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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가약 퇴출 포기…복지부-연구자 공방

보건복지부가 효능 대비 고가의 건강보험 의약품을 퇴출하는 '기등재약 목록 정비사업'을 사실상 포기하기로 한 데 대해 외국인연구자와 국내 연구자 사이에 공방이 오가고 있다.

 

28일 관련기관 등에 따르면 최근 복지부는 서울대 간호대 김진현 교수가 연구에 참여했던 경제성 평가 방식의 기등재약 목록 정비사업을 포기하기로 하면서 다국적제약사 측의 의뢰를 받은 스웨덴 스톡홀름 상과대학의 벵트 요한슨 교수 의견서를 참고했다.

 

복지부가 지난 4∼5월 40일간 의견조회를 거쳐 다국적의약산업협회(KRPIA)를 통해 제출받은 요한슨 교수의 의견서는 김 교수가 채택한 의약품의 효능 대비 약값을 비교하는 경제성 평가(HTA) 방법이 약가 인하에 적합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요한슨 교수는 의견서에서 "건강보험 적용대상에 포함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개별 의약품을 평가하는 방법과 지침은 잘 개발돼 있지만, 이미 보험 대상에 포함된 전체 의약품인 '기등재 목록'을 정비할 방법론은 없다"라고 말했다.

 

기등재약 목록 정비사업은 기존에 이미 건강보험 적용을 받는 약물에 대해 약값대비 효과를 분석해 경제성이 떨어지는 약물을 건강보험에서 퇴출하거나 약값을 대폭 인하하는 작업을 가리킨다.

 

요한슨 교수는 또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복지부의 '기등재약 목록 정비' 사업계획에 따라 김 교수에게 의뢰해 2007년 이전 건강보험에 등록된 832개 고혈압 치료제의 효과를 분석한 연구보고서도 비판적으로 평가했다.

 

요한슨 교수는 "(김 교수의) 보고서는 고혈압약 평가를 위해 경제성평가 방법론을 많이 인용하고 있는데, HTA는 약가 인하를 위해 개발된 방법론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가 작성한 연구보고서는 해당 고혈압 약들이 계열별로 약효에 유의미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고 결론을 내렸는데, 이 연구를 토대로 고혈압약 목록을 정비할 경우 평가 대상 혈압약 70%가량이 20∼65%가량 가격이 깎여 전체 1조4천억원의혈압약 시장에서 5천억원이 절감될 것으로 전망됐었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요한슨 교수의 의견서는 다국적 제약사의 요청으로 작성됐다는 측면에서 제약사의 입장에 치우쳐 작성됐을 가능성이 있다"며 "이 의견서는 한국에서 진행 중인 고혈압 치료제 평가 내용이나 연구의 맥락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고, 내용 대부분은 일반론에 대한 기술 수준"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복지부가 국가사업을 추진하면서 다국적제약사가 제출한 특정 개인의 의견을 참고해서는 객관성을 확보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특히 공개적인 토론회를 통한 의견수렴 없이 3년째 추진해 온 사업을 중단키로한 데 대해 유감을 표명했다.

 

복지부의 추진안은 특허가 끝나지 않은 의약품에 대해선 약가인하에서 제외토록했기 때문에 특허기한이 남아있는 오리지널 의약품을 대부분 보유하고 있는 상당수 다국적 제약사들은 이를 환영하는 입장이다.

 

복지부 보험약제과 김상희 과장은 이와 관련, "경제성평가를 통한 정비사업을 철회하는 데 요한슨 교수의 의견서를 참고했다"라며 "우리 사업이 스웨덴의 경제성평가 정책을 참고한 것이었는데다, 이 교수가 관련연구의 권위자이기 때문"이라고말했다.

 

김 과장은 "경제성 평가를 통한 목록정비 철회 결정에는 요한슨 교수뿐 아니라 건정심 의원 등 각 분야에서 제출된 다양한 의견을 참고했다"라며 "다만 '20% 일괄인하'로 방법을 바꿔 목록을 정비하는 사업은 여전히 유효하다"라고 덧붙였다.

 

복지부는 약제비 적정화 방안의 하나인 기등재약 목록정비 사업의 방향을 놓고 최근 효능군별 경제성 평가방식을 포기한 채 같은 성분의 약 가운데 가장 비싼 약의 최대 20%만큼 일괄 인하토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복지부는 28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열어 약값 일괄인하 방안을 최종 심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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