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그건 왜 그런 것이지요?”
라디오 시사프로그램에서 들려오는 '어설픈 아줌마' 목소리. 정말 몰라서인지 모르는 척 하는 건지, 프로그램 진행자인 '아줌마'는 수학을 처음 배우는 학생처럼 창피함도 모른 채 일명 '전문가들'에게 질문을 해댄다. '시사프로그램 진행자로서 함량 미달인 아줌마' '그 프로그램 연출자는 얼마나 더 한심한 사람일까' 생각도 했지만, 그는 누구한테라도 "그럼 쓰나…. 그게 아니죠. 진짜로 살기 어려운 시민들을 먼저 생각해야죠” 하며 거침없이 말하는 당당한 시민의 벗이자 근사한 진행자였다. '쓰리랑 부부'의 순악질 여사, '봉숭아학당'의 '쌤∼'이었던 개그맨 김미화씨와 그가 진행하는 라디오 시사프로그램 '김미화의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
딱딱한 시사프로그램들 속에서 그는 '153cm 김미화의 눈으로…'를 외치며 눈높이 시사를 펼쳐냈다. 대충은 알지만 누군가에게 설명할 때는 고개가 갸웃거려지는 청취자 대부분의 속내를 '여우'같이 알고 '쉬운 질문' '쉬운 뉴스'를 전해줬다. 코미디와 시사, 다큐와 시사의 결합…. 정통시사를 표방하는 것은 여전하지만, 시사프로그램은 인기라는 뜬금없는 바람을 타고 그 형식과 내용이 한결 부드러워지고 자유로워졌다.
복잡한 세상, 넘쳐나는 정보. 알아야할 것이 너무 많은 세상에서 사람들도 조금은 쉬운 방법을 택했다. 숫자로 가늠할 수 없는 세상사의 핵심을 요약하고 수준 높은 전문가의 견해를 덧붙여 들려주는 고급정보. 시사프로그램이 인기다.
"시사프로그램 하면 재미없는 것, 딱딱한 것으로만 생각하죠. 듣고 나면 무겁고 짜증나니까 안 들으려고 하는 경향도 강한데, 누군가 듣지 않으면 방송이 아니죠. 시사프로그램도 일단 재미가 있고, 긴장감이 있어야 합니다.”
입사 후 10년 동안 줄곧 시사프로그램을 연출하고 있는 CBS전북방송 이기완 PD(41)는 "10년 사이 사람들의 관심은 이슈에서 사람 중심으로 변해왔다”고 소개했다. 자연스레 프로그램도 현안에서 사람을 중심으로 포커스가 맞춰지기 시작했다.
지역 방송국들의 시사프로그램 역사도 10년을 훌쩍 넘는다. 현재 방송되고 있는 CBS전북방송의 '생방송 사람과 사람'과 전주KBS '패트롤 전북', 전주MBC '김정수의 시선집중' 등도 시대에 따라 이름만 바꿔가며 그 역사를 이어오고 있다. 지역의 이슈와 현안을 다루는 지역 시사프로그램의 역할은 우리 지역의 살가운 이야기여서 더 중요하다.
매일 방송되는 라디오 시사프로그램 제작은 긴장의 연속이다. 이슈의 변화를 주목해야 하고, 변화의 방향도 미리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 모두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시사프로그램에서는 진행자도 토시 하나 단어 하나에 신경이 곤두선다. 자료도 꼼꼼하게 준비해야 한다.
그러나 제작진들은 이슈가 없는 밋밋한 방송보다 바쁜 하루가 낫다고 한다. 그 날의 이슈가 생기면 제작진은 이슈의 정점에 있는 사람을 섭외하기 위해 서두른다. 모든 매체가 주목할 수밖에 없는 '그 사람'을 놓치는 순간, 제작진은 실망보다 다음 대안을 위해 다시 뛴다. 방송은 계속돼야 하기 때문이다.
시사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사람들은 모두 자신이 승리하기를 원한다. 출연자들은 짧은 시간 자신에게 유리한 입장만을 밝히고, 진행자는 출연자들이 감추려는 이야기를 끄집어내야 한다. 원고를 미리 주지 않거나 방송 중 돌발적인 질문을 하는 경우 출연자들의 항의가 잇따른다. 눈에 보이지 않는 기(氣)의 싸움. 방송 내내 스튜디오가 냉랭해지는 경우다. 첨예한 대립 속에서 출연자들의 '얼굴 표정 감추기'가 가능한 라디오는 TV보다 재미가 덜하지만, 이동시간을 이용한 짤막한 세상 공부는 유익하다.
시사프로그램은 답이 없다. 제작진의 역할은 다양한 정보와 입장, 대안을 전달하는 데까지. 결정과 판단은 시·청취자들의 몫으로 남겨진다.
흥미나 자극적인 주제에 초점을 맞춘 시사프로그램의 연성화는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하고, 문제의 주변만 맴돌면서 끝나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선을 넘나드는 위태위태한 모습이 통쾌해서 혹은 시원스런 답변을 기대하며 사람들은 시사프로그램으로 채널을 고정시킨다. 시사는 결국 사람들의 사는 이야기이고, 바로 내 이야기라는 인식이 사람들 속에 자리잡았다는 증거. 그래서 사람들은 '더 좋은 세상'을 꿈꾸며 시사프로그램을 찾는다.
/최기우·도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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