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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 테라시타씨 "신뢰 구축 위해 도보순례 나서"

안중근 의사 순국 100주년 맞아 미야기현 대림사서 전주까지 2240여km 걸어와

11일 오후 5시 전북대 전라문화연구소 세미나실에서 열린 안중근 의사의 평화사상을 기리는 간담회에서 일본에서 한국을 잇는 도보순례 중인 테라시타씨가 대학원생들에게 여행 중 느낀 점들을 설명하고 있다. 이강민([email protected])

"일본에서 혼자 걸으며 길을 잃은 적이 많았습니다. 그럴 때마다 겸허한 자세로 사람들에게 길을 묻고 다시 가야 했습니다. 인생도, 역사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안중근 의사 순국 100주년을 기려 일본에서 한국에 이르는 2500km 도보순례에 나선 테라시타 다케시씨(57)는 대장정을 통해 "걷는 것은 인생, 그리고 공부와 같다"라는 교훈을 얻었다고 말했다.

 

11일 오후 5시 전북대 인문대 전라문화연구소 세미나실. 테라시타씨와 전북대 이정덕 교수, 고고인류학과 대학원생 8명이 참석해 안중근 의사의 평화사상과 이를 기리는 도보순례에 대한 간담회를 진행했다.

 

"안중근 의사는 일본 입장에서는 영웅을 죽인 역적일 수 있을텐데요, 일본에서의 반응은 어떤가요?"

 

도보순례에 나선 테라시타씨의 정신과 용기에 감탄하면서도, 한국의 대학원생은 걱정스레 물었다.

 

"이 여행이 끝나고 일본에 돌아갔을 때 어떤 일이 있지 않을까 불안하기는 합니다."

 

안 의사의 유묵이 보관된 일본 미야기현 대림사에서 전주까지 2240여km를 걸어 온 테라시타씨는 이같이 답했다. 하지만 "역사를 공부하다보니 일본이 한국에 저지른 잘못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됐고, 그냥 교류하자라는 일본의 제안은 한국에 굉장히 실례라고 생각했다"며 "진정한 신뢰관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생각에 도보순례에 나서게 됐다"고 덧붙였다.

 

한 대학원생이 "걸으면서 무엇이 가장 힘드냐"고 묻자 테라시타씨는 "특별히 힘든 것은 없는데 도보순례 기간 단주를 한 것이 가장 힘들다"고 말하며 웃었다. 평소 술을 즐겼던 안 의사가 독립되는 날까지 술을 끊겠다고 한 것에 영향을 받아 이번 순례기간 동안 테라시타씨도 단주를 한 것이다.

 

대학원생들은 일본의 젊은이들에 대해서도 깊은 관심을 보였다. "일본 젊은이들의 정치적 무관심이 일본사회의 우경화 실마리를 제공했다는 말이 있는데, 원인은 무엇일까요"라는 질문에 대해 테라시타씨는 "어렸을 적에는 의식있는 다큐나 드라마 등이 방송을 통해 많이 방영됐는데 자민당 정권이 50년 이상 지속되면서 이런 것들이 사라졌다"고 답했다. 아울러 "자민당이 우민화 정책을 행했다고 보는데 양심적인 사람들은 이에 대해 위기감을 느꼈고, 문제의식을 확산시켜 가려는 움직임도 활발하다"고 설명했다.

 

테라시타씨의 대장정은 안 의사 순국 100주년 기념식이 열리는 26일 서울에서 마감된다. 하지만 그는 "서울은 이번 순례의 골인점이지만 새로운 출발점이기도 하다"며 "한·일 양국이 진정한 신뢰관계 속에 교류를 할 수 있도록 공부를 더 많이 하겠고 한국어를 배워 안 의사에 대한 한국 자료를 더 공부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테라시타씨는 이를 위해 오는 11월께부터 전남 순천에서 1년간 살며 한국어 공부와 한국의 유기농업을 연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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