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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상호의 클래식과 친해지기] (46)갈랑(Galant)양식(2)

佛 쿠프랭 모음곡 6번의 '우아한 선율'

프랑스 갈랑양식 음악은 당시의 중요한 건반악기인 클라브생(Clavecin, 프랑스의 하프시코드 : 피이노의 선조격인 악기) 음악에서 특히 두드러졌다. 대표적 음악가는 쿠프랭(Francois Couperin, 1668~1733)이다. 쿠프랭 가계(家系)는 파리에서 거의 200여년 동안 작곡가로, 건반악기 연주자로 대를 이어 활동한 집안이다. 오르간 대가로서, 하프시코드 명장으로서 크게 존경받던 쿠프랭은 루이 14세 왕궁의 음악선생님으로도 유명하였다. 그의 초기 작품들 중 많은 것은 사실은 바로크 양식이다. 그리고 1716년에 출판된 그의 <클라브생 연주법(l'art de toucher le clavecin)> 은 바로크시대 바흐를 비롯한 많은 독일 음악가들에게 큰 영향을 준 귀중한 지도서였다. 그를 갈랑양식의 작곡가로 인식하게 하는 클라브생 곡들은 40대 중반 이후에 작곡되었다. 비록 바로크 음악의 특징들이 남아있었지만 바로크적 활력보다는 우아함을 보이는 간결한 선율과 묘사적 제목이 있는 곡들이었다.

 

쿠프랭은 이탈리아와 프랑스의 취향이 융합된 음악을 추구했다. 따라서 품위있게 장식된 선율이 특징인 음악을 많이 작곡한 이탈리아 작곡가 코렐리(Arcangelo Corelli, 1653~1713)에 대한 존경을 표현하는 트리오소나타를 작곡하기도 했다. 곡 제목이 아예 <코렐리에 대한 숭배(l'apotheose de corelli)> 이다. 그런가하면 이탈리아 태생이지만 루이14세의 궁정에서 활동하며 프랑스 음악의 중심에 있는 륄리에 대한 존경을 표현한 <륄리에 대한 숭배(l'apotheose de lully)> 도 작곡했다. 두 나라의 취향을 통합한 <통일된 양식(les gouts-reunis)> 이라는 곡도 작곡했다. 이와 같은 쿠프랭의 노력은 오히려 훗날 독일지역 음악가들에 의해 성공적으로 성취되게 된다. 29년 후 하노버에서 태어난 크반츠(Johann Joachim Quantz, 1697~1773)는 '이상적인 음악은 여러 민족이 지닌 최상의 요소를 혼합한 것이어야 모든이들에게 호소력이 있다'고 주장하며 '현재 독일의 양식처럼 여러나라 양식을 혼합한 음악에서 모든 민족은 친숙하면서 무한한 기쁨을 느끼게 된다.'고 하였다. 크반츠 얘기대로 독일 음악의 한 특징은 여러 양식의 혼합이다.

 

쿠프랭은 춤곡들을 모아놓은 모음곡(Suite)의 프랑스 형태인 오르드르(Ordre)를 작곡하면서 제목들을 <작은 풍차> <신비한 바리케이드> 등 묘사적으로 재미있게 붙였다. <나비> <사랑의 여왕> 등 화려한 표제적 곡이름도 많다. 묘사의 대상은 사교계의 여러 장면, 자연, 민속, 풍자, 감정, 인물 등 다양하다. 그런 곡들이 200곡을 넘는다. 따라서 아마추어들이 기분전환용으로 연주할 수 있는 일종의 엉성한 소품이라고 하는 곡들도 많다. 쿠프랭의 모음곡, 오르드르들은 여러 악장이 순서대로 정해져있는 완성된 곡이 아니라 연주자가 자기 흥미에 따라 재미있는 악장을 선택하여 연주할 수 있도록 악장별로 따로따로 작곡된 2부분 형식의 경쾌하고 우아한 분위기의 곡들이 많다. 쿠프랭은 또 같은 선율이 다양하게 반복되는 론도형식으로도 많이 작곡했는데 간결하고 단아한 선율에 우아한 장식을 붙여 자주 반복하는 이런 음악양식은 후에 갈랑음악의 중요한 특징이 되었다.

 

많은 프랑스 작곡가들이 쿠프랭을 모델로 갈랑양식의 음악을 따라 작곡했으나 세련됨이나 우아함에서 쿠프랭에 상대가 될 음악가는 없었다. 이론가와 작곡가로 유명한 라모까지도 갈랑양식 음악에서는 쿠프랭과 경쟁할 수가 없었다. 이 갈랑양식은 독일지역으로 전해지면서 독일지역 작곡가들을 매료시켰고 따라서 쿠프랭의 작품은 독일지역 작곡가들에게도 모델이 되었다. 텔레만도 쿠프랭 작품을 모방했다. 그래서 민감양식이 나타나는 것이다.

 

18세기의 새로운 양식을 의미하는 베르사이유 궁정풍 양식을 뜻하는 프랑스 음악 갈랑! 이 용어는 부드럽고 편안하면서 모든 것을 우아하게 표현하는 의미이었다. 아름다운 선율이 예쁘게 장식되며 비교적 단순한 화성으로 가볍게 반주되는 세련된 음악이었다. 갈랑양식의 분위기가 물씬 느껴지는 쿠프랭 모음곡 6번을 들어보며 바로크에서 고전시대로 변하는 음악 느낌을 즐겨보는 것도 의미있는 시간일 것을!

 

쿠프랭 모음곡 6번은 8개 춤곡으로 이루어진 오르드르로서 8개 춤곡은 1)수확하는 사람들 2)편안한 권태로움 3)지저귐 4)베르상 5)신비한 바리케이드 6)외양간 7)뜬소문 8)모기다. 농촌풍경을 소리로 그린 풍경화 같은 음악인 셈이다. 예쁜 장식음으로 치장된 음악을 듣고 있노라면 평화롭고 아름다운 전원 풍경이 눈으로 보는듯 환히 보인다.

 

/ 신상호(전북대 음악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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