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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농촌공동체 엮어주는 '영국의 팜숍'

농산물, 소비자와 직거래…소농-대농 네트워크 형성…마을마다 '알찬 마트'

영국의 남부 사우스햄턴에 자리한 '써니필드 팜숍' 전경 ([email protected])

영국의 농촌을 다니다보면 '팜숍(Farm Shop)'을 쉽게 만날 수 있다. 대부분 농장 안에 자리하고 있는데, 이를테면 산지매장 같은 것이다. 팜숍에서는 인근의 농가(대부분 50㎞이내)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을 판매한다. 팜숍을 중심으로 경제활동이 이뤄지면서 농촌공동체가 형성되고, 이들 공동체가 마을기업의 형태로 발전하는 것이다.

 

▲ 써니필드 팜숍

팜숍 내부 모습. ([email protected])

영국의 남부 싸우스햄턴(Southhampton)에 자리한 '써니필드 팜숍(Sunnyfield Farmshop)'은 규모는 크지 않지만 다양한 시도를 통해 주목받는 곳이다. 파르마(FARMA)가 내는 소식지에도 써니필드 팜숍의 운영방식이 화제로 소개됐다.

 

팜숍이 있는 써니필드 농장은 20년의 역사를 지녔다. 이안 넬슨(Ian Nelson)대표와 가족들이 12㏊로 시작해 지금은 경작면적이 80㏊로 늘어났다. 우리와 비교하면 '대농(大農)'이지만 그는 자신을 '소농(小農)'이라고 했다. 써니필드 농장은 농산물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축산도 한다. 당근 콩 토마토 감자 허브 소 돼지 등 재배 품목이 다양하다.

팜숍 안에 진열된 농산물 ([email protected])

이안대표는 농장을 키우면서 이웃들과 협력했다. 현재 이 농장과 팜숍에 참여하는 이들이 80명에 달한다. 규모화와 함께 유통방법도 개선했다. 그도 처음에는 중간 유통업자에게 농산물을 공급했다. 그러나 수량이 적고 품목이 많아 경쟁력이 떨어졌다. 그래서 주목한 것이 팜숍이다. 농장에 팜숍을 열고 소비자와 직거래를 하면 제 값을 받을 수 있는데다 농산물의 품질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농장 입구에 팜숍을 열고 농장에서 갓 수확한 농산물을 판매했다. 주변에서 적은 농사를 짓는 이들과도 연대했다. 써니필드농장처럼 작은 농장들과도 협력했다.

 

써니필드 팜숍은 농산물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네트워킹이 된 영국내 팜숍에서 생산되는 다양한 물품을 판매하고 있다. 팜숍 물품의 30%가량이 써니필드 농장에서 생산되는 것이다. 이처럼 상품을 다양화한 것은 농촌지역에 유통매장이 드물기 때문이다. 팜숍간의 협력과 소비자의 편의를 함께 추구하는 것이다.

 

▲ 문화공간으로 기능하는 팜숍

 

써니필드 팜숍옆에는 레스토랑이 자리하고 있다. 또 너른 잔디밭도 마련돼있다. 레스토랑은 농장에서 생산되는 농축산물로 음식을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이 농장에서는 또 결혼식도 열리고 다양한 모임도 진행된다. 주중에는 장을 보러오는 이들이 대부분이지만 주말에는 모임에 참석하기 위해 찾는 이들이 많다. 해마다 9월이면 뮤직페스티벌도 열린다. 농장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을 주재료로 한 음식만들기대회도 이곳만의 프로그램이다.

 

이안대표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농장으로 사람을 모이게 해 농촌과 먹을거리에 대한 관심을 갖게 하고 있다"며 "특히 작은 농장을 중심으로 이러한 활동이 펼쳐지고 있다"고 말했다.

 

▲ 농촌 공동체 엮어주는 매개체

 

써니필드 팜숍처럼 영국 대부분의 팜숍들이 농촌에 활력을 불어넣는 통로로 활용되고 있다. 특히 소규모 영세농가들의 지속발전 기반이 되고 있다. 팜숍을 중심으로 소농들의 연대가 이뤄지며 협동조합이 구성된다. 소농들이 농업을 지속할 수 있는 배경이 되고 있는 것이다. 팜숍을 통해 농촌에 새로운 일자리도 만들어지고 있다.

 

리타 익스너(Rita Exner) 파르마 공동대표는 "영국 농촌의 공동체 경제활동이 팜숍을 중심으로 이뤄지다"며 "실제로 파르마회원들의 매출의 30%가 팜숍에서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파르마 회원들이 운영하는 팜숍만 전국적으로 600곳이 넘으며, 이 매장을 중심으로 농촌의 경제활동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팜숍은 또 지역에서 생산되는 먹거리에 대한 의식을 바꿔놓는 역할도 하고 있다.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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