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란한 가족 순간 무너져…뚜렷한 대응책 없어 불만 목소리 높아
평범한 가장으로서 단란한 가정을 꾸려오던 강막동씨(49·전주시 덕진동)의 삶은 지난 2007년 5월 한 순간에 바뀌었다. 당시 전주시내 J중학교 3학년이었던 둘째 아들 영준이가 학교폭력을 견디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기 때문이다.
아들이 유서를 남기지 않아 정확한 자살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강씨는 "학교에서 동급생들의 폭력에 시달려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고 주장하면서 아들의 억울함을 호소하기 위해 경찰과 검찰·국회 등 관계 기관을 뛰어다녔다.
'부모는 자식을 가슴에 묻는다'는 말처럼 강씨는 아들이 떠난 지 3년이 지났지만 온전한 생활을 하지 못하고 있다. 술과 수면제를 먹어야만 잠을 청할 수 있고 우울증에 시달려 병원 치료를 받고 있다. 또 '아들이 세상을 떠난 것은 돌보지 못한 내 탓'이라며 자책감에 시달려 일도 손에 잡히지 않는다고 했다.
강씨는 "아직도 아들이 꿈에 나타난다"면서 "학교폭력이 얼마나 나쁜 짓이고 이로 인해 그 가족들이 얼마나 고통을 받는 지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 것"이라고 말했다.
오는 5월31일이면 영준이가 세상을 떠난 지 3년째 되는 날이다. 강씨는 국화꽃을 사들고 영준이가 있는 곳을 찾아가기로 했다. 강씨의 친구들이 '과거에 얽매여 생활하지 못할까' 걱정 돼 영준이의 마지막 길을 지금까지 알려주지 않아 한 번도 찾아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강씨는 "죄가 나쁘지 인간이 나쁜 것은 아니다"면서 "이 같은 불상사가 재현되지 않도록 당국의 노력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A씨는 최근 서울에서 전주로 이사를 왔다. 학교에서 집단 따돌림을 받는 초등학생 딸을 위해서다. 인근 학교로 전학을 보낼까 생각도 해봤지만, 속칭 '왕따'를 당했다는 소문이 퍼질까 두려워 아예 아무도 모르는 전주로 이사를 온 것이다.
A씨는 "학교측이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학교 이미지가 훼손될까 두려워 쉬쉬하고 가해 학생에게 전학 권고만 했다"면서 "그러나 이후 가해학생이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아 피해자인데도 전학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학교폭력 피해자 가정이 늘고 있지만 정작 학교폭력을 예방해야 할 기관에서는 뚜렷한 대응책을 마련하지 않아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또 학생 인권신장과 체벌금지에 따른 역효과로 인해 피해자가 가해자보다 오히려 더 많은 피해를 보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북도교육청 관계자는 "중학교까지는 의무교육이고 가해자도 인권신장과 교육받을 권리가 있기 때문에 처벌로는 전학 권고밖에 할 수 없다"면서 "강제조항이 아니기 때문에 가해자가 전학을 안 간다고 하면 피해자가 전학을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또"피해 학부모는 학교폭력 당사자가 아니어서 학부모 관련 예방 프로그램은 없는 것으로 안다"며"학교마다 학교폭력대책위원회 등이 구성 돼 있어 학교에서 자체적으로 해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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