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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의사, 판사만 꿈꾸는 아이들 - 김용택

김용택(시인)

 

중고등학교로 강연을 다니며 자연스럽게 아이들의 꿈을 물어보게 됩니다. 아이들은 좀처럼 자기의 꿈을 말하려 들지 않다가 조금 보채기 시작하면 하나 둘 자기의 꿈을 이야기 합니다. 아이들의 꿈은 대게 네 가지 정도로 나누어집니다. 하나는 의사가 되는 게 꿈이고, 또 다른 하나는 판사나 변호사가 되는 게 꿈이고, 또 하나는 교사가 되는 게 꿈이고, 나머지 하나는 과학자가 되는 게 꿈이라고 합니다. 또 다른 하나는 공무원이라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그런 꿈을 이루면 무엇이 좋으냐고 물어 봅니다. 모두들 하나 같이 돈을 많이 벌 수 있다고 합니다. 돈을 많이 벌어 부모님께 효도 한다는 말을 아주 자연스럽게 합니다. 옛날 우리들이 학교 다닐 때 훌륭한 사람이 되어 무엇을 하려고 하냐고 물어 보면 우리들은 하나 같이 모두 조국과 민족을 들먹였지요. 공허한 빈말이었지요. 그렇지만 나는 빈말이라도 좋으니, 지금의 아이들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오기를 기대 할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여태까지 단 한명도 그런 '공공의 꿈'을 말하는 학생은 없었습니다.

 

나는 또 우리나라의 교육이념을 물어 봅니다. 모두들 입을 모아 홍익인간이라고 큰 소리로 대답합니다. 그러면 홍익인간이란 무슨 뜻이냐고 물어 봅니다. 하나 같이 모든 인간에게 널리 이롭게 하는 것이라고 대답을 합니다. 아주 잘 배운 아이들의 이 정답과 꿈은 어쩌면 그렇게도 그 속과 겉이 다른지 나는 놀랍니다.

 

▲'직업'이 곧 '꿈'인 학생들

 

우리나라의 교육이념이 있습니까. 우리나라의 교육이념은 서울대지요. 인간들의 위대한 꿈과 이념이 사라진 자리를 차지한 것은 왜소한 개인이지요. 쩨쩨하고 이기적인 욕심뿐이지요. 우리나라 학부모님들이나 학생들의 꿈이 하나 같이 의사요 판사요 교사요 공무원이라는 현실이 나를 부끄럽게 합니다. 우리를 한없이 초라하게 만들어버리지요. 어쩌면 이 세상에 태어난 한 인간의 꿈이 겨우 의사가 되는 게 꿈이란 말입니까. 도대체 언제부터 이 나라 어머니들의 한결 같은 꿈이 자기 딸이 교사가 되는 게 꿈인지, 생각하면 그 꿈이라는 것이 초라하기만 합니다.

 

얼마 전에 하버드와 예일대와 엠아티 대학을 다녀왔습니다. 그 학교에 다니는 한국학생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습니다. 우리나라 학생들이 '아이비리그'에 다니면서 가장 어려운 점이 무엇이냐고 물어 보았습니다. 여러 가지 문제 중에서 큰 문제는 우리나라 학생들은 하나 같이 하버드에 들어오는 게 꿈이었기 때문에, 인생의 꿈이 이루어졌기 때문에 새로운 시작이 더디고 힘들다는 것입니다. 또 하나는 정답이 딱 하나 밖에 없는 공부를 해 왔기 때문에 학생들이 하나의 정답을 찾느라 헤맨다는 것이지요. 말하자면 토론에 약하고 에세이에 약하다는 것입니다. 토론과 에세이는 늘 새로운 사고를 원하는 다양한 창조정신이지요. 한마디로 말하면 우리나라 학생들은 창조적인 사고와 창조적인 학습에 적응하지 못해 힘들어 한다는 것이지요.

 

▲ 창조적인 삶을 찾아야 할 시기

 

꿈이 의사요 교사요 판사가 나쁘다는 게 아니지요. 또 개인의 꿈을 누가 간섭할 바도 아닙니다. 그러나 대통령이 꿈이어서 대통령이 되면 무엇 합니까. 정말 백성과 세상 사람들을 위한 아름답고 훌륭하고 국민들의 존경과 사랑을 받고 국민들에게 감동을 선사하고 국민들에 환호를 받는 좋은 대통령이어야지요. 대통령이 꿈이 아니라 대통령이 되는 것도 인생의 한 과정일라는 말이지요. 의사가 꿈이 아니라 훌륭한 의사가 꿈이어야지요. 교사가 꿈이 아니라 정말 위대한 교육자가 꿈이어야지요. 학생들의 꿈이 일자리에만 매달리는 그런 나라는 그 나라 사람들 모두를 불쌍하고 초라하게 합니다. 점수를 가지고 이리저리 뛸 입시 철입니다. 좋아하는 일을 찾으면 나중에 잘하게 되고 사회에서 자기의 몫을 찾을 것입니다. 직업인이 아닌 창조적인 삶을 살 길을 지금 찾을 때입니다.

 

/김용택(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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