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을 움직이는 여러 동력 중에 역시 최고는 질투와 사랑이다.
MBC 주말극 '반짝반짝 빛나는'이 야망도 넘어서는 이글이글 타오르는 질투의 힘과 어떤 고난도 이겨내게 하는 사랑의 힘을 바탕으로 애끊는 천륜의 스토리를 감동적으로 버무리며 주말 안방극장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로망스' '태양은 가득히' '위풍당당 그녀' 등을 선보이며 인기를 끈 배유미 작가는 '반짝반짝 빛나는'을 통해 다층적이고 풍성한 이야기를 선보이며 이전에 비해 한층 원숙해진 필력을 과시하고 있다.
인기를 바탕으로 현재 4회 연장이 논의 중인 이 드라마는 38회가 방송된 지난 19일 전국 21.3%, 수도권 23.6%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동시간대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다.
◇질투는 나의 힘 = 현재 이 드라마의 최고 동력은 질투다. 한정원(김현주 분)을 향한 황금란(이유리)의 주체할 수 없는 질투가 매회 긴장감을 최고조로 이끈다.
황금란은 결코 악녀가 아니었다. 한정원만 없으면 지금도 악녀가 될 이유가 없다. 그러나 그는 한정원을 이기기 위해서는 부모마저 저버릴 정도로 질투에 휩싸여있다.
병원의 실수로 28년간 뒤바뀐 인생을 살다 이제 자신이 부잣집 딸이 되고, 한정원은 가난한 식당집 딸로 전락했지만 황금란의 마음의 허기는 전혀 채워지지 않았다.
여상 졸업 후 취업전선에 뛰어들었고 패배주의에 사로잡혀 아등바등 살아온 황금란은 곱게 자라 구김살이 없고 교육도 잘 받은 한정원을 아무리 따라가려고 해도 안된다.
그런데다 난생처음 사랑하게 된 '어른 같은 남자' 송승준(김석훈)도 한정원만을 바라본다. 사랑은 질투에 기름을 끼얹어 그나마 남아있던 한줌의 이성마저 마비시켰다.
황금란은 부잣집 딸이 돼 화려하게 치장하고 이전까지 한정원이 갖고 있던 모든 것을 차지하게 됐지만 한정원을 향해 "네가 지옥에 떨어졌으면 좋겠어" "네가 망하는 꼴을 보고 싶어" "네 눈에서 피눈물이 났으면 좋겠어"라며 비참하게 울부짖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급기야는 "아무도 날 무시못하도록 해달라"며 악마에게 영혼을 팔아버린다. 하지만 그것은 자신의 야망을 위해서가 아니라 오로지 한정원이 꼴보기 싫어서다.
◇애끊는 천륜과 그것을 넘어서는 더 큰 사랑 = '반짝반짝 빛나는'이 특히 빛나는 것은 흔하디흔한 출생의 비밀을 다루면서도 전형성을 탈피해 새로운 이야기를 선보이고 있다는 데 있다.
드라마는 출생의 비밀이 밝혀지는 것에서 끝나는 여타 드라마와 달리, 비밀은 처음에 다 까발리고 그 이후에 벌어지는 애끊는 천륜의 이야기를 심도있게 그린다.
배 작가는 기른 정과 낳은 정 사이의 충돌, 갈등 속에서도 결국에는 핏줄을 선택하게 되는 인간적인 이기심의 발현을 매회 다양한 사건과 함께 그려내며 진한 공감을 얻고 있다.
그러나 작가는 보편적인 감성에 머물지 않고 한발 더 나가 핏줄에 근간한 이기심도 넘어서는 더 큰 사랑을 표현하며 극적인 감동을 전해주고 있다.
황금란의 친부이자 한정원을 고이 키워준 한지웅 사장(장용)이 정원이 자신의 친딸이 아니라고 밝혀졌음에도 여전히 정원을 '내 목숨보다 소중한 딸'이라고 자신있게 말하고, 질투에 휩싸여 비뚤어져있는 친딸 금란을 바로잡기 위해 고통스러운 선택을 하는 모습이 그것.
드라마는 뒤늦게 친자식을 찾은 양쪽 부모들의 기막힌 심경과 고통, 눈물을 통해 뼈에 사무치는 천륜의 굴레를 밀도있게 그리면서 동시에 한지웅 사장의 모습을 통해 인간이기에 때로는 천륜을 넘어서는 더 큰 사랑을 보여줄 수도 있음을 보여준다.
◇투명하게 반짝반짝 빛나는 사랑 = 이렇듯 질투와 천륜이 조성하는 팽팽한 긴장감은 한정원에게서 뿜어져나오는 투명하게 반짝반짝 빛나는 사랑을 만나 중화된다.
철부지 부잣집 딸로 손에 물 한방울 안 묻히고 자랐지만 하루아침에 가난한 식당집 딸이 돼버린 한정원은 자포자기하는 대신 맑고 밝은 천성을 무기로 씩씩하게 일어선다.
보통 사람이라면 도박에 찌든 아버지, 눈이 멀어가는 어머니, 철부지 자매들에 둘러싸이면 순식간에 배터리가 방전되기 십상이지만 한정원은 '백만스물하나'를 카운트하며 오늘도 쉬지 않고 에너지를 발산한다.
여기에 자신을 아들에게서 떼어놓기 위해 온갖 악랄한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는 송승준의 어머니(김지영)가 숨을 턱턱 막히게 하지만 한정원은 송승준을 향한 사랑의 힘으로 그의 어머니까지도 측은지심으로 포용하는 인간애를 보여주며 드라마를 따뜻하게 감싸안는다.
그는 또한 자신을 사사건건 곤란에 빠트리고 저주하는 금란에게도 복수를 하는 대신 긍정의 힘으로 맞선다.
정원은 "해볼테면 해봐. 넌 날 절대로 이길 수 없어. 왜냐하면 난 너랑 싸울 생각이 없으니까"라는 말로 정원을 단숨에 제압해버린다.
이 과정에서 '멋진 남자' 송승준은 금란과 정원의 갈등을 키우는 동시에 달콤한 로맨스의 한 축으로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반짝반짝 빛나는'은 이처럼 좌절하지 않는 캔디형 아가씨의 사랑과 성공을 중심으로 미니시리즈 같은 재미를 주면서도 천륜을 둘러싼 복잡한 감정들을 풍성하게 그리며 연속극으로서의 생명력을 강하게 발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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