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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봉고원은 삼국시대 최대 제철단지

▲ 곽장근 군산대 사학과 교수
지난해 7월 국립전주박물관에서 '운봉고원에 묻힌 가야무사'라는 주제의 발굴유물 특별전이 열렸다. 남원 월산리·두락리 발굴유물을 중심으로 운봉가야의 역사와 문화를 일목요연하게 잘 담아냈다. 가야계 고총에서 최초로 그 모습을 드러낸 중국제 청자인 계수호(鷄首壺)와 쇠로 만든 자루솥을 비롯해 당시 보물급 유물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1500년 전 운봉가야의 지배자 무덤인 가야계 고총에서 담아낸 운봉고원의 정체성은 한마디로 '철의 왕국'이다.

 

운봉고원은 삼국시대 최대 규모의 종합 제철단지였다. 최근에 지리산 국립공원 내 달궁계곡에서 3개의 제철유적이 발견됐다. 또 백두대간의 만복대에서 바래봉까지 이어진 산줄기 서쪽에도 3개의 제철유적이 있다. 종래에 제철유적의 존재가 학계에 보고되지 않은 운봉고원은 또 다른 제철유적이 더 발견될 것으로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2100년 전 마한의 왕이 진한의 전쟁을 피해 달궁계곡으로 피난을 갔는데, 그곳에서 70년 이상 나라를 다스렸다. 100여 기의 말무덤과 가야계 고총으로 상징되는 운봉가야는 150년 넘게 가야왕국으로 발전했다. 1500년 전 백제왕이 보낸 계수호와 쇠로 만든 자루솥도 운봉고원 내 가야계 고총에서 나왔다. 운봉고원의 자원유산인 철광석을 녹여 단순히 철을 생산하는 데 그치지 않고 운봉고원만의 독자적인 주조기술도 있었음이 밝혀졌다.

 

인류의 역사 발전에 철의 공헌도가 매우 높다.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고대국가를 출현시켰고, 대가야가 후기가야의 맹주역할을 수행할 수 있었던 것도 철의 힘이다. 운봉고원을 무대로 찬란히 꽃피웠던 마한 왕의 달궁터도, 운봉가야의 눈부신 발전상도, 우리나라의 철불이 실상사에서 최초로 만들어진 역사적인 배경도, 모두 철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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