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사건은 분명 불행한 사건이다. 하지만 이번 사건이 던지는 메시지를 묵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우리는 이번 경험을 통해서 화학물질사고의 위험성에 대해서 뼈저리게 느끼게 되었다. 하지만 굳이 이번 사고를 통하여 교훈을 얻었다는 것은 씁쓸한 뒷맛을 남기게 한다.
선진국인 미국에서도 최악의 화학사고는 있었다. 그중 불화수소 및 불산 누출사고는 150건 이상 보고되었다. 그중에서도 대표적인 것이 1987년 10월에 발생한 텍사스 Marathon 석유정유회사의 탱크유출사고를 들 수 있다. 사망보고는 없으나 약 1000여명이 응급실에서 치료를 받았고, 2년간 영향모니터링을 할 정도로 큰 사고였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말이 있듯이 남의 외양간에서 소를 잃었을 때 우리의 외양간을 정비했더라면 우리의 소까지 잃어버리는 어리석음은 범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제는 우리의 외양간을 완벽하게 고치는 일만 남았다.
그렇다면 무엇을 먼저 해야 할까?
먼저 화학사고의 위험성을 직시해야 한다. 미국의 예와 이번 구미 불산 사고처럼 화학물질 사고는 그 파장이 크다는 것을 알고 있어야 한다. 그러나 아무리 심각하고 큰 사고라고 할지라도 예방만큼 중요한 것이 없다. 그렇다면 예방법에는 무엇이 있을까, 그것은 가장 기본적인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첫째, 유독물 영업자 취급시설 기준을 준수해야 한다. 유독물 제조시설과 보관시설은 방수 시멘트나 콘크리트를 사용하는 등의 기준을 준수하고 방재장비 등을 항시 갖추고 정비해야 한다. 또한, 그것은 규정에 맞추어 형식적으로 갖추는 것이 아닌 실제로 작업자가 비상시에 사용 가능하고 위급할 때 적절하게 가동될 수 있어야 한다.
둘째, 작업자 안전수칙을 확립하고 완벽하게 지켜질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이번 사고는 작업자가 안전수칙 매뉴얼대로 했더라면 일어나지 않았을 사고일 수도 있다. 사고가 발생했을 때 가장 먼저 대처해야 하는 이들이 바로 작업자인 만큼 작업자에 대한 주기적인 안전관리 교육은 사소한 사고가 큰 사고로 연결되느냐 작은 사고로 마무리되느냐를 결정지을 수 있다.
셋째, 작업장 내에 내재해 있는 안전불감증을 뿌리 뽑아야 한다. 이번 불산 누출사고도 작은 부주의에서 비롯되었다. 이번 사고 이후 실태조사를 위해 많은 사업장을 다녀봤지만 거의 모든 사업장의 한결같은 목소리는 "우리 사업장은 괜찮다"였다. 이번 누출사고를 일으킨 근로자도 같은 생각이었을 것이다. 안전불감증이 얼마나 우리 생활 속에 깊게 뿌리박혀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이번 불산 누출사고를 통하여 제도와 시스템은 정비되겠지만 아무리 완벽한 시스템이라 할지라도 그것을 운영하고 가동하는 사람이 지키지 않는다면 한 권의 매뉴얼에 불과할 것이다. 기본과 원칙이 최우선의 가치로 자리 잡을 때 우리사회의 안전은 더욱더 공고해 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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