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영화 보러 왔습니다. 다른 곳에서는 절대 볼 수 없잖아요.”
28일 오후 4시 영화의 거리. 상영시간의 한 틈에서 소설가 공지영씨(42)를 만났다. 그는 영화제에 처음 참여한다고 말했다. 동력은 쿠바영화였다.
"오전부터 매 시간마다 영화 때문에 분주했다”는 그는 "전주·전북과 연고가 전혀 없어 낯선 이국 땅에 온 느낌”이라고 말하면서도 줄곧 밝은 웃음을 잃지 않았다. 영화에 대한 만족과 기대. (엄마이자 아내이기도 한 그는) 모처럼 일탈에 대한 뿌듯함도 있었을 것이다. 전주는 10여년전 전북대학교 강연에 초대받은 이후 두 번째다.
"대학을 졸업하고 잠깐동안 출판사에 근무한 적 있어요. 세계영화사에 관한 책을 맡아서 작업했는데, 그때 좌파영화사의 한 부분으로 쿠바 영화를 처음 접했죠. 이론으로 만난 그때의 궁금증을 해결하고 싶었어요.”
15년 넘게 지나버린 기억에 대한 확인. 게다가 올 겨울 체게바라와 헤밍웨이의 흔적을 쫓는 글을 쓰기 위해 쿠바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는 그에게 전주로의 영화여행은 당연한 선택이었다. "테마를 설정해 만드는 기행문집을 자주 내고 싶다”는 그는 지난 2001년 유럽의 수도원 10여 군데를 순례하며 펴낸 '수도원 기행'(김영사 펴냄)을 통해 작가 자신의 내밀한 고백을 담기도 했다. 쿠바여행도 책으로 엮어질 예정이다.
"영화는 미지의 삶을 가장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매체라고 생각해요. 그릇이나 숟가락, 양발과 칫솔 등 세세한 일상의 도구들까지 직접 확인시켜주잖아요.”
전주에서 그와 조우할 영화들은 8편. 많다싶은 일정이지만, 그는 토마스 구티에레스 알레아 감독의 1968년작 '저개발의 기억'(30일 오후 5시 전주시네마)을 보기 위해 전주에서 머무는 시간을 늘렸다. "음식의 고장인 전주에 온만큼 기필코 맛있는 음식을 먹고 가야겠다”는 그는 '맛있는 음식' 때문에 또다시 호텔의 체크아웃을 미룰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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