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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전주국제영화제] 영화평론가 신귀백

폐막작 '익사일' - 갱스터들 의리 이리 낭만적일수가!

올해 전주국제영화제 최고의 화제작 지아장커의 <스틸 라이프> 에는 샨사댐 주변 시골 청년들이 주윤발처럼 담배 꼬나물고 오토바이 타면서 영웅본색 흉내를 낸다. 스쳐 지나갔지만 각인된 풍경.

 

그 주윤발과 오우삼이 할리우드로 진출한 지 오래인 홍콩. 내수시장은 적고 중국의 검열은 감독에게 용기를 주지 않는 상황이지만 아직 홍콩 영화 죽지 않았다고 외치는 감독, 두기봉. 홍콩 영화의 전성기 90년대 초, <지존무상2> 와 <천장지구> 를 제작한 감독인 그는 이제 누구도 이런 갱들을 영웅시하지 않는데 아직도 그는 추방되지 않고 돈과 의리에 관한 영화를 찍는다.

 

<익사일> , 번역하면 추방. 1999년 마카오 반환의 격동기, 조직을 배신했던 아화가 마카오로 돌아오자 선글라스에 롱코트를 걸친 그의 오랜 친구들이 그를 만나러 온다. 스타일리시한 느와르답게 좁은 골목길을 부감숏으로 잡은 오프닝의 긴장감이라니. 여기 열혈남아들의 폼생폼사를 이층에서 불안스레 내어다보는 여인. 바람도 없는데 흔들리는 커튼.

 

밤거리는 적당히 푸르게, 실내는 주황색 조명의 과장된 이미지는 일류를 고집하지 않는 감독의 뻔뻔함. 중년을 넘긴 나이가 된 그들 중 일부는 아화를 죽이기 위해, 또 다른 일부는 이 철없는 남자를 지키기 위해 그를 방문했다. 그러나 힘을 합한 이 올드보이들은 금괴를 차지하는 미션을 완성하여 다시 영웅이 되려한다.

 

마카오 콜로니 스타일의 상류 가옥 전투는 <킬빌> 혹은 <신용문객잔> 의 무대가 생각날 것이다. 비장한 음악이 깔리는 가운데 제한된 플로어에서 벌어지는 총싸움은 마치 나이트 클럽에서 춤을 추는 듯하다. 객잔의 칼싸움을 연상시키는 근접거리 사격은 7080이 그리운 아저씨들에게 편안함을 선사할 것.

 

캐릭터들의 선악이 너무 분명해 시장의 영역에 맡겨진 영화. 돈이라는 현실적 가치 때문에 살려고 하는 캐릭터들은 결국은 의리라는 낭만적 가치에 쉽게 죽는다. 갱스터들의 의리가 이리도 낭만적이라니, 절제란 없다. 조금 압축했다면 좋았을 영화. 내러티브는 편의주의적 전개니만큼 숨겨놓은 장치 이런 것 없으니 긴장 팍 풀고 보시라.

 

영화평론가 신귀백은

 

배영중학교 교사. 전북작가회의 회원. '문화저널'에 영화평을 연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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