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병학
고향에 돌아와, 두엄 한 바지게 짊어지고 산자락을 오른
다. 이른 새벽, 밭자락을 돌아들자 뚜욱뚜욱 감꽃이 진다.
안산골 뙈기밭은 아직 멀다. 병준이 형님 증조부 무덤 마당
턱에 지게발목 내리고 담배를 피운다. 동박산 능선에 태양
이 솟는다. 산자락 가득 훠이훠이 밤꽃이 핀다. 피·는·꽃·
뒤·에·는·지·는·꽃·지·는·꽃·뒤·에·는·피·는·
꽃 다시 가파란 산자락을 오른다. 안산골 뙈기밭은 아직도
멀다.
시집 「지는 꽃 뒤에는」(모아드림) 중에서
전남 승주 출생, 1989년 「노동문학」으로 등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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