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무대 전북 뒷전 / 도민·출향인 뭉쳐서 어깨 쭉 펴고 살아야
그때는 지금 우리가 TV에서 보는 최빈국의 모습보다도 훨씬 더 심한 가난이 어린이들의 마음을 훑었다.
하지만, 춥고 배고프면서도 가족간에는 깊은 사랑과 정이 있었고, 교정에서 함께 뛰놀던 친구들과는 잊을 수 없는 우정을 나눴다.
지난달 28일, 나는 서울에 있었지만 소리없이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바로 그날, 내 모교인 칠보초에 '송현섭 도서관'이 건립됐기 때문이다. 고향을 찾을때마다 "도서관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들을 들으면서 뭔가 후배들에게 기여했으면 하는 생각에서 기꺼이 건립 결심을 해서 결실을 맺었다. 자칫 선배가 얼굴을 내기 위해 그런일을 하는 것처럼 보일까봐 개관식에는 일부러 참석하지 않았다.
손자뻘되는 후배들이 멋 훗날 지역은 물론, 국가의 큰 인재로 성장해주기를 바라는 마음만은 간절하다. 사실 개인적으로 보면 나는 너무나 많은 복을 받았다. 서울에 있는 유수의 대학을 다닐 수 있었고, 공직을 거쳐 남들이 한번 하기도 힘든 국회의원을 3번이나 지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일이 가능했던 것은 나를 낳아주신 소중한 어머니와 나를 키워주신 든든한 고향이 있었기 때문이다.
국회의원이 돼서 맨 먼저 받은 세비를 어머님께 드리고, 두번째 받은 세비는 모교인 전주고 동창회에 쾌척했던 것도 바로, 나를 있게했던 근본이 무엇인지 잘 알았기 때문이다. 어머니를 위해 할 수 있는 나름의 노력을 다하고, 고향을 위해 남다른 기여를 했다지만, 더 헌신하지 못한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350만 재경 전북인들의 모임인 재경전북도민회는 부족한 본인을 두 번씩이나 회장으로 뽑아줬고, 전북인들은 또 과분하게도 첫 명예도지사의 직함을 안겨줬다.이러한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고향을 위해 더 많은 노력을 해야겠다는 마음을 다시금 다져본다.
대학시절 이후 나는 줄곧 서울에서 생활했다. 오랫동안 수도권에서 생활하면서 '전북인으로 산다는 것'에 대해 수없이 많은 고민을 했다. 전라도 사람이라면 무조건 내려다보는 '전라도 하와이'란 말이 있는 시대상황에서 살아남고, 더 성장하기 위해서 남보다 잠을 줄이고, 땀을 더 흘렸다.
국회의원 시절엔 전북의 자존심을 곧추세우기 위해 목청을 돋우기도 했다.DJ정권때는 사상 첫 여야 정권교체의 주역이라는 자부심을 느끼기도 했다.
하지만 요즘 전북의 위상을 보면 안타깝기 그지없다. 미래 성장동력을 마련하기 위해 뭔가 한번 해보려하지만, 중앙무대에서 전북은 항상 뒷전임을 실감하기 때문이다.
순망치한(脣亡齒寒)이라던가.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린법이다. 지역에서 생활하는 200만 도민과 수도권의 350만 출향인은 그야말로 이와 입술의 관계라고 할 수 있다. 굳이 각종 통계 수치를 들이대지 않더라도 오늘날 전북은 왜소하다.그래서 서울에서 전북인으로 산다는 것은 고단한 일이다.
경험하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지금 이 순간 우리 전북인들이 하나로 뭉치고, 새로운 사고로 무장해야 하는 이유다. 지역에서 활동하는 이들과 출향인들은 결코 남일 수 없다.부모형제요, 선후배며, 친구들이다.전북도라는 큰 울타리에서 정을 나누며 살자.
전북이 더 번창했으면 좋겠다.전북인들이 서울에 있건, 전북에 있건 어깨 좀 쭉펴고 멋지게 사는 풍토를 만들어가자.
△송 회장은 전주고, 성균관대를 졸업했으며, 3선 국회의원을 지냈다. 현재 초대 명예도지사와 재경전북도민회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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