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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JIFF]실험한다는 것, 일상에서의 발상과 상상력

 

사소한 것, 뜻하지 않은 경험, 무심코 지나치는 일상이 시간예술로 불리는 영화매체를 통해 관객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이 모두 작가의 실험 정신에서 비롯된다.

 

'이미지 포럼 셀렉션2'는 일상의 발상과 상상으로 관객의 상상력을 틔워내는 기회였다. 고시마 카즈히로의 '하얗게 사라진다1.2.3.4' 시리즈는 영화의 원초적인 빛과 그림자만으로 표현한 작품. 작가의 일상에서 보이는 시계, 전화기 그리고 전철역 일상의 물건들과 삭막한 거리, 카메라 피사체에 비친 왜곡된 사물들, 부드러운 카메라의 움직임은 고요함을 더해 간다. 일상 속에서 느끼지 못하는 소음과도 같은, 고요 속에서 들리는 소리는 관객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감독은 감각적인 소유자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카메라의 구도, 깊은 심도의 표현, 명암의 깊이, 단순한 흑백의 이미지로 넓고 깊은 입체적 공간, 섬세하고 완성도 높은 작품으로 감독의 열정이 느껴진다. 단순하면서도 정교한 그래픽과 실사를 교묘하게 이용하여 마치 실사와 그래픽의 구분이 어려울 만큼 사소한 부분까지도 빛과 그림자의 이미지만으로 싸늘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냉소적인 현대인들의 마음의 틈에 있는 지친 일상의 적막함을 나타내는 듯하다. 스치는 사람들 중에서 어디선가 보았던 어색한 순간과 반복되는 일상들은 하얗게 사라지는 듯, 영화는 여운을 남긴다.

 

쿠라시게 테쯔지의 '토끼가 무서워'는 지배자와 피지배자의 관계를 허무는 작가의 상상력과 발상이 관객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동화적인 캐릭터와 회화적 드로잉 기법은 사뭇 엽기적인 주제를 코믹한 분위기로 연출한 작가의 재치를 엿볼 수 있다.

 

'찢어진 일기'는 타나이마 케이지와 아이하라 노부히로의 공동 작품이다. 이 작품의 제작과정을 옆에서 지켜봤던 필자로서는 의미가 더 새롭다. 일러스트 작가인 타나이마 케이지는 히로시마 애니메이션 패스티벌 포스터 일러스트를 제작했고, 아이하라 노부히로는 교토대학 예술학부 교수이며 히로시마 애니메이션 페스티벌 심사위원을 역임했다. 전통적인 필름제작 방식으로 제작되었으며 연필 드로잉의 이미지를 자유롭게 표현한 작품으로 일상에서의 무한한 상상력을 느끼게 하는 미덕이 있다.

 

이미지 포럼 셀렉션2는 실험영화 영역의 확장으로서 실험적 아트 애니메이션으로 분류 할 수 있으며, 작가와 관객의 새로운 상상력이 교착하는 훌륭한 장소였다.

 

/정상용(골방 아트필름 페스티벌 책임기획·일본 아트 필름 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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