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의 새 총무원장으로 자승(慈乘ㆍ55ㆍ은정불교문화진흥원 이사장)스님이 선출됐다.
자승스님은 22일 유권자 320명 중 317명이 참여한 가운데 종로구 견지동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의 전통문화공연장에서 실시된 제33대 신임 총무원장 선거에서 290표를 얻어 91.48%라는 압도적인 득표율을 기록하며 임기 4년의 신임 총무원장으로 당선됐다.
기호 2번 각명스님(58ㆍ법주사 봉곡암 감원)은 3표, 기호 3번 대우스님(64ㆍ전 총무원 교무부장)은 4표를 얻는데 그쳤다. 무효표는 20표였다.
사회의 국회 격인 조계종 중앙종회의 종책모임인 화엄회를 이끌고 있는 자승스님은 경쟁 종책모임인 무량회, 무차회, 보림회 등의 공조 아래 종책 모임 단일 후보로 이번 선거에 출마, 일찌감치 당선이 확실시돼왔다.
2007년 신정아씨 사건 등을 통해 첨예한 갈등을 노출해왔던 조계종의 종책 모임들이 뜻을 모아 50대의 젊은 총무원장을 탄생시킴에 따라 조계종 행정에 새 바람과 세대교체가 일어날지 주목된다.
조계종 총무원장은 전국 사찰 2천501곳, 스님 1만3천860명(2008년도 조계종단 통계자료집 기준)이 속한 한국 불교 최대 종단인 조계종의 행정을 총괄한다.
총무원장은 본ㆍ말사 주지 임명권과 연간 300억원에 이르는 총무원 예산 집행권, 종단 소속 사찰의 재산감독 및 처분 승인권 등을 갖는다. 또 중앙승가대를 포함한 승가학원 당연직 이사장이 되며, 조계종 사회복지재단 당연직 이사장, 한국불교종단협의회 당연직 회장 등이 된다.
조계종은 1962년 통합종단으로 출범한 이래 각종 분규와 총무원장의 임기 중 열반 등을 겪어 4년 임기를 잡음없이 채운 총무원장이 사실상 없었다. 따라서 이번 선거는 조계종 행정부의 평화로운 정권 교체를 처음 이뤄냈다는 기록을 남기게 됐다.
아울러 50대 이하의 젊은 총무원장이 선출된 것도 월주(74ㆍ1980년, 1994∼1998년 총무원장 재직), 의현(73ㆍ1986-1994년 총무원장 재직)스님 이후 10여년 만이다.
자승스님은 1954년 강원도 춘천 출신으로 1972년 해인사에서 지관스님(77ㆍ현 총무원장)을 계사로 사미계를, 1974년 범어사에서 석암스님을 계사로 구족계를 받았으며 제30대 조계종 총무원장 정대스님(2003년 열반)의 상좌를 지냈다.
동화사, 봉암사 선원 등에서 안거 수행하고 수원 포교당, 삼막사, 연주암 주지 등을 지냈으며 1986년 총무원 교무국장으로 종단 일을 시작했다.
이후 총무원 재무부장, 총무부장 등을 지내고 조계종 중앙종회의원을 4선(10대, 12대, 13대, 14대)했으며, 2006년 14대 전반기 중앙종회에서는 의장을 지냈다.
1997년부터 5년간 과천종합사회복지관 관장을 맡았고, 2004년부터는 은사인 정대스님(2003년 열반)이 만든 은정불교문화진흥원 이사장을 맡아 불교단체와 불교학자, 청년들을 지원하는 등 대사회활동도 활발하게 했다. 또 종책모임 화엄회와 함께 베트남 고엽제 피해자와 캄보디아, 미얀마 등도 도왔다.
이번 선거에서는 종단 도약의 청사진을 제시할 수 있는 '행동하는 지도력', '개방적인 리더십', '세대 통합의 지도력'을 강조하면서 표심을 모았다.
주요 공약으로는 ▲종단의 수행풍토 확립과 교육 및 포교 활성화 ▲'열린 종단', '함께 하는 종단' 실현 ▲교구 활성화 ▲승려 노후복지 문제 해결과 효율적이고 편리한 신개념 종무행정 도입 ▲불교의 미래를 위한 성장동력 구축 등을 내걸었다.
자승스님은 23일 원로회의 인준을 거쳐 이달 31일부터 임기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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