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성영화의 반란은 화려했다.
무성영화와 즉흥연주의 이색적인 만남. 지프에서만 느낄 수 있는 '소니마주'의 감동은 올해에도 어김없이 찾아왔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두번째 선보인 소니마주는 낯선 경험의 '시도' 이상이었다.
첫번째 무대가 생소함의 묘미로 관객들에게 다가왔다면, 올해는 단순한 사운드와의 접목을 넘어서 더욱 다양화된 소리를 통해 강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사회적 리얼리즘과 인물 심리를 미묘하게 결합하면서 독특 표현 세계를 연출한 게오르그 빌헬름 파브스트의 1929년 작품, '방황하는 여자의 일기'가 올려진 24일 밤 전북대 삼성문화회관.
멜로 요소가 가미된 이 작품은 강간과 임신으로 가족과 사회로부터 버림받은 한 여자의 좌절과 고통을 그린 사회 드라마. 강간을 당하고도 오히려 '강간범'과의 결혼을 강요받아야 했던 여주인공 '티미안'의 불행한 일생을 그렸다. 인물 심리 전개가 돋보이는 이 영화는 소니마주를 통해 다시 한번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날카롭게 귀를 찌를 듯한 전자음과 기본적인 즉흥 연주 외에도 장면에 따라 연상되는 상징적인 음악이 곳곳에서 등장한다. 감정의 고조와 희비에 국한되지 않고,
무도장의 왈츠 음악이 울려퍼지고, 다른 작품에서 따온 대사가 중간중간 삽입된다. 소니마주의 또다른 시도다.
무거운 흑백 스크린의 딱딱함도 벗어던졌다. 독일 작품에 난데없는 황금심의 '알뜰한 당신'이 삽입되기도 했다. 단순한 사운드 입히기에 그치지 않고, 음악으로 연출된 코믹은 즐거움을 찾는 관객에게 새로운 재미다.
작년에 이어 전주를 찾은 박창수씨와 치노 슈이치(千野秀一)와 케빈 노튼(Kevin Norton·미국), 알프레드 하르트(Alfred Harth·독일) 등 4명의 다국적 작곡가들이 초대된 전주 소니마주에서는 '방황하는 여자의 일기'와 더불어 25일 프랑스 아방가르드 여성감독인 제르만 뒬락의 '미소짓는 마담 브데'(1923)와 '조개와 성직자'(1927) 등 두편의 무성영화 걸작을 선보였다. 영화제 초반에 배치된 때문에 올해 더이상의 무대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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