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용운 편찬실장 "교류하면 동서간 차이보다 소통 쉬워"
"남북간 언어 이질화가 심각하다는데 사실은 남북보다 동서간 언어 이질화가 심합니다."
한용운 겨레말큰사전 남북공동편찬사업회 편찬실장은 21일 남북평화재단이 '북녘말, 남녘말, 아름다운 우리말'이라는 주제로 서울 대학로 함춘회관에서 개최한 강연회에서 남북간 언어 이질화는 사실은 낱말의 차이이기 때문에 남북교류만 이뤄지면 쉽게 극복할 수 있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한반도 전체를 크게 동서와 남북으로 구분했을 때 서쪽에 있는 평양 사람들이 6개월만 서울에 와서 표준말을 학습하면 서울말을 바로 쓰지만 동쪽 사람들은 아무리 학습해도 잘 못 쓴다"며 동쪽 사람들은 모음 'ㅓ'와 'ㅡ'를 듣거나 말할 때 구분하지 못해 가령 '성숙/승숙'을 구분할 수 없으나, 남북 사이엔 예컨대 '낙지'와 '오징어'가 서로 바뀌어 쓰이지만 바뀌어 쓰인다는 것을 기억하기만 하면 소통된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남북간 언어의 차이는 학습할 수 있는 낱말의 차이일 뿐인데 이질화라고 할 수 있느냐"고 그는 반문하고 "보통 이질화란 문법이 달라져 있을 때, 가령 어순을 다르게 쓴다든지 하는 것인데 북측도 우리와 똑같이 써 그렇게 문제가 안된다"고 말했다.
"다만 걱정해야 할 것은 '소행'이 남한에선 부정적으로, 북한에선 긍정적으로 쓰이고 '신사'라는 말은 남한에선 긍정적으로, 북한에선 부정적으로 쓰이는 것처럼 남북 사이에 60년간 교류가 없이 떨어져 있다 보니 자연 발생적인 차이가 생긴 것"이라고 한 실장은 지적했다.
또 새로 태어난 단어가 많을수록 소통이 돼야 하고 서로 관심을 가져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 제일 필요한 것이 남북 교류라고 그는 덧붙였다.
2005년부터 진행중인 남북간 겨레말큰사전 편찬사업과 관련, 그는 "우리는 사전 올림말에 약 50만개, 북한은 33만개가 있는데 겨레말큰사전은 이를 통일해 어떤 것은 올리고 어떤 것은 빼 35만여개로 줄이기로 했다"고 소개했다.
북측에서는 남측의 세금관련 말들이 200개가 넘는 것을 의아하게 여기며 "월급 받아서 다 빼면 뭐 먹고 사느냐"며 "다 빼자"고 주장하는 반면, 남측에서는 북측의 혁명관련 단어가 200개나 돼 모두 다 올릴 수는 없으니 줄이자고 해 서로 논의하고 합의하는 중이라는 것.
남북간 또 다른 쟁점인 '여자(남)/녀자(북)'와 같은 두음법칙과 '등굣길(남)/등교길(북)' 같은 사이시옷 문제인데 어떤 것이 합리적인지 그 연원을 조선시대까지 올라가며 회의가 진행중이며 "올해까지 어떤 규범으로 사전을 만들 것인지 합의할 것"이라고 그는 밝혔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