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갈등 3자 개입·조정력 부재 큰 문제…지방의회·전북도갈등조정위 한계 노출
전주시내버스가 2일로 정상화됐지만 장기간 파업에 따른 후유증은 쉽사리 치유되지 않을 전망이다. 145일간 진행된 노사 갈등의 시작과 전개, 마무리가 과거와는 전혀 다른 양상으로 진행됐기 때문이다.
▲ 시작부터 꼬였다
광주지방고용노동청전주지청은 파업 다음 날인 작년 12월 9일 버스파업을 불법으로 규정했다. 노동부는 '노조가 전북지방노동위원회에서 교섭미진에 따른 행정지도 결정을 받은 이후에 별도의 조정신청 없이 곧바로 쟁의행위를 개시하는 것은 노조법 제42조제1항 위반으로 법적 정당성을 갖추지 못했다'며 불법행위 중단을 요청했다.
이를 근거로 버스회사는 물론 전주시와 시의회는 사태 초기에 파업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그에 따른 대응을 했다. 그러나 이후 법원은 각종 판결을 통해 '파업은 합법이고 민노총이 교섭당사자의 지위를 갖고 있다'며 노동부의 판단을 뒤집었다.
당초 노동부가 파업에 대한 해석을 제대로 했으면 장기화로 치닫지 않았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노동계는 파업 장기화가 노동부의 초법적 판단에서 비롯됐다고 입을 모은다. 파업 적법성을 제대로 따졌으면 회사측이 장기간 노조를 부정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얘기다.
▲ 제3자 개입 선례
이 때문에 '파업은 노사 당사자가 해결해야 한다'는 원칙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사실 정치권과 행정, 시민사회는 협상은 권유할 수 있지만 합의를 강제할 수는 없는 노릇. 노사 갈등에 제3자가 깊숙이 들어가 타결하면 향후 비슷한 사례에서도 3자 개입을 부를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하지만 이번 파업은 결국 정치권과 행정이 협상을 주도함으로써 바람직스럽지 않은 선례를 남겼다는 평가다.
이 대목에서 지난 2월 23일 시의회 토론회에서 제안된 '사회적 중재안'에 대한 아쉬움은 더 커진다. '법원 판결을 전제로 노사가 합의한 뒤 판결에 따라 합의서 효력의 유무를 결정짓자'는 중재안은 사회적 공감대에도 사측의 반대로 무산됐다. 그러나 지난 달 26일 서명한 노사 합의서 내용만 놓고 보면 '사회적 중재안을 수용했으면 노사 모두 손실을 줄일 수 있었다'는 데 이견이 없을 정도다.
▲ 갈등조정능력 상실
파업이 정치·사회적 이슈로 부상하고 기간 또한 장기화되면서 도내 갈등조정능력 부재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행정은 행정대로, 정치권은 정치권대로 한계점을 노출했고, 시민사회 또한 '불가항력의 상황'에 부닥치자 파업 문제에 손사래를 쳤다.
더구나 일부 정치권과 시민단체들이 파업을 '특별한 기회'로 삼으려 함으로써 더 큰 갈등을 불렀다는 평가도 있다.
주민의 이익을 대변하는 지방의회의 문제해결 능력도 매우 빈약했다. 시의회 버스특위는 '숲보다 나무'에 치중했고, 도의회는 애써 문제를 비껴가는 태도를 보여줬다.
또 명칭에 걸 맞는 역할이 기대됐던 전라북도갈등조정위원회의 '미약한 존재감'은 두고두고 짚어봐야 할 대목으로 남게 됐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