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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을 살린 사람들] 임실 산수상황 류용희 대표

수많은 시행착오 거쳐 '뽕나무 상황버섯' 재배 성공…kg당 150만원 참나무서 생산된 것보다 4배 비싸

임실 산수상황 류용희 대표가 자신이 재배한 뽕나무 상황버섯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상황(桑黃)버섯은 뽕나무 상(桑), 누루 황(黃)자를 쓴다. 백과사전에 '다년생으로 뽕나무 등에 겹쳐서 나는 목재부후균(버섯)이라고 규정돼 있다.

 

즉 상황버섯은 뽕나무에서 재배해야 '진짜'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요즘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상황버섯은 대부분 참나무에서 재배된 것이 많다.

 

임실 산수상황 류용희 대표(64)는 뽕나무에서 상황버섯을 재배, 수확한다. 그만큼 항암작용 등으로 인해 '신비하다'고 할 수 있는 상황버섯의 효능이 뛰어나다.

 

류 대표는 "동의보감의 탕액편에 상목이(桑木耳)라고 기록돼 있는 상황버섯을 선조의 지혜 그대로 만들어 내고 싶었다"면서 "재배방법이 어느 책에도 전해져 오는 것이 아니어서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뽕나무 상황버섯을 생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류 대표는 95년부터 상황버섯에 도전했다.

 

고향인 임실군 삼계면 산수리, 말 그대로 산수(山水)가 좋은 곳에서 첫 해에는 참나무 상황버섯 재배를 시도했으나 '완전하게'실패했다. 관련 지식이 너무 부족했음을 절감했다.

 

돼지를 키우며 생활의 근간이 됐던 양돈장이 경매에 부쳐지는 등 온갖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이듬해인 96년에는 뽕나무 상황버섯을 시작했다. 익산 농업기술원 유수기 소장의 자문이 큰 도움이 됐다. 원목 종균과 살균 시간이 문제였다.

 

'하늘의 운을 받아' 전체 뽕나무 원목중 70%는 재배에 실패해 폐목이 됐지만 30%에서 재배에 성공했다. 97년 판매가 시작된 뽕나무 상황버섯은 당시 1㎏의 가격이 무려 500만원이었다. 전국적으로 생산량이 늘어 지금은 ㎏당 150만원이다. 참나무 상황버섯이 지금 ㎏당 40만~50만원이므로 3~4배 차이가 있다.

 

상황버섯은 임실 삼계면의 햇볕이 완벽하게 차단된 비닐하우스에서 지하 150m 암반수를 사용해 재배한다. 온도와 습도를 1년내내 계절별로 잘 맞춰야 함은 물론 원목의 굵기에 따른 살균시간이 다른 것 등이 다년간 경험을 통해서 얻은 노하우다.

 

'뽕나무 상황버섯'의 재배에 성공한 류 대표는 2003년 산수상황버섯영농조합법인을 설립한 후 한차원 높은 세계에 뛰어든다.

 

상황버섯의 베타글루칸·다당체 등 인체에 유효한 성분을 제대로 섭취하려면 '술'을 만들어야 하는 문제에 부딪친 것이다.

 

상황버섯 자체를 그대로 소비자에게 전하면 '신뢰'는 확실할 수 있으나 소비자가 면역기능·항암작용 등 상황버섯의 효능을 최대한 섭취할 수 없기 때문에 술을 만드는데 도전한 것이다.

 

그러나 간단치가 않았다. 온도가 75도를 넘으면 상황버섯의 성분이 분해돼버려 55도에서 증류가 되게 함으로써 유효성분을 완벽하게 추출해 인체에 흡수되게 하는 '과제'가 기다리고 있었다.

 

몇개월 동안 전국의 술 공장을 돌아다니며 OEM방식으로 이같은 '과제'를 풀어줄 곳을 찾았지만 "못 만든다"는 대답만 들었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았고 우석대 식품공학과 이태규 교수의 자문과 지도에 의해 술 제조에 성공했다. 증류솥·추출솥 기능을 겸용으로 할 수 있는 진공강압축출솥을 설계해 국내 최초로 제작한 것이다. 2~4일간 버섯을 가열해 유효성분을 축출하는 설비로 가열시간이 특급 노하우다.

 

임실지역에서 나오는 쌀을 주원료로 약주를 만들고 이를 증류하여 순수곡물 증류주를 제조한 후, 이 술과 20~50년된 뽕나무 원목에서 생산된 상황버섯을 혼합해 일정 온도의 진공강압축출솥에서 6시간 이상 상황버섯의 유효성분을 완벽하게 추출해 숙성 제조, 술을 만들고 있다.

 

상황버섯술 제조로 류대표는 특허를 받았고 농림부 신지식인에 선정됐다.

 

류 대표가 '마우터(MOUTER)'라는 상표로 시장에 내놓은 술은 알콜도수 40%짜리의 경우 750㎖짜리 5병에 상황버섯 1㎏이 들어간다. 유명백화점에서 판매되고 있고 높은 가격에도 효과를 본 사람들의 재구매가 이어지고 있다. 류 대표는 "외국의 유명 양주를 대체할 명품 술로 손색이 없다"고 자랑하며 "유명 양주는 희귀성 때문에 비싸지만 마우터는 원료와 기능성을 다른 술이 따라올 수 없다"고 단언했다.

 

류 대표는 젊었을 때 전주에서 운수업·자동차 정비공장을 운영하던 사업가였다. 농촌에 살고싶어 38세때인 85년 고향인 임실 삼계로 돌아왔고 처음엔 한우, 87년엔 젖소와 낙농업으로 전원생활의 즐거움을 누렸다.

 

하지만 사료를 만들기 위해 옥수수를 수확하다 트랙터와 함께 낭떠러지에서 굴렀고 죽을 고비를 넘긴 후 1년여간 병상에 누워 지내는 병원신세를 져야 했다.

 

퇴원후 다시 임실에 돌아온 그는 양돈업과 담배농사 등에 힘썼지만 소득은 많지 않았다. 특히 양돈업은 돼지를 팔아도 사료값을 못주는 악순환에 시달리다 양돈장이 경매에 부쳐지는 어려움을 겪었다.

 

담배농사를 지으며 남는 비닐하우스가 남자 97년 '운명처럼' 상황버섯 재배에 도전한 그는 "사고의 후유증으로 몸이 약해져 몸에 좋은 것이 뭘까 궁리하다 상황버섯을 생각하게 됐다"면서 "당시에 '겁도 없이'상황버섯이라는 희귀한 품목에 희망을 걸었고 '운좋게'재배에 성공했다"고 말했다.

 

류 대표는 '일을 크게' 벌린다. 소를 키우거나, 돼지를 키울 때 사육두수가 적지 않았고 농사를 지으려 비닐하우스를 세울 때도 적은 규모로는 하지 않았다.

 

상황버섯 재배에 성공해 본격적으로 생산할 때에도 생산량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버섯이 모자란다. 거의 술로 만들기 때문에 류 대표를 찾아와도 상황버섯 자체를 줄 수 없어 안타깝다는 설명이다.

 

또 내달부터는 당뇨·고혈압·암·알레르기에 효과적인 성분을 살려 건강식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상황버섯 원제품은 더욱더 모자랄 수 밖에 없다.

 

그는 자기가 습득한 재배기술을 혼자 갖고 있지 않고 임실지역 농민들에게 전파했다. 그러나 수확이 되려면 4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한데다 뽕나무 원목을 구하기 쉽지 않아 그에게 기술을 배워 실제 상황버섯을 재배하고 있는 농민은 5명에 머무르고 있다.

 

류 대표의 술은 전라북도를 대표할 수 있는 '명품'으로 전략적인 홍보가 필요하지만 전북도청을 비롯 행정당국에서 아직 적극 지원하지 않고 있다. 아마 가격이 너무 비싸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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