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막작 '가능한 변화들'
올해 전주국제영화제의 개막작은 무명인 신인 감독의 첫 작품이자 6억원 규모의 저예산 영화다. 중년의 늦깎이 감독인 민병국씨(43)의 '가능한 변화들'(무비넷 제작). 2001년 문화일보 신춘문예 당선작이기도 한 이 작품은 30대 중반에 접어든 단짝 친구 문호(정찬 분)와 종규(김유석 분)가 젊음을 상실한 허탈감 때문에 일탈적인 섹스에 몰입한다는 내용. 인간의 초라함과 위선, 광기를 드러낸 이 영화는 인생의 전생과 후생에서 펼치는 문호·윤정(윤지혜 분), 종규·수현(신소미 분)의 멜로가 축을 이루며, 두 친구의 연애이야기를 통해 결혼과 불륜, 불법과 합법, 도덕과 부도덕, 쾌락과 불쾌, 삶과 죽음으로 딱히 경계지어지지 않는 우리 삶의 모호함과 주어진 삶의 오차범위를 넘어서려 애쓰는 우리의 일상을 다루고 있다. 영화제 김은희 프로그래머는 "신인이지만 이 영화가 전주국제영화제가 추구하는 실험과 대안 정신을 잘 보여줄 것”이라고 소개했다.
● 개막작 민병국 감독
"'가능한 변화들'은 아직 미완성 상태입니다.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식에서 관객 여러분이 또 하나의 주인으로 참여해 즐겁게 관람해 주실 때 비로소 이 영화는 완성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희에게 전주국제영화제는 의미가 깊습니다.”
첫 작품이 국제영화제의 개막작으로 선정된 행운의 주인공인 민병국 감독. 그는 오히려 "무명에 사전 정보도 전혀 없었던 생소한 영화를 선정한 영화제 측의 용기와 도전정신에 깊은 감동과 고마움을 느낀다”고 말했다.
"'가능한 변화들'은 살아가면서 바꾸기 어렵다고 생각되는 것들의 풍경을 담은 영화입니다. 삶의 모호함과 근원적 고통에 대한 의미, 그리고 그것들로부터 자유롭고자 하는 종교적 구원의 가능성에 대한 영화지요.”
그는 "영화 제작진 모두 한 사람의 주인으로 제작에 참여했지만, 이 영화를 제작했던 상황이 다시 주어진다면 또 해낼 수 있을지 자신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 제작은 일년여가 걸렸지만 그 전 5년 동안 여러 차례의 시도에 실패했던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민감독은 이 작품에 아쉬움이 많다고 말한다. 한 장면 한 장면 소홀함 없이 정성 들여 촬영했고, 아주 작은 부분이라도 차곡차곡 쌓여서 좋은 느낌으로 전달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제작했지만, 영화의 판단은 관객에게 달려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에게 영화제나 영화제가 안은 그와 그의 작품이 가진 의미는 크다.
1962년 서울출신으로 성균관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그는 대기업을 그만두고, 1996년 충무로에 입성, 홍상수 감독의 '강원도의 힘' 연출부를 시작으로 시나리오 작성과 단편영화 작업에 주력해왔다. 그의 전주 방문은 이번이 두 번째. 술안주 하라고 내온 반찬과 찌개가 너무 푸짐해 정작 비빔밥은 먹기도 전에 술과 안주로 두둑이 배를 채웠던 즐거운 기억이 있다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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