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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도, 브랜드 공연 그 길을 묻다 : 서울 벤치마킹 동행취재 - 국내외 관광객 겨냥 콘텐츠 주목

정동극장 등 객석점유율 80% 육박…"단기간 성과 조급주의 버려야" 지적…지자체 지속가능한 예산 지원 주문

올해 문화계의 중요한 이슈 가운데 하나가 전라북도 브랜드 공연이었다. 공연 규모·콘셉트·공연장 등과 관련한 논의가 진행되면서 갈팡질팡한 브랜드 공연에 놓고 도는 여전히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상황. 전북도가 전북 브랜드 공연의 추진 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해 벤치마킹한 서울의 상설공연 현장을 동행 취재했다.

 

지난 14일 오후 4시 서울 정동극장. (재)명동·정동극장의 넌버벌 공연'미소(MISO·美笑) - 춘향연가'를 만났다. 무대는 춘향과 몽룡이 만나는 단옷날로 열려 사랑가를 부르는 결혼 장면으로 닫혔다. 사랑에 빠진 춘향과 몽룡의 춤이 표정을 입고 너울댔다. 그 사랑의 떨림을 국악기들은 부지런히 소리로 옮기고, 월매는 창으로 여울진 춘향의 마음을 전했다. 문짝을 들고 나와 춘향과 몽룡의 첫날밤을 몰래 엿보다 들키는 춤은 압권. 춘향의 그네가 객석으로 날아올 때 객석과 무대는 하나가 됐다.

 

정동극장의 상설 공연'미소'는 춤과 소리, 기악, 사물놀이가 맛깔난 상차림으로 차려진 무대다. 1997년부터 16년 간 4200회를 기록하며 72만명 관객을 모은 전통예술무대의 업그레이드 버전. 2008년부터 전 세계 누구나 쉽게 공감하는 '사랑'에 초점을 둔 이야기로 대폭 손질해 "한국적 뮤지컬 같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같은 날 오후 8시 서울 판타스틱 전용관. 외국인 관광객들로 꽉 들어찬 공연장에서는 국악을 소재로 한 넌버벌 퍼포먼스'판타스틱'이 신나게 울렸다. 하늘의 북을 찢은 가문 귀신이 다시 사람이 되기 위한 음악으로 진검승부를 벌이는 설정으로 신명 나는 국악기와 사물놀이를 아우른 퓨전 국악의 종합선물세트에 가깝다. (주)해라(대표 지승용)는 외국인 유머 코드를 녹여내고 해외 마케팅에 주력해 외국인 눈높이에 맞춘 공연이라고 자평하고 있다. 1년도 안 돼 멀티플렉스 형태의 전용관까지 마련한 (주)해라의 급성장은 주목할 법 하지만, 넓게 퍼진 이야기와 인물을 좁히고 의상 등을 다듬어 완성도를 높이는 것은 앞으로의 과제다.

 

이렇듯 전통 국악을 소재로 한 (재)명동·정동극장의 '미소'와 (주)해라의 '판타스틱'은 각각 공공기관과 민간단체가 올리는 상설 공연이다. 공공기관의 안정적 재정을 바탕으로 매년 8억 이상 투입되는 '미소'는 공연의 완성도·만족도 면에서 항상 우위를 차지, 평균 객석 점유율 77%를 기록한다. 반면 호불호가 갈리는 '판타스틱'도 급증하는 동남아 관광객들을 겨냥한 마케팅으로 쉽고 재밌는 공연을 선보여 평균 객석 점유율을 78%까지 끌어올렸다.

 

박진완 (재)명동·정동극장 공연기획팀 부장은 "'미소'는 외국인 관광객들을 타깃으로 하는 여행상품의 트렌드마저 변화시킨 최초의 문화상품"이라면서 "공연 유·무에 따라 여행상품이 고가·저가로 구분될 정도로 부가가치가 높은 문화상품으로 자리 잡았다"고 평가했다.

 

(재)명동·정동극장은 '미소'의 성공에 힘입어 지난해 7월부터 경북 경주에서 '미소 2-신국의 땅, 신라'까지 올리고 있다. 정동극장보다 규모가 세 배나 큰 700석 공연장을 메워야 한다는 부담에도 불구하고 올해 10만 명(11월 말 기준) 유치(외국인 관광객 31%·내국인 관광객 65%), 관객 만족도 91%를 기록하며 고품격 문화 브랜드로 경주관광 콘텐츠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총 제작비 37억을 매칭 펀드로 투자하는 경주시의회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나 다름없다며 강한 불만을 제기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유병희 (재)명동·정동극장 전략기획TF팀(경주문화사업부) 부장은 "지자체가 상설 공연을 시작하려면 단기간에 성과를 내야 한다는 조급주의를 버려야 하는데, 이것을 설득하기가 가장 어려웠다"면서 "지자체의 지속 가능한 예산 지원을 위한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결국 전북도가 브랜드 공연을 추진하기에 앞서 가장 신경 써야 할 대목은 성과주의를 버리고 예산을 지속적으로 지원하겠다는 정책 의지를 분명히 하는 것이다. '난타', '점프' 등 넌버벌 퍼포먼스를 내놓은 전문가들은 공연 규모·콘셉트·공연장 등과 관련한 이견 조율도 만만치 않은 과제이겠으나, 1~2년 내에 원하는 만큼의 객석 점유율·관객 만족도 등을 나오지 않을 수 있다는 전제를 깔고 시작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또한, '판타스틱' 사례에서 알 수 있듯 완성도 높은 공연 외에도 치밀한 마케팅 전략을 짜는 것도 브랜드 공연 성패의 중요한 요소. 지승용 '판타스틱' 대표는 "외국인 관람객이 양적으론 확대됐지만 질적인 수익성 면에서는 떨어진다"면서 "마케팅 전략을 짤 때 일정 수준 이상의 티켓 가격이 유지해야 공연의 질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패키지 관광객을 통해 객석 규모를 채우는 데만 급급하기보다는 개별 자유 관광객에 대한 홍보에 힘을 기울여 내실을 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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