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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마주보기] 남북문학인 단일조직을 지켜보며 - 이재규

이재규(겨레말큰사전남북공동편찬사업회 사무처장)

지난달 30일 금강산에서는 분단 이후 처음으로 남북 문인들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단일문학인 조직이 출범했다. 작년 평양에서 열린 민족작가대회를 통해 60년 만에 얼굴을 마주했던 남과 북의 작가들이 이번에는 <6·15민족문학인협회>라는 이름으로 단일한 문학조직을 결성한 것이다. 애초 7월로 예정되었던 대회가 북측의 수해로 인해 불과 하루를 앞두고 긴급하게 취소된 후 삼개월 동안 남북관계는 6?15공동선언 이전의 상황인 것처럼 긴박한 대치국면으로 전환되었고 대회 자체의 성사도 한치 앞을 가늠하기 어렵게 되었다. 어렵게 일정이 잡힌 대회를 다시 연기하자는 목소리가 나올 정도로 북 핵실험 이후 남쪽 사회의 변화된 대북 정서는 간단치 않은 문제였다. 그렇지만 작가들은 다시 만났다. 동족끼리의 전쟁과 오랜 이산이 가져다준 우리 내면의 상처에 대해 누구보다 민감할 수밖에 없는 작가들이기에 ‘전쟁을 반대하고 이 땅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자신들이 먼저 무거운 짐을 져야 한다는데 공감했던 것이다.

 

물론 현장에서의 팽팽한 긴장과 갈등도 적진 않았다. 작년 작가대회에 이어 이번 협회 결성의 실무과정을 지켜보고 또 거들면서 현장에서 느낀 ‘답답함’을 지면으로 다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엄연한 체제의 차이가 가져오는 ‘생각의 차이’는 대회 진행의 세세한 대목에서 충돌을 불러왔다. 연설문 자구 하나하나, 축하 노래 한곡을 선정하는 데에도 살얼음을 걷듯 신중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남쪽의 최근 언론환경을 잘 아는 남쪽 작가들의 언행은 조심스럽다 못해 안쓰럽기까지 했다. 분단체제라는 괴물이 어느 순간 다시 우리를 덮칠 것인지 오래 몸으로 겪어온 작가들의 지혜가 발휘되어 대회는 그렇게‘무사하게’ 성사되었다.

 

6?15민족문학인협회는 ‘분단문학을 극복하고 남북의 문학적 공동체를 복원하는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 최초의 남북 단일조직의 탄생은 남북교류사에서 큰 획을 그은 것이 되지만 무엇보다 앞으로 전개될 모든 예술교류의 차원과 형식을 바꾸게 될 것이다. 특히 남북 작가들의 공동 취재와 공동 집필, 문학작품 교류 등이 실행되게 되면 남북 문단은 본격적인 문학교류를 시작하게 된다. 남북의 작가들이 오랫동안 각자의 지역에서 다른 이념을 교육받고 다른 방식으로 사고했던 독자들만을 대상으로 문학 활동을 전개하던 시대에서 벗어나 이제 북의 작가들은 남측 독자들을 염두에 두고, 남측 작가들은 북의 독자들을 염두에 두는 시대로 진입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는 일제 강점에 의해 36년간 겨레말을 빼앗기고 살았다. 해방이 되자마자 다시 강요된 분단으로 그 후 61년 동안 민족어공동체가 분단된 채 서로를 적대하며 살면서 ‘말’과 ‘상상력’을 규제당하고 살아야 했다. 한반도를 떠나 이국을 떠돌던 재외동포들의 삶도 이 대립구도에서 예외는 아니었다. 어떨 땐 더 가혹하게 분단의 실체와 마주치기도 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생각해보면 이 오랜 분단과 이산의 결과 우리 민족은 이 세상의 어떤 다른 공동체도 경험하지 못한 서로 다른 두 체제의 길, 생활방식, 사고의 체계를 한 민족 안에서 두루 경험한 유일한 민족이 되었다. 20세기 냉전체제의 비극적 산물로 고통을 강요받았던 우리 민족이 화해와 통합, 이질적인 것의 공존을 주축으로 발전해갈 21세기 인류의 새로운 미래를 선도하고 경계를 넘는 상상력을 폭발시킬 ‘축복’을 받은 것은 아닐런지.

 

금강산호텔에서 북측 실무성원과 서로 언성을 높여가며 생각의 ‘차이’를 주고받으면서도 마음 한편에서는 그런 ‘역설적 축복’에 대한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것이었다.

 

/이재규(겨레말큰사전남북공동편찬사업회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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