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영화라 하면, 저예산 영화나 실험영화 등을 일컫지만 이같은 개념이 점점 모호해지고 있는 것 같다”는 한국의 20대 독립영화 감독.
"'인디펜던트'가 영화에 있어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를 먼저 되짚어야한다며 '다원화된 시대의 모호성을 담는 영화 그릇이 인디영화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체코의 이름난 중견 비평가.
전주국제영화제 인디비전의 심사위원인 체코 출신의 테레자 브제츠코바씨(47)를 올해 전주시민영화제 다큐부문 수상자인 송원근씨(27)가 만났다. 화두는 전주국제영화제가 주목하는 인디영화. 치열한 열정이 있고서야 가능한 저예산의 독립영화였다.
영화제 사흘째를 맞는 25일, 전주한옥마을 한옥체험관에서의 만남은 동유럽에서 건너온 경험 많은 비평가와 젊음만으로도 패기 넘치는 젊은 감독에게 모두 새로운 자극이었다.
왜 '인디영화'인가.
자본을 앞세운 미국의 선데스 독립영화제를 앞세워 원근씨가 먼저 대화의 끈을 풀었다.
"내 경우 영화에 뛰어들 수 있었던 것은 누구나 저예산으로 영화를 제작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기 때문”이라고 소개한 그는 제작비가 1백만원도 못미치는 다큐멘터리를 제작해오다보니 인디영화의 자본화가 매우 혼란스러운 대목이다고 털어놓았다.
테레자도 공감했다.
"자본화된 영화는 흥행과 상업성에 자유로울 수 없고, 결국 관객의 취향에 제한된 시나리오 전개로 형식 파괴나 소재의 다양성을 보장받을 수 없다면 진정한 독립영화일 수 없다.”
'위험성을 두려워하지 않고 용기를 내야 좋은 진정한 독립영화를 만들 수 있다.'고 단호하게 말하는 그는 올해 체코의 한 영화제에서 선정된 최고의 작품도 감독이 한 편의 작품을 만들기 위해 자신의 유일한 재산인 집에 저당권을 설정하는 일을 서슴지 않았다고 들려줬다.
최근 5년 동안 인디영화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선 프랑스의 경우, 한해 1백30여편에 이르는 작품이 쏟아져나오고 있지만, 주목할만한 작품을 찾아볼 수 없는 것도 내실을 기하는 노력없이 지원에만 급급했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한국 영화에 관한 얘기도 빠지지 않았다.
체코 프라하에서 열리는 페비오페스트(Febiofest)는 지난해 '한국 여성영화인들'이라는 특별전을 개최할 정도로 한국 영화에 대한 관심이 높은 비경쟁 영화제.
테레자는 이 영화제의 선임프로그래머다.
'체코에서 차지하는 한국 영화'에 관한 원근씨의 질문이 이어졌다.
이번이 아시아 첫 방문이라는 테레자의 답변도 '의외'였지만, 놀랍게도 '춘향뎐' '취화선' 등의 작품 세계를 꿰뚫고 있을 만큼 '임권택 감독'의 팬이었다. 오랜 경험이 작품을 통해 그대로 묻어나고 이해하기 힘든 소재인데도 충분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지난 1980년대 말, 공산 이데올로기의 붕괴로 형성되기 시작한 '극단적 마이너리티'가 한국 영화에 대한 관심을 불러모은 기회라고 그는 설명했다. 페비오페스트가 12년째 매년 10여편의 한국영화를 소개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그의 나이 서른 셋 될때까지 해외여행조차 마음대로 다닐 수 없을 만큼 폐쇄적이었던 체코가 이데올로기의 붕괴로 인해 다양화된 사회가 촉발됐고, 그 안에 소수의 마이너리티 세상이 펼쳐지면서 한국 영화가 그 대열에 끼게 됐다는 것이다.
한국 영화를 바라보는 그의 찬사는 그러나 김기덕 감독의 작품에서 만큼은 인색했다. 지나치게 강한 표현의 의지가 오히려 현실을 외면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는 이유다.
한국 영화의 비전을 분석하는 시각도 명쾌했다. 각국의 영화제에서 항상 접할 수 있을 만큼 체계적인 배급 등 남부럽지 않는 기반을 높이 평가한 그는 작은 도시지만, 국제영화제를 개최할 만큼 영화에 높은 열의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도 무한한 잠재력을 기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화제를 돌려 대학생 비디오 영상 페스티발과 전주시민영화제에서 수상했던 '두꺼비강의 눈물', '사랑의 반지름, 야학이란 무엇인가','이제 대한민국의 반란이 시작된다' 등의 다큐멘터리 얘기를 원근씨로부터 끄집어냈다. 이들의 이야기는 더 즐거워질 수 밖에 없었다.
테레자 브제츠코바씨는 1957년 프라하에서 태어나 프라하영화학교에서 영화를 공부했다. 18세에 영화에 관한 글쓰기를 시작했고, 1995년 체코 최우수저널리스트작품상을 수상했다. 칸느, 베를린, 베니스 등의 영화제에서 국제영화비평가연맹 심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현재 소설가와 시나리오 작가로도 활동 중이다. 한국은 물론, 아시아권 나라 방문은 처음이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