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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문화를 말하다] ②문화재·학술분야

탄탄한 네트워크 '성과'…행정지원 미흡은 '과제'

지난 15일 전주 한옥마을에서 열린 2008 전북의 문화재를 결산하는 집담회에서 참석자들이 성과와 아쉬운 점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최선범([email protected])

태조 이성계 어진 환안, 경기전 정전 보물 지정, 전라북도 박물관·미술관 워크숍 개최….

 

문화재·학술 분야에 있어 전북은 올 한 해 많은 성과들을 거뒀으며, 이를 계기로 지역 박물관과 미술관, 학계의 네트워크가 형성되고 결속력도 강해졌다.

 

왼쪽부터 조법종 우석대 교수 정 훈 전주역사박물관 팀장 김남규 전주시의원 함한의 전북대 교수 송화섭 전주대 교수 ([email protected])

그러나 '2008 전북민속문화의해'는 중앙의 적극적인 지원에 비해 전북도가 그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해 규모가 대폭 축소되는 등 본래 취지를 살리지 못했다. 또한 전라감영 복원은 복원 범위를 놓고 비생산적인 논의만 반복됐다.

 

전주역사박물관 교육홍보팀장인 정훈 본보 문화전문객원기자, 송화섭 전주대 교수, 조법종 우석대 교수, 함한희 전북대 교수, 김남규 전주시의원과 함께 올 한해 도내 문화재·학술 관련 이슈들을 정리했다.

 

▲ 태조 어진 환안, 경기전 정전 보물 지정 등 올해는 경사가 겹친 것 같다. 어진 반환은 힘겹게 이뤄진 것인 만큼 문화재에 대한 우리 인식을 새롭게 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조법종=태조 어진이 돌아왔고, 경기전 정전이 보물로 지정된 것은 도민들의 자긍심을 높여주기도 했지만 우리가 반성하는 계기로도 삼아야 한다. 조선시대 전주 관할 관청인 전주부영의 대표 건물인 동헌이 향교 옆으로 돌아온 것도 축하할 만한 일이다.

 

-김남규=근대문화유산에 대한 관심도 필요하다. 근대문화유산에 대한 발굴과 조사가 너무 취약하다. 군산이 근대문화공간으로 조성되고 있지만, 전주 한옥마을도 근대문화유산이 많이 남아있다.

 

3년만에 다시 전주에 돌아온 태조어진. ([email protected])

▲ 문화재와 관련, 숭례문 화재 사건 이후 도내 목조 문화재 관리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대응 메뉴얼을 만드는 것 외에 어떤 대책이 필요한가.

 

-조법종=숭례문 화재 진압 실패는 목조 문화재의 구조적 특성을 몰랐다는 데 있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시민의식이다. 아무리 잘 보존해도 한 개인의 역사의식 없는 행동이 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

 

-김남규=전라북도도 문화재가 갖는 취약점을 지수화하는 '문화재 보존 지수'를 만들면 좋겠다. 문화해설사도 좋지만, 가장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보존과 관련해 문화재 지킴이도 필요하다.

 

▲ 전라북도의 '2008 전북민속문화의해' 사업 추진은 미흡한 구석이 많았다. 도내 민속문화를 한눈에 아우르는 지도 발굴의 기회로 삼을 수 있었으나, 여러가지 문제로 행사 규모 자체가 크게 축소됐다.

 

-함한희='민속문화의해' 사업에 참여했던 사람으로서 기획 당시 민속학적·문화인류학적으로 새 바람을 일으키고 싶었다. 도와 1년 전부터 협약을 맺고 국립민속박물관과 대학원생들로 팀을 꾸려 행사를 준비했는데, 뒤늦게 도가 예산이 없다고 해서 당황했다. 적은 예산으로 김제 벽골제박물관 내부를 고치는 수고까지 더해가며 구색은 갖췄지만, 전북의 고유한 생활 문화 전반을 보여주는 전시로서는 역부족이었으며 아쉬움이 많았다.

 

-정훈='민속문화의해' 지정은 제주도에 이어 전북이 두번째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정에서는 소극적이었다. '민속문화의해' 사업을 성황리에 치렀던 제주와는 상당한 격차를 보였다.

 

-송화섭=자치단체 뿐만 아니라 지역 주민들이 민속문화에 관심이 부족했던 게 '민속문화의해' 사업 추진에 있어 상당한 걸림돌이 됐다. '민속문화의해' 사업을 통해 전북 민속문화 총서가 출간됐고, 김제·서울 전시가 번갈아 이뤄졌다. 하지만 도 차원에서 홍보나 참여를 포기해 일반인들에게는 피부로 와닿지 않았다. 말만 '전북민속문화의해'일 뿐 형식적으로 끝난 것 같다.

 

▲ 올 한 해 전라감영 복원에 대한 많은 토론의 자리가 마련됐다. 그러나 현재까지도 합의가 이뤄지지 않고 전라감영 복원에 막대한 재원이 필요하다는 사실만 인지하고 있다.

 

-송화섭=전라감영은 전북과 전남·제주도를 아우르는 것이었다. 때문에 전북만의 감영으로 여겨서는 안 된다. 만약 감영이 복원된다면 전주 읍성 안팎으로 조선시대 읍성문화가 복원될 가능성이 높아 전주전통문화도시 조성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

 

-조법종=전라감영 복원을 이유로 정부에서 500억 예산을 받은 상태에서 복원 범위 논쟁으로 논의가 진전되지 않고 있는 것은 문제가 있다. 전라감영 복원을 경제나 지역 논리로 국한해 보면 안되고, 짧은 기간 내 예산 범위 내에서 뭔가 짜내려는 강박관념도 버려야 한다. 중장기 계획을 통해 세대에서 세대로 이어지는 복원이 합리적이다. 전라감영과 풍남문, 객사와 향교, 경기전만 아울러도 100년 후 전라북도를 먹여살릴 문화 콘텐츠가 충분히 된다.

 

-김남규=전라감영과 구 도 2청사 문제는 도시 계획·건축, 역사학자 간의 입장이 충돌되는 지점이 있다. 전라감영은 구도심과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이므로 도시 계획 전반에서 살펴야 한다. 토목과 도시계획 측면에서의 학술 조사는 있었지만, 문화콘텐츠와 스토리텔링 개발 조사는 없었다는 점에서도 아쉽다.

 

▲ 도내 지역학 연구는 발돋움 상태다. 어떤 지향점을 안고 가야 하나.

 

-정훈=전주역사박물관에서 학술대회를 열고, 전주학연구서를 발간해 왔다. 올해는 전주학 연구를 위한 위원회도 구성했다. 지역학 연구를 위한 초석을 다지는 단계인 것 같다.

 

-함한희=지역학을 학술적으로만 분류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생활 속에서 지역학을 다루는 것이 필요하다.

 

-김남규=독립된 전주학연구소를 설립해야 한다. 지역학 연구와 관련, 인재 양성에도 소홀한 것 같다. 자칫 지역학이 지역 안에 갇혀있거나 자화자찬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은 만큼, 외부 시각이나 전문가도 활용해야 할 것이다.

 

-송화섭=전주학 학술상을 제정해 우리 지역이 나서 지역학 연구에 관심을 기울인다면 지방 분권화 시대에 맞춰 문화 분권화도 이뤄지지 않을까 싶다.

 

-조법종=전주학 성과물을 대중적으로 홍보할 수 있도록 출판지원사업이 절실하다.

 

▲ 자치단체 박물관만 해도 도내 40여개가 운영되고 있다. 대학 자체 박물관도 있다. 박물관의 옥석을 가리고, 대학 박물관도 나름의 역할을 위해 고민해야 할 것 같다.

 

-함한희=지난해 박물관·미술관 협의회 창립에 이어 올해 처음으로 워크숍이 진행됐다. 박물관·미술관 관련 전문인력들이 소통할 수 있는 첫 자리였다고 본다. 대학 박물관은 무엇보다 연구와 교육을 실현시킬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이란 점을 명심해야 한다.

 

-정훈=학교 박물관은 외부 평가에 구애받지 않기 때문에 지속적인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 학제간 연구 벽을 허물고 전공분야 교수들과 연계해 다양한 전시를 기획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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