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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고전 번역 - 조상진

조선왕조실록(국보 151호)은 태조부터 철종까지 25대 472년간의 역사를 기록한 방대한 책이다. 총 1893권 888책으로 6400만 자에 이른다.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지정된 이 책은 조선시대의 정치 외교 군사 경제 산업 교통 통신 풍속 미술 공예 종교 등을 망라, 세계적으로 그 유례를 찾기 어려운 귀중한 자료다. 이에 비해 중국의 대청역조실록(大淸歷朝實錄)은 296년에 불과하고, 일본의 3대실록(三代實錄)은 민망할 정도로 빈약하다.

 

이 책은 1968년부터 국역작업이 시작돼 1993년에 413책으로 간행되었다. 완역까지 무려 25년의 세월이 걸린 셈이다. 또 1995년 CD-ROM으로 제작되었고 지금은 인터넷에 접속해 언제라도 볼 수 있게 되었다. 이 실록은 역사 드라마를 제작하거나 국학관련 글을 쓸 때 기초자료로 널리 인용되고 있다.

 

승정원일기(국보 303호·세계기록유산) 또한 대단히 가치있는 자료로 조선왕조실록의 4배에 이르는 3243책으로 되어 있다. 하지만 이 일기는 아직 15% 정도만 번역되었고 지금도 번역작업이 진행중이다.

 

이러한 고전은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보물창고와 같다. 조상들이 어떻게 살았는가를 알려주는 뿌리요, 길잡이기 때문이다.

 

이번에 전주대에서 우리의 뿌리를 알려주는 노작(勞作)을 내놓았다. 변주승 책임교수 등이 8년에 걸쳐 '여지도서(輿地圖書)’를 완역해 낸 것이다. 200자 원고지 6만 매에 이르는 엄청난 분량을 50권으로 묶어냈다.

 

여지도서는 1757-1765년 사이에 편찬한 조선 팔도지리지로, 채색지도가 포함된 필사본이다. 여기에는 군현(郡縣)읍지, 영지(營誌) 등과 누락된 40개 고을을 덧붙여 353개 고을의 지리지가 실렸다. 내용은 강역(彊域)에서 군병(軍兵)에 이르기까지 18세기 조선, 특히 지방의 모든 것을 담고 있다.

 

이 책을 번역한 변 교수는 3가지 번역원칙을 세웠다고 한다. 빈틈없고 정확한 한문독해, 구조적 역사이해, 아름다운 한글사용이 그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하루 15시간씩 손과 발이 부어 오르는지도 모른채 오로지 작업에만 몰두했다"고 밝히고 있다. 또 20여 명의 번역팀이 매월 1-2차례 3박4일씩 합숙하며 번역의 통일성을 기했다는 것이다.

 

제대로 된 번역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실감케 한다.

 

/조상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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