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기증은 神의 선물 나누는 것"…"운전면허증에 기증의사 기입 의무화되길"…20여년 인식 확대 노력
박성광 전북대 신장내과 교수(57·장기이식센터장)는 휴대폰이 없다. '있어도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휴대폰은 거의 응급환자 호출용으로만 쓴다. 새벽 2시에 잘못 걸려온 전화가 있다면, 되려 감사해한다. 환자들이 위급한 상황은 아니기 때문이다.
2년 전 전북대병원 장기이식센터장을 맡은 그는 손꼽는 신장 전문의면서 장기기증운동 전도사다. 내과 전문의로 합병증으로 고생하는 말기 신부전증 환자를 치료하면서 장기기증의 필요성을 적극 공감했다.
"말기 간암이면 시한부 생명이고, 콩팥이 나빠지면 평생 투석을 해야 합니다. 그런데 그 환자에게 누군가 신장을 기증했다, 수술만 잘 되면 2주 뒤 웃으면서 퇴원합니다. 의사인 나로서도 기적이라고 할 수밖에 없습니다."
국립장기이식관리센터·이식학회에 따르면 국내 사후 장기기증 희망자는 1991년 이후 80만 명이 넘었으나 여전히 이식 대기자들의 수요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0년엔 전국적으로 770명이 이식을 기다리다가 숨을 거두기도 했다. 그러나 다행스러운 것은 '신체발부 수지부모(身體髮膚 受之父母)'를 강조하는 유교 사상으로 장기기증 희망자가 늘지 않았다가 3년 전 김수환 추기경 선종(善終)으로 생명 나눔 희망자가 크게 늘었다는 대목이다.
"장기기증에 대한 오해 중 하나가 다시 살아날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의 기관을 떼어내는 게 아니냐는 겁니다. 그런데 의사들이 모여 '뇌사' 판정을 내리면, 90% 이상 일주일을 못 버텨요. 대신 장기기증을 하면 누군가의 삶을 열어주게 됩니다. 신으로부터 인간이 받은 최고의 선물을 나눠주는 것이라고 봅니다."
1989년 최초로 생체 신장이식 수술을 시작한 전북대병원은 1998년부터 뇌사자 장기이식 수술에 성공한 뒤 전국적으로 이를 활발하게 이어오고 있는 곳이다. 지난 24일까지 전북대병원이 집계한 전국 장기기증자는 54명. 이 중 7명(12.9%)이 전북대병원 기증자다. 신경외과 의료진의 생명 나눔에 대한 관심과 적극적인 협조, 코디네이터들 덕분이다.
아쉬운 대목은 뇌사자 가족들이 병원으로부터 기증을 권유받으면, 본인이 생전에 그런 언급이 없었다는 이유로 거부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런 연유로 전주대 영상애니메이션학과에 재학했던 이근우씨를 떠올리곤 한다. 그는 "새벽까지 졸업작품전을 준비하다가 불의의 사고로 뇌사에 빠졌는데, 부모님께 장기기증을 제안했더니 하루도 안 돼 선뜻 내줬다"고 기억했다. 그는 새 생명을 얻게 된 환자들을 보면서 전주대에 그를 위해 명예졸업장을 수여해달라는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그렇다면 뇌사자 장기기증을 활성화하기 위한 대안은 없는 걸까. 그는 운전면허증에 장기기증 의사를 표시할 것을 제안했다.
"미국 뉴욕 운전면허증의 뒷면 절반은 장기 일부 혹은 전부 기증 여부를 서명하는 난이 차지합니다. 미국 버지니아주는 자동차면허증 소지자 절반 이상이 면허증에 기증 의사를 표시하죠. 지난해 기준으로 2658만명이 자동차 면허를 취득했는데, 운전면허증 왼편 하단에 장기기증 여부를 적는 제도를 아는 이들은 극소수입니다. 또 절차가 까다로워 알고도 안하는 이들이 상당수죠."
때문에 "운전면허증 신청서에 운전자가 장기기증 의사 여부를 표시하는 칸을 만들어놨으면 한다"고 주장해왔으나 제도화되지 못했다면서 언론이 앞장서서 인식이 전환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당부했다.
신장내과 전문의로 수많은 환자를 치료하면서 담배로 인한 해악을 절실히 체감한 그는 27년 전 10년 간 피우던 담배를 끊고 금연 전도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20여 년 간 금연교실을 운영하며 청소년 흡연 예방을 위해 노력한 공로를 인정받아 보건복지부 장관 표창(2011)을 수상한 바 있으며, 대한신장학회 회장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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