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금 공동체' 통해 생산·분배…풍요로운 섬마을로 탈바꿈
전남 여수시 화양면 이목리 벌가선착장에서 하루 3번(오전 7시, 낮 12시, 4시) 여객선이 다니는 여수시 화정면 적금도(積金島).
육지를 출발해 15분이면 닿는 적금도는 78가구에 150명 가량이 살고 있다.
면적 77.5㏊에 어촌계원 64명의 아담한 어촌마을인 적금마을은 자율관리어업 '적금 자율관리 공동체'로 정부에서 2007~2009년 풍요공동체로, 지난해에는 모범공동체로 선정한 곳이다.
지독히도 가난하던 주민들은 적금 공동체라는 마을기업을 세워 '공동생산, 공동분배'를 통해 잘사는 곳으로 탈바꿈, 전국에서 벤치마킹 행렬이 줄을 잇고 있다.
또 낚시펜션을 비롯 어패류채취 체험 등 생태 체험을 활성화시키면서 천혜의 바닷가 풍경과 어우러져 관광객이 몰리고 있다.
2005년 우여곡절 끝에 설립된 '적금 공동체'는 공동어업을 통해 주민들의 소득을 높였다.
꼬막을 키우는 살포시 어장(12곳 158㏊), 고동·조개·미역·톳 등을 키우는 복합양식장(3곳 60㏊), 마을어업 공동어장(2곳 67㏊), 전복을 키우는 수하식 어장(2곳 40㏊) 등 섬 주위에 있는 19곳의 어장 325㏊를 '철저하게' 통제 관리하고 있다.
아무 때나 함부로 어패류를 채취할 수 없고 물고기를 잡을 수 없다.
어장이 통제되니 어자원이 더 풍부해져 어획량이 많아졌고 당연히 소득은 향상됐다.
공동체 설립전 가구당 1200만원이던 소득은 지난해 가구당 4500만원으로 4배 가량 뛰었고 올해는 5000만원이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나이가 70 이상, 80을 넘긴 어르신도 상당수 있지만 한 사람도 빠지지 않고 마을 일을 합니다. 바지락을 캘 때는 어르신들이 채취를 맡고 젊은이들이 운반합니다. 각자 맡은 역할을 충실히 하는 거죠"
적금마을 조상호 이장(50)은 "기력이 없으셔도 공동작업에 일을 나오고 임금을 받습니다. 많은 일을 하면 그만큼 수입이 늘죠"라고 설명했다.
마을 주민 전체가 적금공동체의 조합원은 아니고 어촌계원이 조합원으로 소속된다. 어촌계원 즉 조합원이 아닌 주민은 공동작업으로 똑같이 소득을 올린다. 다만 배당금이 없을 뿐이다.
2007년 불법어구 제거에 따라 문어잡이 등 어선 10척을 없애고 공동체 소유 2척의 관리선이 어장을 통제하기 시작했다. 외지인들이 갖고 있던 어업권을 되찾기 위해 주민들은 각고의 노력을 쏟아 부어 어장을 직영관리하면서 부터다.
18년 동안 어촌계장을 맡고 지난달까지 공동체 위원장을 지낸 박종길씨(52)는 "가난을 탈피하고 소득을 효율적으로 높이기 위해 공동체를 세웠고 공동생산, 공동분배의 경영을 도입했다"면서 "처음엔 주민들 사이에서도 잘될까라는 의구심이 높았지만 이제 체계가 정착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적금 공동체는 어선업, 마을어업, 유어장, 자금관리 등으로 분야를 나눠 투명성과 신뢰성을 확보하고 있다.
또 매출액의 상당부분을 적립해 종패구입, 어장청소 등 환경개선, 여행·경로잔치 등 마을 행사에 재투자하고 활용하면서 살기 좋은 곳으로 변모하고 있다.
실제 마을에는 최근에 예쁜 집들이 연달아 지어지면서 한 눈에 봐도 잘 사는 곳이라는 인상을 주고 있다.
본업인 어업과 함께 적금 공동체는 해상 낚시펜션 5곳을 설치했다. 1박2일에 15만원을 받는 해상펜션은 낚시꾼들사이에 '로망'으로 입소문을 타고 있다.
적금(積金)이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60년대까지 금이 나왔던 금굴체험장은 적금도의 독특한 자랑거리이고, 어패류채취체험장, 갈대체험장 등은 관광객을 끌어들이고 있다. 샤워장 등 깔끔한 숙박시설을 갖춘 마트도 주민 공동으로 마련했다.
벌가~적금 여객선 박남철 선장은 "여름이면 하루에 수십명이, 봄가을에도 외지인들이 꾸준히 적금을 찾는다"면서 "마을사람들이 욕심부리지 않고 서로 위해주며 공동사업을 열심히 하고 행정에서 지원함으로써 돈버는 마을이 되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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