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기사 다음기사
UPDATE 2024-12-03 12:04 (Tue)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문화 chevron_right 종교 칼럼
일반기사

다문화 다종교 '아시아 화합 기폭제'

▲ 고세천 원불교 순창교당 교무
올해 초 순창군 다문화가족지원센터장으로 부임했다. 전 부임지 남원시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다문화업무를 봐 왔던 터에 법인의 인사방침에 의해 순창군으로 옮겨온 것이다. 순창군센터는 개신교 법인에서 3년간을 운영해 오다가 작년에 원불교 산하 법인으로 운영주체가 옮겨졌다. 덕분에 직원들의 종교성향이 다양하다. 개신교와 천주교, 불교, 원불교를 신앙하는 직원들이 함께 다문화라는 공동 목적지를 향해 올곧게 노력하는 것이다.

 

사실 다문화와 다종교는 한 의미이다. 인류역사에서 종교를 배제하고 다양한 문화를 논할 수 없는 것이다. 일례로 한국의 문화를 보면 불교와 유교, 그리고 근현대사 문화재로 등록되는 천주교와 개신교 건축물이 상당수에 이른다. 유교의 합리주의에 바탕한 불교, 천주교, 개신교가 한집안에서 사이좋게 공존하는 것이다. 이런 점은 외국에서는 사례를 찾을 수 없어 미국 국무성이 다종교 화합국 연구로 한국을 주목할 정도란다.

 

필자가 근무하는 순창군 다문화가족지원센터의 센터장실에는 일원상과 십자가가 함께 모셔져 있다. 처음에는 일원상만 걸었었는데 직원들이 어려워하는 것 같아 베트남에 갔을 때 어렵게 구해온 나무십자가를 함께 걸었다. 일원상을 위로 하고 그 밑에 십자가를 모셨는데 교회에 다니는 직원이 눈치를 주어서 십자가를 위로 하고 일원상을 밑으로 하니 이번에는 원불교 직원이 센터장님 정체성이 의심된다고 되레 눈치를 주어 할 수 없이 수평으로 하여 모셔놓았다. 그 밑에는 역시 중국, 베트남과 일본, 캄보디아에서 모셔온 성모마리아, 부처님 등 종교의 상징물들을 안치하고 인류 성현들의 뜻을 받드는 기도를 올리고 있다.

 

원불교에서는 1년에 재사를 두 번 올린다. 육일대재와 명절대재가 그것이다. 육일대재는 원불교 교조이신 소태산 대종사의 열반기일을 맞아 합동으로 모든 선진열위전에 공동으로 향례를 올리고 명절대재는 한 해 동안 조상님들의 은덕으로 오곡백과를 풍성하게 거두고 건강하게 잘 살게 되었음을 감사하게 생각하는 추수감사절의 성격이다. 그런데 두 번의 재사에서 이 세상의 정신사를 열어주었던 모든 종교 스승님들(선성각위 - 先聖各位)의 위패를 모시고 예를 올린다. 불교와 유교, 천주교, 개신교, 천도교, 증산교 등 자비와 인의, 사랑, 박애, 은혜를 전해준 모든 성자들의 뜻을 받들고 정신을 이어받아 이 땅에 낙원세상을 건설하자는 것이 원불교 문을 열게 된 동기이다.

 

원불교의 2대 종법사를 역임했던 정산 송규(1900~1962)는 삼동윤리(三同倫理)라는 게송을 남겼다. 한울안 한이치에 한집안 한권속이 한일터 한일꾼으로 일원세계를 건설하자는 내용이다. 삼동윤리에 바탕한 원불교의 복지사업은 지구촌의 무지와 질병과 빈곤을 물리치는 일을 벌이고 있다. 다문화가족지원사업도 예외가 아니어서 아시아 각국의 이주여성들이 한국어와 한국문화적응교육을 받고 행복한 삶을 이어갈 수 있도록 다문화가족지원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더불어 이주여성들이 한국의 문화를 배우는 피동적인 관계가 아니라 이제는 자신들의 나라 언어와 문화를 가르치는 적극적인 관계설정을 하고 있다. 참 고무적인 현상으로 보인다. 도움을 주고받는 관계 속에 다문화 다종교가 21세기 대한민국을 정신사적으로 선진국 반열에 올리고 아시아가 함께 대동화합할 수 있는 기폭제가 되었으면 좋겠다.

 

다문화센터를 운영하는 관계로 아시아권 외국에 곧잘 나간다. 일본을 제외한 동아시아들은 우리보다 소득수준이 열악하다. 하지만 제국주의 식민지 시절을 겪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우리나라는 해방 후 6·25 전쟁을 겪는 아픔 속에 유엔에서 원조를 얻던 나라에서 원조를 주는 첫 번째 나라이다. 그만큼 한국인들은 부지런하고 머리 좋고 열정적이다.

 

다문화 다종교를 좌우 날개로 삼아 한국을 정신의 지도국 도덕의 부모국으로 자리매김 했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하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다른기사보기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 400
문화섹션