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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팡질팡했던 39년 사목생활을 그리며

서석구 전주금암성당 前 주임신부 '구름 위에 별은 반짝이고' 펴내

노벨문학상을 탄 버나드 쇼도 임종 직전 "죽는 것은 쉽지만, 희극은 어렵다"고 말했다. 인생은 희극이고, 객석에선 웃음보가 곧잘 터지지만, 그 무대에 선 배우는 땀을 뻘뻘 흘려야 한다. 그래서 버나드 쇼의 묘비명에 적힌 구절은 '갈팔질팡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다.

 

이제 거창한 사목은 그만. 전주 금암성당 주임신부를 끝으로 39년의 사목생활을 정리한 서석구 신부가 펴낸 글 모음집'구름 위에 별은 반짝이고'(신아출판사)는 '성령 충만기'라기 보다는 생각도 갈팡질팡, 삶도 우왕좌왕했던 자기 고백서에 가깝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 너는 /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 뜨거운 사람이었느냐.'는 안도현 시인의 '연탄재'를 읽은 신부는 '그래 나도 한 번 그리 살고 싶다'고 적었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는 말에 '사실은 나도 말은 이렇게 해보지만 닥쳐보면 어렵더라'라는 솔직한 고백은 오히려 친근감이 든다.

 

함께 들어줄 누군가가 대신 팔짱 끼고 지켜보는 구경꾼들은 즐비한 상황에서 스스로의 한계에 도달해 신을 찾는 이들에게 서 신부는 얼굴이 온통 일그러지더라도 인생의 바벨은 절대 내려놓지 말라고 권고한다.

 

어찌할 수 없는 한계 앞에서 안간힘을 쓰며 부들부들 떨 수밖에 없는 나약함을 인정하는 대신 신 앞에 엎드릴 줄 아는 미덕이 필요하다는 것.

 

둥지를 떠나는 신부는 "다른 한편 홀가분하다"며 마치 인류평화를 위해 장가를 가는 기분의 얼굴이 됐다.

 

"인류평화를 위해 기꺼이 한 몸 희생해준 금암본당에, 전 인류를 대신해 깊은 감사의 뜻을 전한" 그는 자신에게 '사랑의 영수증'이나 다름없는 책을 이별 선물로 내놓았다. "영수증 받은 뒤 시간 나면 한 번씩 들러 달라"는 당부도 곁들이면서.

 

1974년 사제 서품을 받은 신부는 진안·익산·고창 성당 등을 비롯해 미국 조지아주 애틀란타 교포 사목을 두루 거쳤고, 시집 '하루를 살아도','세월이 지나간 자리', 주일 복음 묵상집 '밀알 한 알이 썩지 않으면', 수필집 '삶에는 연습이 없다' 등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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