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인간 광기에 대한 고발
어둡다. 그의 자화상도, 개도, 가시만 남은 생선도 마찬가지다.
기괴하고 잔인하며 일그러진 형태. 인간인지 동물인지 구분되지 않는 몸뚱이가 두려움으로 몰아넣는다.
무채색 계열 색감, 거친 마티에르 붓질 또한 상식적인 아름다움과는 거리가 멀다.
부조리한 사회, 인간에 대한 무자비한 폭력을 응시하는 작가의 문제의식. 조 헌(44) 개인전은 시대와 인간의 광기에 대한 고발이다.
"사람들은 흔히들 완전한 얼굴, 표정을 떠올리지만, 저는 진실은 다른 곳에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웃는다거나 슬프다거나 하는 분명한 표정이 정말 우리 내면을 대신할 수 있는 걸까요? 뒤죽박죽 엉망진창이 되어버린 제 마음을 솔직하게 담은 겁니다. 그림과 사람살이는 닮은 꼴일 수 밖에 없겠구나 싶어요."
2002년부터 꾸준히 그려왔던 개. 폭력성을 강조한 맹수, 섬뜩한 시선의 공격성에서 뒷골목 이방인의 무기력한 시선으로 옮겨졌다. 그리고 등장한 가시만 남은 앙상한 생선. 구성원들에게 버림받고, 무관심 속에 유기된 존재의 형태다.
"지독한 슬픔이 슬픔을 위로할 수 있지 않을까요. 노골적인 노출로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어떤 위안을 줄 수 있을까 고민해봤습니다. 갈수록 나락으로 치닫는 인간성의 회복을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어디 세상살이가 그렇게 녹녹하던가! 다소 부담스러운 처참하고 왜곡되고 일그러진 모습엔 지독한 아픔이 묻어난다. 당분간 서울에 머물면서 또다른 전시를 준비할 것 같다는 그는 "사람들은 팔리는 그림을 그리라고 하지만, 작품이 팔리고 안 팔리고에 연연하는 게 작가가 해야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인간과 사회의 본질에 직시하려는 그의 실험정신은 설득력있는 또다른 캔버스를 선물할 것 같다.
전북도의 '수도권 전시지원사업' 일환인 이번 전시는 26일부터 9월1일까지 서울 노암 갤러리에서 열린다. 개막은 26일 오후 5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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