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노센스'의 매력은 자꾸만 반복해서 보게 만드는 힘에 있습니다" 일본 애니메이션 제작사 '프로덕션IG'의 대표이자 올해 칸영화제 경쟁부문 진출작 '이노센스'의 프로듀서인 이시카와 마쓰히사(光久石川.45)씨가 부천판타스틱영화제 참석차 한국을 찾았다.
프로덕션IG는 '공각기공대'(오시이 마모루), '인랑'(오키우라 히로유키) 등을만든 애니메이션 제작사. 할리우드 영화 '킬빌'(쿠엔틴 타란티노)의 애니메이션 부분을 담당하면서 세계적으로 이름이 알려지기도 했다.
이시카와씨가 부천을 찾은 것은 '이노센스'가 영화제의 월드 판타스틱 시네마부문에 초청됐기 때문. 올해 안에 국내에서도 개봉(대원C&A 홀딩스 수입)될 예정인'이노센스'는 '제5원소'나 '매트릭스' 같은 할리우드 영화에까지 영향을 미친 '공각기공대'의 속편으로, 드림웍스의 배급으로 미국 전역 개봉도 앞두고 있는 세계적인화제작이다.
21일 오후 서울 반포동 J.W. 매리어트호텔에서 만난 그는 "개인적으로 한국을좋아하기 때문에 이번이 벌써 일곱 번째 방문"이라고 밝혔으며 "많은 한국 팬들이 '이노센스'를 즐기게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노센스'의 배경은 국가의 개념이 사라진 가까운 미래. 육체의 기계화가 진행되는 인간이 사이보그들과 함께 살고 있다. 주인공은 대부분의 기억을 잃어버린 형사 버트. 어느날 애완용 여자 사이보그가 주인을 죽이는 사건이 발생하고 버트는 수사를 시작한다.
'공각기공대'가 그랬듯 '이노센스'는 우선 미래에 대한 어두운 묘사와 화려한액션 장면의 비주얼에서 관객을 압도한다. 반면 대사는 길고 철학적이며 은유적인표현을 담고 있어 다소 난해하게 느껴질 수 있다는 것은 전편에서처럼 단점이 될 수도 있다.
그는 "외국 관객들은 긴 자막을 읽어야 하는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며 "처음에는 영상이나 사운드, 음악을 중심으로 영화를 즐긴 뒤 자꾸만 반복해서 보다보면 작품에 대한 이해와 함께 진한 감동을 느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노센스'에는 한국을 암시하는 코드가 여럿 등장한다. '매트릭스'에서 인용되기도 했던 전편의 '흐르는 일본어 문자 이미지'는 속편에서 일본어 외에도 한글과중국어가 섞여 있는 식으로 변했다. 후반부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캐릭터 '김'도한국인이다.
그는 "작품 속 설정이 30년 후 국가와 민족이라는 개념이 없어진 시대이기 때문에 한글이 문자중 하나로, 한국인이 무국적 아시아인의 한명으로 쓰이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TV 프로듀서 출신인 이시카와씨는 87년 프로덕션IG의 전신인 IG타츠노코를 설립한 뒤 20년 가까이 애니메이션을 제작하고 있다. "머릿속의 상상을 제한 없이 그대로 그려내는 것"이 그가 말하는 애니메이션의 매력.
일본 애니메이션이 성공한 원인에 대해 묻자 그는 "일본 특유의 만화문화와 치열한 경쟁, 다양한 장르 등 이유는 많겠지만 2차시장에서의 수익구조가 탄탄한 것이중요한 장점"이라고 답했다.
'이노센스'의 경우 전체 예상수익중 극장에서 거둬들이는 것은 약 15% 뿐. "극장 개봉은 일종의 프로모션일 뿐"이라는 게 그의 말이다. 그는 "비디오나 DVD, TV판권 등을 통해 제작비를 충당하는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어 이 부분이 전체수익의50-60%를 차지할 정도"라면서 "'이노센스'의 경우에는 15년 후까지 지속적으로 수입을 거둬들일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인랑'이나 '공각기공대'를 비롯해 2000년 작품인 '블러드, 더 라스트 뱀파이어''아바론' 등 프로덕션IG가 제작하는 애니메이션은 할리우드나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지브리 스튜디오 등의 작품에 비해 어둡고 비관적으로 보인다.
프로덕션IG가 추구하는 애니메이션은 어떤 작품인지 묻자 이시카와씨는 "지금은허들을 넘고 있는 단계"라고 했다.
"지금까지의 애니메이션들이 디스토피아를 다룬 것은 사실이지만 계속 장르와분야를 바꿔가며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가고 있습니다. 허들을 넘어가는 것처럼요.
다른 회사의 작품들같이 엔터테인먼트적 요소가 강한 영화도 조만간에 선보일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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