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 이데올로기의 차이나 미수교국이라는 점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지리적 거리보다 정서적으로도 훨씬 멀리 떨어져 있는 나라다.
영화제 후반, 낯선 영화와의 만남은 개인적 호기심에 주변의 호평까지 더해져 설레임으로 시작됐다.
'소이 쿠바(Soy Cuba).'
애잔한 모성의 톤으로 '나는 쿠바입니다'를 연거푸 외치는 이 영화는 내내 자신의 존재를 각인시키면서 관객들을 쿠바영화가 아닌 혁명기의 쿠바 속으로 끌어들인다.
사탕수수밭과 야자수가 이어지는 열대의 이국적 배경이 아니라면 영화는 전혀 낯설게 없다.
강대국에 예속된 수탈의 땅, 외국 관광객들에게 몸을 맡긴 접대부의 눈물과 진한 땀이 배인 사탕수수밭을 불태워버리는 소작농의 애절한 몸부림과 절규, 그리고 정권에 항거하며 자유를 부르짖는 젊은이들….
우리 현대사와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 처음이지만 어디서 본 듯한 스크린에 빨려 들어가 '눈을 내리깔지 말고 나를 보라'는 영화의 요청은 불필요하게 느껴진다. 그래서인가. 정치 이데올로기에서 애써 비켜나 '영화'를 보려는 노력이 무의미한 일임을 깨닫는 데는 시간이 좀 걸렸다. 영화는 철저하게 1950년대말 혁명 직전의 역사기록에 매달려 있었지만 고통스런 삶에 절규하고 있는 다양한 사회모습을 긴박하게 이어가면서 이데올로기의 편견을 떨쳐냈다. 적어도 피델 카스트로의 이름이 나오기까지는….
마침내 승리의 노래속에 늠름하게 행진하는 혁명군의 모습위로 자막이 오르면서 확 다가오는 허탈한 기분은 어쩔 수 없었지만 그렇다고 크게 서운할 일은 아니었다.
'내 주변에 출렁이는 것은 바다가 아닌 눈물인 듯 합니다.'
감성을 자극했던 시적 문구들은 모두 혁명의 당위성을 각인시키기 위한 것이었지만, 그 또한 크게 거슬리지 않았다. 1964년, 혁명의 흥분이 채 가시지 않은 시점에서 제작됐다는 시대적 배경을 예습해 둔 덕이다. 뛰어난 촬영기술과 감미로운 음악에 몰두하고 있는 동안 1백40분이라는 만만치 않은 러닝타임은 지루하지 않게 지나간다.
소이 쿠바(1일 오전11시 전주시네마 1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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