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식 베트남 쌀국수·월남쌈 맛 보세요"
마조리, 리에, 로에나, 아이사, 쉐인, 엘라니, 메리크리스, 틴티엔씨.
불과 석 달 전까지만 해도 이들은 한국에 시집온 동남아 여성이라는 것 밖에 공통점이 없었다. 그러나 지금 이들에게는 또 하나의 공통점이 생겼다. 바로 김제시 요촌동 택지개발지구에 들어선 다문화 카페테리아 '다식'의 공동 사장이라는 것이다.
다문화 카페테리아 다식(多食)은 지난 5월 처음 문을 열었다. 150㎡ 남짓한 규모의 다식에서는 베트남 쌀국수와 월남쌈처럼 우리가 이름만 들으면 알만한 음식에서부터, 아도브, 티놀랑 같은 생소한 음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동남아 음식들을 한자리에서 맛볼 수 있는 곳이다. 그것도 직접 그 곳에서 나서 자란 여성들의 손맛에서 만들어지는 음식이니, 그 맛이야 말할 것도 없다.
처음 다식의 문을 열 것을 제안한 것은 6년 째 김제다문화지원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이정주 센터장과 부인 이미연씨에 의해서다. 이들은 이주여성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들을 현장에서 접하고 들을 수 있었다. 현재 다식의 사업담당을 맡고 있기도 한 이미연씨는 "이주여성들이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생활고였어요, 하지만 이들에게 선뜻 일자리를 내주는 곳이 없어서 힘들어했다"면서 "이런 어려움을 한꺼번에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다문화 카페를 생각하게 됐다"고 한다. 하지만 이들에게도 역시 카페를 차리기 위한 자금을 마련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때마침 사랑의 열매 공동모금회와 금융감독원에서 공동으로 '다문화 가정의 경제적 자립을 위한 일자리 사업'을 공모하고 있었는데, 거기에 아이디어가 채택되어 창업지원비를 포함한 4000만원을 지원받게 됐다. 이렇게 차려진 다문화 카페테리아 '다식'은 이제 이주여성들에게는 새로운 삶터가 되어가고 있다. 먼저 이들이 음식을 만들면서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이 한국인의 입맛에 맞추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의 동남아음식하면 향이 강하고 독특한 향신료를 떠올린다. 그런 거부감을 없애기 위해, 일단 향신료를 빼고, 재료 고유의 맛을 살린 한국식 동남아 음식이 재탄생하게 됐다. 그런 전략이 맞아떨어진 걸까. 현재 이곳을 찾는 손님은 대부분이 한국 사람이다. 한국 사람들이 입맛에 맞추기 위해, 매운 맛을 좀더 살리고, 또 월남쌈의 야채도 매일매일 시장을 봐서 싱싱한 것들로만 올린다. 무려 10가지가 넘는 야채가 쌈재료로 올라온다. 그 뿐 아니다. 베트남 쌀국수의 국물은 한국인이 좋아하는 국산 사골로 우려낸다. 그 때문에, 한번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다시 또 발걸음을 해준다. 그게 고마워서 이곳 사장들은 좀더 음식에 정성을 다하게 된다고. 한국인의 입맛과 취향을 제대로 파악하고, 장사에 나선 이들. 한국에서 살아온 세월은 채 10년이 되지 않지만, 그들은 이미 한국인이 다 되어있었던 것이다.
다식(多食). 흔히 많이 먹는다의 다식을 떠올릴 수도 있겠지만, 다식은 다문화 식당의 줄임말이다. 그 이름처럼 이 곳에서는 언제든 다문화 음식들의 참맛을 느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그 안에서 참 한국인이 되어가는 다문화 여성들도 만날 수 있다.
/ 이지현(여성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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