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사회문제 된 만큼 유관부처 머리 맞대야"
"며칠 전에는 문을 바로 안 열어 줬더니 욕설을 퍼붓고 '아이를 집어던지겠다'고 막말까지 하더라고요."
최근 회원수 7만2천여명에 달하는 P 육아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이다. 이 글을 올린 회원은 네 살짜리 조카를 돌보는 친정어머니댁 아랫집 남성이 조그만 소리에도 뛰어 올라와 욕설을 퍼붓고 현관문을 발로 찬다며 두려움을 표시했다.
두 살, 네 살 아이를 키운다는 한 회원은 "아래층 할머니가 예민하신 분이라 조심하는데도 인터폰으로 층간소음 살인사건까지 얘기하며 소리를 지르고 나를 밀쳐냈다"며 대처방안을 묻기도 했다.
이 사이트에는 윗집 소음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글도 수백 건에 달한다.
한 회원은 지난해 11월 "아이들 발에 도끼를 달았는지 밤 11시에도 쿵쿵 찍고 다닌다"며 "층간소음 살인, 이해가 간다"는 글을 올렸다.
이 글에는 '안 당해본 사람은 모른다. 2년간의 살인 충동을 참고 다른 아파트 꼭대기로 이사 왔다'는 등 공감을 표하는 댓글 수십 여건이 달렸다.
이 커뮤니티에는 2007년부터 최근까지 층간소음 문제와 관련한 글 1천여건 올라와 있다.
지난 1월 경찰이 경범죄 처벌법 시행령 전부개정령안을 입법예고했을 때 올라온 의견 100여건 중 대다수도 층간소음에 대한 이의 제기였다.
경범죄 처벌법 시행령 개정안이 설정한 '인근 소란' 범칙금이 3만원인데 더 올려야 한다는 의견이 주류를 이뤘다.
층간소음 범칙금 횟수에 따라 가중처벌하자는 의견, 포상신고제를 하자는 의견도 나왔으나 경찰은 법적 하자를 문제 삼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연말까지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에는 모두 7천21건의 상담이 접수됐다.
이는 이웃사이센터를 개설하기 전까지 지방자치단체를 통해 접수된 연간 300여 건에 비하면 20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정부는 13일 현재 현행 법 체계에서는 층간 소음이 형사 처벌보다 민사 사안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이웃이 고의적으로 소음을 만들었다기보다 방음 자재가 없거나 배관에 의한 소음 등 시설 자체의 문제이므로 형사 처벌이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한국환경공단이 현장 진단한 층간 소음 1천829건 중 뛰거나 걷는 등 자연스러운 소리가 1천388건으로 전체의 76%를 차지했다. 가구를 끌거나 악기 소리 등 인위적인 소리는 각각 3.0%, 2.7%에 불과했다.
소음진동관리법의 경우 공사장 소음이나 교통 기관의 소음 등을 규제하는 법률로 층간 소음에 적용할 수는 없다는 판단이다.
층간 소음의 원인이 건축상 하자에 의한 것이면 주택법에 따라 처벌할 수 있지만 이는 건설업자 대상의 처분이다.
층간 소음에 따른 민사 사안은 환경분쟁 조정법에 따라 조정하고 있지만 주관부처인 환경부 역시 당사자 간 합의를 유도하는 수준이다.
경찰의 경범죄 처벌법상 인근소란 규정은 악기나 라디오, TV, 오디오 등 소리를 지나치게 크게 틀거나 큰 소리로 떠들어 이웃을 시끄럽게 한 사람으로 층간 소음은 처벌 대상이 아니다.
경찰 고위 관계자는 "현행 법·제도 하에서 경찰이 층간 소음에 개입할 수 있는 명분이 약하다"면서 "사회문제화되는 만큼 유관부처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논의할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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