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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의 문화콘텐츠 50] 천주교·불교·원불교 성지 잇는 6박7일

450리 길 걸으며 '길을 찾는다'

180km에 이르는 '순례길'. ([email protected])

▲ 순례길 조성

 

한국판 '순례자의 길'(pilgrimage trail) 조성사업이 완결을 앞두고 있다. 스페인의 산티아고 길에서 영감을 얻은 총 연장 180㎞(450리)에 이르는 '순례길'은 초 종파적으로 추진되는 것이 특징. 전체 여정의 90% 이상이 숲길과 마을길이 중심이기에 안정성을 확보했다. 여산의 천호성지에서 강경의 나바위로 이어지는 1구간을 시작으로 미륵사지(불교)-원불교 총부-초남이 성지-전동성당-치명자산-완주 송광사를 거쳐 다시 천호성지까지 연결되는 6구간이 6박 7일 일정으로 조성된다. 천주교 전주교구장(이병호), 원불교 전북교구장(허광영), 송광사 주지(도영)등이 뜻을 모았고, 지자체에서는 도로 정비 및 부대시설 확충을 약속했다.

 

사단법인 한국순례문화연구회(이하 순례연)은 순례객 예약 및 프로그램 관리를 총괄하기 위해 각 종단의 종교인들이 만든 단체. 다음 달에 있을 '순례자의 길' 선포식 준비에 분주하다. 실무를 맡고 있는 김영수 신부(천호피정의 집 관장)는 "순례는 상실한 가치에 대한 길 찾기"라며 새로운 순례 문화를 만드는 것에 의미를 둔다. 이미 타종교 성지와 관련한 답사를 하며 영적인 공감대를 나누었다. 순례길은 평등한 종교와 영성을 추구한다. 전주-완주-여산-익산을 둥글게 잇는 이 길은 어디든지 출발점이자 종착지다.

 

길을 잃은 사람들에게 순례길은 그 자체로 하나의 종교다. 다음 달 중순경 '순례길 선포식'에서 새로운 길을 찾아보자. 도지사를 비롯한 종단 지도자들도 함께 걸을 예정이다. 새로운 걷기 혁명이 시작된다.

 

▲ 순례길의 운영

 

순례자의 길 조성의 기본 구상은 만리장성 축성 방식이다. 기존의 종교성지(거점지)를 이어 만든 것. 일반 참여자도 거점지의 종교시설에서 숙박 및 숙식이 가능하다. 미륵사지를 찾아온 불교신도들이 인접한 원불교 총부에 가서 점심공양을 하고, 초남이 성지에서 잠을 청하는 식이다. 숙박은 종단에서 운영하는 종교시설과 민박을 활용하면 된다. 도착하는 시간이 맞다면 거점지에서 제공하는 식사를 이용하면 되고 대여해주는 취사도구를 이용해도 된다. 한밤중에도 길을 떠날 수 있는 자유롭고 안전한 순례길 조성을 위해 세부적인 프로그램 구상은 각 종단의 연구위원과 조선(전일관광 사장)씨가 맡았다. 순례연의 상임이사를 맡은 그는 세계적인 여행사인 '구오니(KUONI)'의 유럽 본부장 시절 종교순례의 콘텐츠적 가치를 발견했다고. "기독교인들에게 예루살렘이 있다면 티벳인들에게는 라싸가 있습니다. 이슬람교도의 메카와 인도인들의 갠지스강은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하는 곳이지요." 그의 말을 들으니 순례길의 성공 가능성이 높게 느껴져 안심이 된다.

 

순례객들에게는 인근의 숙박 및 편의시설이 포함된 지도가 제공될 예정. 지도 한 켠에는 순례지의 도장을 찍은 칸이 있어서 하나씩 스템프를 늘려가는 즐거움이 있다. 칸을 다 채운 이들에게는 순례증명서가 발급된다. 걷는 것은 본능이자 운명이다.

 

영혼의 안식과 위안은 길 위의 침묵에서 시작된다. 순례길에 참여한 사람들은 역사·문화유산과 침묵의 대화를 하며 타인과의 소통을 배울 것이다. 그리하여 길 위에 서는 그들은 떠도는 자. 세상 너머를 걷는 신인류. '호모 원더러쿠스'다.

 

/박태건 문화전문객원기자(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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