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지 '좋은 생각'에 나온 일화입니다. 두 사람의 연인이 있었습니다. 이들은 뜨겁게 사랑했고 결혼을 약속했습니다. 그러나 남자의 집안에서 절대적으로 반대를 했습니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그 여자는 안 된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모든 어려움을 물리치고 마침내 결혼식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결혼식 날이 되었습니다. 신랑의 입장 후에 신부가 들어오는데 그야말로 선녀처럼 아름다웠습니다. 이 모습을 본 하객들은 신랑측 부모가 결혼에 반대했던 이유를 더욱 알 수 없었습니다. 주례자는 신랑의 대학 은사였는데, 머리카락이 몇 올 남지 않은 사람이었습니다. 그가 화려한 조명 밑에 서자 머리는 불빛을 받아서 잘 닦아놓은 자개장처럼 번쩍였습니다. 이윽고 주례사가 시작되었습니다. "검은머리가 파뿌리가 될 때까지 서로 사랑하는 것도 좋지만 검은머리가 저처럼 대머리가 될 때까지 변함없이 서로 사랑하는 것도 좋습니다." 그 순간, 식장 안 여기저기서 폭소가 터져 나왔습니다. 이어지는 주례사는 신랑, 신부와 하객들에게 재차 웃음을 던져주었습니다.
"제 대머리를 한문으로 말하되 딱 한 자로 표현하면 '빛 광', 즉 '광(光)'이라고 할 수 있지요. 신랑, 신부가 백년해로하려면 광나는 말을 아끼지 말고 해주어야 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인간의 세 치 혀입니다."
하객들은 모두들 진지한 눈빛으로 주례자의 말씀을 들었습니다. "가까운 사이일수록 예의를 지키라는 '광(光)'같은 말이 있습니다. 아무리 부부라고 해도 말을 함부로 해서는 안 됩니다. 그러나 '여보, 사랑해. 당신이 최고야!'라는 말은 검은머리가 대머리 될 때까지 계속해도 좋은 겁니다." 그런데 그 때, 하얀 장갑을 낀 신랑의 손이 부지런히 움직였습니다. 신랑은 신부에게 수화로 주례 내용을 알려주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 순간 모든 하객들의 눈에 눈물이 맺히기 시작했습니다. 주례 선생님은 마지막으로 다음과 같이 광나는 말로 주례사를 마쳤습니다. "여기,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신랑이 가장 아름다운 신부에게 가장 아름다운 말을 해주고 있습니다.
군자는 행위로써 말하고 소인은 혀로써 말한다고 합니다. 오늘 저는 혀로써 말하고, 신랑은 행위로써 말하고 있습니다. 오늘 여기 서있는 신랑, 신부는 둘 다 군자의 자격이 있습니다. 두 사람의 제2의 인생에 축복이 가득하길 빌면서 이만 소인의 주례를 마치겠습니다." 하객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주례자와 신랑, 신부를 향하여 힘껏 박수를 쳤고, 하객들의 박수 소리에 예식장은 떠나갈 듯 했다는 것입니다.
사랑 이야기는 언제 들어도 감동이 있습니다. 특히 장애를 극복하고 모든 어려움을 뛰어넘는 사랑은 두고두고 여운을 남깁니다. 그러나 사랑은 언제나 희생을 요구합니다. 순간의 감정과 동정만으로는 사랑을 완성할 수 없습니다. 상대방의 눈이 되고, 손이 되며, 발이 되어주는 희생이 있어야 사랑의 열매가 맺히는 것입니다. 입술만의 사랑으로는 아무런 결실을 거둘 수 없습니다. 언젠가 한 모임의 낙서판에 이런 글이 쓰여 있었습니다. "아가야, 울지 마라. 엄마가 네 빵 다 먹었다." 아주 오래 전의 일이지만 아직까지 기억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이 말이 재미있기도 하지만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기 때문입니다. 엄마가 자식을 사랑한다면 자신이 배고픈 것을 참아가며 자식부터 먹여야 정상입니다. 그런데 이 엄마에게는 그런 희생이 없었습니다. 이런 사람은 아무리 사랑을 노래한다 해도 믿어주지를 않습니다.
사랑은 자신을 희생하여 상대방의 필요를 채웁니다. 나누어줍니다. 디딤돌이 되어 줍니다. 아파도 참습니다. 눈물을 노래로 바꾸어갑니다. 기꺼이 손과 발이 되어 줍니다. 그리고 그 속에서 사랑의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희생 없는 사랑은 사랑이 아닌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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