘나드는 모큐멘터리까지 디지털 작품들은 디지털 매체의 새로운 탐색과 표현으로 영화적 가치를 실현한다.

 

이름까지도 '영화보다 낯선' 으로 붙인 새로운 섹션은 영화적 실체를 만나고자하는 실험적 작업의 결실들이, 또한 '영화'라는 새로운 옷을 입고 소개되는 자리다. 세계적인 아티스트 아이작 줄리앙부터 서른한살로 요절한 한국출신 현대미술작가 차학경까지 스물다섯명의 아티스트이자 감독들이 빚어내는 영화들은 우리에게 영화보기의 신선한 충격을 안겨줄 것이다.

 

낯선영화의 행진은 라틴아메리카의 최대 영화생산국인 쿠바영화 특별전으로도 이어진다. 서구에 처음 쿠바영화를 알린 '소이쿠바'부터 최근의 화제작 후안 카를로스 크레마타의 '나다'까지 다큐멘터리와 단편까지 다양한 형식을 아우른 열일곱편이 소개된다. 아시아권에서는 처음 기획되어진 만큼 영화계의 관심도 높다.

 

일본독립영화의 뿌리로 평가받는 ATG(Art Theater Guild) 회고전도 흥미롭다. 예술영화 배급과 상영을 위해 1961년 만들어진 ATG는 일본 뉴웨이브를 이끈 오시마 나기사와 시노다 마사히로를 비롯해 이시이 소고, 요시다 기쥬 등 대표적인 감독들을 배출해낸 단체다. 이곳에서 만들어낸 11편의 영화와 또다른 단체들이 지원해 제작한 영화들이 '스페셜 스크리닝'에 배치돼 일본독립영화의 역사를 전한다.

 

이제 더이상 새로운 매체가 될 수없는 '디지털'은 올해도 전주영화제 안에서 자유롭고 진취적인 탐색을 계속한다. 특히 디지털의 모바일로의 개입은 일상속에 들어오는 영화의 새로운 모습을 예고한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필름 메이커스 포럼'과 영화와 음악의 만남 '소니마주'는 더 깊어졌다. 카롤린 샹페띠에와 월터 카바요, 정일성 등 세계적인 촬영감독을 초청한 필름메이커스 포럼은 영화제작지망생들을 위한 마스터클래스를 열어 이미지를 포착하고 만들어내는 영상미학의 실천과 담론을 이끌어낸다. 두편의 무성영화가 소개되는 '소니마주'는 프리뮤직의 콘서트를 통해 음악으로 새롭게 해석되는 영화보기의 도전적 경험을 안겨준다.

 

개막작은 민병국감독의 '가능한 변화들'. 5년이란 제작기간을 거쳐 완성된 이 작품은 삶의 모호함과 그 고통의 의미를 찾아가는 영화다. 폐막작은 자본의 억압에서 벗어나 순수예술의 이상향을 추구하던 배우들의 꿈과 좌절을 그린 스페인 영화 '노벰버'다.

 

올해 전주영화제의 시선은 아시아 영화와의 연대로부터 세계 영화로 넓어졌다. 그러나 시선의 궁극적인 지점은 역시 삶의 현실이고, 그것의 지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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