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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의 새바람, 재능 기부 10) '문화 코디네이터' 채성태씨

"모두 잘 사는 사회 꿈꿀 수 있어 행복하죠" 마을 공동체 문화 회복 운동 이어 노송천 일대 활성화 주력

▲ 전주 노송천 일대의 활성화를 위해 부지런히 돌아다니는 채성태씨. 월급을 받는 족족 지역 예술가들에게 밥 사는 데 다 써버리곤 하지만 채씨의 얼굴은 밝기만 하다. 추성수기자

한동안 안 보이는가 싶던 그가 어떻게 지내는 지 궁금했다. "노송천 일대를 열심히 걷고 다닌다"던 그를 만난 게 지난 16일 전주 시내 한 찻집. 얼굴이 더 새까맣게 그을려진 그는 자신의 몸집 만한 커다란 배낭을 메고 등장했다. 시시때때로 그의 일상을 밀고 들어오는 동네 아이·어르신들의 '민원' 해결을 위해 그의 가방엔 묵직한 노트북을 비롯해 온갖 서류 등이 가득했다.

 

도심재생지원센터 연구원으로 분주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채성태(38·문화공간 싹)씨는 '문화 코디네이터'다. 그는 시민들과 예술가들의 가교 역할을 해주는 프로그램을 기획해 '판'을 벌이곤 한다. "'돈'이 없으니까 사업 못한다"는 핑계가 무색할 만큼 직접 발로 뛰어서 자칭 '대박' 프로그램을 내놓곤 했다. 전주 서신동 10~20번지 일대에 위치한 재뜸마을이 그 대상. 그는 마을 공동체 문화를 회복하기 위한 문화적 접근을 시도해왔다. 이를 테면 아토피로 고생하는 아이들이 이를 예방하기 위한 연극을 만들게 하고, 도서관 개관을 축하하는 노래를 만들어 학생들이 달달 외우도록 하는 경연대회를 여는 방식. '과연 통할까?'하고 의구심을 품었던 이들에게 다양한 시도가 그 일대 학교 동아리 프로그램 등에 반영되면서 "진심은 결국 통하게 마련"이라는 동화책 같은 교훈을 던져줬다.

 

물론 시련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09년엔 문화공간 싹이 장애우를 보호하자 땅값 떨어진다며 항의하는 주민들과 갈등이 빚으면서 각종 지원금이 끊겨 전기가 중단될 상황까지 처했다. 그 때 그는 지원을 포기하는 대신 지역민과 나누면서 변화를 일궈가는 방식을 배웠다. 결국 주인은 주민들이고, 전문가들은 이들을 위한 협조자 역할만 해야 한다는 '발상의 전환'은 그때 생겼다.

 

그렇다면 그가 노송천으로 눈을 돌리게 된 이유는 뭘까. 전주시가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추진한 노송천 복원과 중앙시장 현대화 사업을 보면서 정작 사람들의 발길이 잘 닿지 않는다는 데 문제의식을 가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전주 한옥마을에 온 관광객들은 야간 볼거리가 없다고 불만이고, 노송천에 볼거리가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여기서 그는 노송천 길목에 위치한 중앙시장이 저녁만 되면 문을 닫아 그 입구가 차단돼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리고 곧바로 주민·상인들에게 말을 걸기 시작했다. 그들이 한 목소리로 요구한 것은 시장에 사람들이 모이도록 하는 것. 뜻을 함께할 수 있는 지역 예술가들을 불러들여 각종 사업을 추진하도록 제안한 이유다.

 

그 결과 누구나 와서 인디밴드 등 음악에 맞춰 '부비부비' 댄스를 즐길 수 있는 파티(4월말 예정)를 기획해냈다. 밤마다 문을 닫던 상인들은 이 일대에서 군것질거리를 판매토록 제안했다. "시민들뿐만 아니라 예술가들도 더 이상 '들러리'가 아닌 이 동네를 관심과 애정을 가질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는 일"이 필요했다. 그는 예술가들이 모여 노송천과 중앙시장 일대를 '문화의 수목원'으로 변모시켰으면 한다고 했다. 전주 한옥마을의 급속한 상업화로 자칫 지루하고 푸석하기 쉬운 전주에서 이 일대가 문화의 환기구 역할을 해줬으면 한다는 것.

 

가까스로 월급 받는 직장을 잡았으나, 그의 호주머니는 좀처럼 불어나지 않는다. 이 같은 일들을 가담할 지역 예술가들을 위해 밥 사는 데 쏟아 부어도 아까워하지 않을 만큼 사심이 없다. 그럼에도 그가 행복하다고 하는 이유는 뭘까. 누구나 다 함께 잘 사는 사회를 원하고, 이를 위해 노력할 거라는 굳은 믿음 때문이다. 실제로 이 사소한 발견이 주민들을, 예술가들을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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