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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박연차 사건과 법치주의 - 정종섭

정종섭(서울대법대 교수)

박연차사건이 연일 국민들에게 충격을 주고 있다. 과거 법이 힘이 없고 권력만이 만무하던 시절 권력형 부정부패에서나 볼 수 있었던 일이 발생한 것이다. 정부가 바뀔 때마다 권력자들에게 접근하여 돈을 뿌리고, 권력의 핵심부는 그 돈을 받았다. 그 돈의 액수도 보통사람의 기준으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수준이지만,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행해졌다. 뒤늦게 착수한 검찰의 수사로 당시 권력의 핵심부에서 권력을 휘둘렀던 이른바 실세들이 줄줄이 잡혀들어가고 있다. 더 충격적인 것은 검은 돈들이 이러한 사회악을 수사하고 처벌하여야 하는 검찰에까지 손을 뻗쳤다는 점이고, 이와 관련된 의혹들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검사들까지 이러한 돈을 받고 사건을 축소?은폐하거나 검찰권행사에 변화를 가져왔다면 이는 국가적인 범죄이고, 달리 용서할 길이 없다. 국민은 검찰내부의 의혹도 주시하고 있다.

 

과거 우리는 권력형 부정부패를 뿌리 뽑기 위하여 부패방지위원회도 만들고 특별검사제도도 법제화하여 수사하기도 했다. 그래서 지금도 특별검사사건을 보면, 당시에 저질러졌던 비리와 부정의 모습을 그대로 알 수 있다. 이러한 거대한 부정은 평범한 국민들에게서는 일어나지 않는다. 우리 사회에서 거대 권력을 쥐고 있는 세력과 돈을 많이 가진 자들에 의하여 합동으로 저질러져 온 것이다.

 

이러한 일을 볼 때마다 국민들은 억장이 무너진다. 힘없는 보통사람에게는 합법적으로 허가 하나 받는 것도 엄청나게 힘들고, 행정관서의 잘못을 하나 바로 잡는데도 있는 힘을 다해 호소해야 겨우 해결될까 말까한데, 이들이 저지른 짓을 보면, 순진하게 사는 우리 국민들만이 바보가 된 것이다. 열심히 일하여 세금을 바친 결과가 결국 권세잡은 자들과 돈 가진 자들이 서로 형님 동생하면서 국정을 제멋대로 농단한 것이다.

 

이번 사건은 지난 정권에서 빚어진 것이다. 입만 열면 상대를 부도덕하다고 공격하고 부패했다고 목청을 높이고, 정의나 진보라는 말을 입에 달고 다니며 자기 비판세력을 부정부패한 사람들로 몰아쳤는데, 그들이 바로 이 엄청난 부정과 부패를 저지른 것이 드러났으니,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있을 수 없다. 역대 정부에서 대통령의 아들이나 친인척이 항상 부정과 비리의 온상이 되어 늘 수사의 대상이 되어 왔음에도 대통령의 형이라는 사람이 내놓고 온갖 불법행위를 저질렀다. 도대체 이 나라에는 법이 있어도 이들에게는 적용되지 않는 것으로 행동하였다. 지난 정권에서도 대통령의 사면이 남용되었다. 지난 정권의 사람들이 부정과 부패를 저질러 유죄판결을 받으면 대통령이 나서서 자기편이라고 사면해버렸다. 법도 필요 없고 재판도 필요 없었다. 법치주의는 땅에 떨어질대로 떨어졌다. 도대체 이런 사면 같으면 무엇 때문에 사면제도가 필요한 것인가. 이렇게 권력이 불법을 덮은 결과가 오늘날 나라를 이 지경으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우리 국민은 이 사건에 대하여 분노하여야 한다. 겉으로는 정의니 진보니 하면서 뒤로는 엄청난 탈세와 비리를 저지르고, 최고 권력이 돈을 받고 이러한 비리를 덮은 거짓에 대하여 분노하여야 한다. 그리고 더 분노하여야 하는 것은 왜 이런 사건이 지금에 와서 드러나는가 하는 점이다. 그때도 경찰과 국세청도 있었고, 검찰도 있었다. 그런데 그런 기관들이 과연 몰라서 조사와 수사를 하지 않은 것인지, 알고도 이러한 불법을 묵인하였는지 하는 점이다. 뒤늦게 검찰이 수사를 하고 있지만, 이번에도 단순히 관련된 자들을 수사하고 처벌하는 것으로 그친다면 거악의 뿌리는 뽑지 못한다. 지난 정부의 검찰은 무엇을 했으며, 이 정부에 들어서도 검찰은 이번 수사를 하기전까지 왜 그냥 있었는지를 국민들 앞에 밝혀야 한다.

 

정치권에서는 또 '야당탄압'이니 '음모'라느니 하는 말들로 사건을 희석시키려고 한다. 국가적인 거대한 불법행위에 대하여 어떻게 이런 말을 할 수 있는가. 정말 국민에게 사죄하고 검찰에게는 한점의 숨김도 없이 수사하여 진실을 만천하에 드러내는데 적극 협조하겠다고 해야 옳다.

 

검찰의 수사는 시작되었다. 검찰도 천명했듯이, 이와 관련된 사람들이 전 정부뿐만 아니라 현 정부의 사람이라도 예외 없이 수사해야 한다. 만일 현 정부에 관련된 사람이라고 하여 고려하다가는 국민이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이 정부가 법과 질서를 강조하였듯이, 진정 법치주의가 무엇인지를 국민에게 말하려면 이번에 검찰은 법의 모습을 똑바로 보여 주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다시 특별검사로 하여금 이 사건을 다시 수사하게 될 것이다. 현 정부는 명운을 걸고 법과 질서가 무엇인지를 국민에게 제대로 보여 주어야 한다.

 

/정종섭(서울대법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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